•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터키 "성소피아 용도 전환 재고 無…유네스코와 곧 회동"

등록 2020.07.14 14:46:58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아야 소피아 용도 변경 재고 요구 터키 주권 개입"

"유네스코 성명 보고 놀라, 향후 취할 조치 통보"

"모스크로 쓰더라도 그리스 정교 시설 훼손 안해"

[서울=뉴시스]야부즈 셀림 크란 터키 외무차관은 11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아야 소피아의 모스크 전환과 관련해 "터키는 유네스코와 1972년 체결한 세계문화유산 관련 협정을 준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진은 크란 외무차관 트위터 갈무리. 2020.07.14

[서울=뉴시스]야부즈 셀림 크란 터키 외무차관은 11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아야 소피아의 모스크 전환과 관련해 "터키는 유네스코와 1972년 체결한 세계문화유산 관련 협정을 준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진은 크란 외무차관 트위터 갈무리. 2020.07.14

[서울=뉴시스] 이재우 기자 = 터키 외무장관이 국제사회의 우려에도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인 아야 소피아(그리스어로는 '하기아 소피아')의 용도를 박물관에서 모스크(이슬람 사원)로 바꾸기로 한 결정을 변경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거듭 천명했다.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터키 외무장관은 13일(현지시간) 터키 공영 뉴스채널인 TRT하베르와 인터뷰에서 "터키의 주권에 개입하는 논평을 강력히 거부한다. 여기에는 토론의 여지가 없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아야 소피아의 용도 전환에 따라 세계 문화유산으로서 지위를 재검토하겠다'는 유네스코의 성명에 대해 "우리는 유네스코의 성명을 보고 매우 놀랐다"며 "향후 우리가 취할 조치를 유네스코에 알릴 것"이라고 예고했다.

유네스코는 앞선 성명에서 "각국은 자국내 세계 문화유산의 보편적 가치가 훼손되지 않도록 할 의무가 있다"면서 "변경 사항이 발생할 경우 세계 문화유산 위원회가 검토할 수 있도록 사전 통보가 이뤄져야 한다"고도 촉구한 바 있다.

차우쇼을루 외무장관은 아야 소피아가 모스크로 활용되길 원하는 터키인의 희망을 저버릴 수 없다는 취지의 주장도 내놨다. 과거 아야 소피아가 그리스 정교회 성당에서 오스만제국 황실 전용 모스크로 활용됐을 때도 훼손된 적이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그리스가 '양국은 물론 터키와 유럽연합(EU)간 관계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비난한 것을 두고는 "수도에 모스크가 없는 유일한 국가가 그리스"라며 "그리스는 이 문제에 대해 말할 권리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야우즈 셀림 크란 터키 외무차관은 일간 사바흐와 인터뷰에서 모스크로 용도 변경이 '세계 문화자연 유산 보호 협약(협약)'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그는 모스크로 사용되더라도 과거 그리스 정교회 성당 시절 모습이 파괴되지 않고 누구나 출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터키는 1985년 아야 소피아가 세계 문화유산에 등재된 이후 국제사회가 부여한 역사적, 문화적, 정신적 보편적 가치를 인정하고 그에 따라 관리하고 있다"면서 "용도 전환 결정으로 아야 소피아의 세계 문화유산으로서 지위가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세계 문화유산의 용도를 바꾸는 것에 걸림돌은 없다"면서 "협약은 세계 문화유산을 보유한 국가에 일정한 임무와 책임을 부여하지만 재산권과 주권을 침해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사바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아야 소피아를 모스크로 전환해야 한다는 요구가 컸다고 부연했다.

[이스탄불=AP/뉴시스]메흐메트 누리 에르소이(가운데) 터키 문화관광부 장관과 관리들이 11일(현지시간) 터키 이스탄불의 관광 명소 성 소피아 박물관을 방문하고 있다. 터키 고등법원이 10일 소피아 박물관에 대해 박물관 지위를 박탈하는 판결을 내리자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바로 성 소피아를 모스크로 개조하라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로써 성 소피아는 대성당-모스크-박물관을 거쳐 다시 모스크로 지위가 바뀌게 된다. 2020.07.13.

[이스탄불=AP/뉴시스]메흐메트 누리 에르소이(가운데) 터키 문화관광부 장관과 관리들이 11일(현지시간) 터키 이스탄불의 관광 명소 성 소피아 박물관을 방문하고 있다. 터키 고등법원이 10일 소피아 박물관에 대해 박물관 지위를 박탈하는 판결을 내리자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바로 성 소피아를 모스크로 개조하라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로써 성 소피아는 대성당-모스크-박물관을 거쳐 다시 모스크로 지위가 바뀌게 된다. 2020.07.13.

아야 소피아는 1500년 전 그리스 정교회 성당으로 지어졌지만 1453년 이슬람 국가인 오스만 제국이 콘스탄티노플(현재 이스탄불)을 정복한 후 모스크로 개조됐다.

그러나 오스만 제국의 후신인 터키 공화국은 1934년 내각회의를 열어 아야 소피아를 박물관으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터키 공화국 초대 대통령인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가 주창한 세속주의(정치와 종교 분리) 원칙에 따른 것이다. 터키는 전체 인구의 99%가 무슬림이지만 이슬람을 국교로 정하지 않고 있다. 

1935년 박물관으로 전환된 아야 소피아는 50년 뒤인 1985년 이스탄불 역사지구의 일부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돼 있다. 현재 연간 수백만명의 관광객이 방문하는 터키 최대 관광 명소 중 하나다.

하지만 터키 최고행정법원은 지난 10일 아야 소피아를 박물관으로 전환하기로 한 1934년 내각회의 결정을 무효화했다. 아야 소피아는 '파티흐(정복자)' 술탄 메흐메트 2세가 1462년 모스크 용도로 기부한 것으로 기부물품을 지정된 용도 이외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터키 기부 관련 법률에 위배된다는 이유에서다.

에르도안 대통령도 같은날 아야 소피아의 이슬람 사원 전환을 공식화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그는 오는 24일까지 아야 소피아에서 금요예배를 드릴 준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1934년 내각회의 결정은 법률에 부합하지 않았다"고 선언했다.

유네스코는 같은날 세계 문화유산위원회가 아야 소피아의 지위를 재검토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야 소피아의 보편적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밖에 미국과 EU, 그리스, 천주교, 개신교, 성공회, 러시아정교 등도 터키의 결정에 유감을 표명한 뒤 용도 변경 재고를 촉구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