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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전문가 "돈만 뿌리겠다는 한국판 뉴딜…규제 개혁안은 안 보여"

등록 2020.07.14 18:2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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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과 교수들, 입 모아 규제 개혁 미흡 지적

양준석 "규제 풀면 기업이 알아서 투자·채용해"

성태윤 "법·제도 개선 더해져야 민간 움직일 것"

강성진 "의료도 규제 개혁 없이 인프라 얘기만"

"경기 부양책인데 사업 규모 너무 작아" 지적도

[서울=뉴시스] 배훈식 기자 =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한국판 뉴딜 국민 보고 대회(제7차 비상경제회의)에 참석해 종합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2020.07.14. dahora83@newsis.com

[서울=뉴시스] 배훈식 기자 =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한국판 뉴딜 국민 보고 대회(제7차 비상경제회의)에 참석해 종합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2020.07.14.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 김진욱 위용성 기자 = 경제 전문가들은 정부의 '한국판 뉴딜'을 "재정 투입에만 초점을 맞춘 정책"이라고 다소 박한 평가를 내렸다. 법·제도 완화 등 뒷받침돼야 할 규제 개혁안이 빠졌다는 지적이다.

양준석 가톨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14일 뉴시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160조원을 투입하는데 (경제 성장률 상승 등) 거시경제적 효과는 나올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한국판 뉴딜이 향후 10년 한국의 먹거리를 만들어줄 수 있겠느냐고 묻는다면 의문이 남는다"고 짚었다.

양 교수는 "정부는 오랫동안 한국판 뉴딜과 비슷한 내용의 경기 부양책을 추진해왔는데, 과거사를 보면 법·제도가 뒷받침되지 않아 실패한 경우가 많았다. 새 시장에 기업이 진출해 새 상품·서비스를 원활히 만들 수 있게 돕는 방안이 빠졌기 때문"이라면서 "이 경우 아무리 많은 돈을 투자하고, 뛰어난 연구 성과를 내더라도 결국 상업화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양 교수는 "대규모 재정 투입 계획을 내놓지 않더라도, 기업이 시장에 자유롭게 진입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면 알아서 투자하고 신규 인력 채용에 나설 것"이라면서 "지금은 정부가 드론·자율 주행 자동차를 신성장 동력으로 삼고 키우겠다고 대대적으로 나서지만, 불과 3~4년 전까지만 해도 드론·자율차를 이용한 실험조차도 불가능했다"고 비판했다.

양 교수는 이어 "정부 경기 부양책의 성공 여부는 민간 기업이 시장에 뒤따라 들어와 사업을 성공시킬 수 있도록 규제를 개혁했느냐가 결정한다"면서 "돈 쓰는 것은 쉽고 효과도 금방 나타나지만, 그 실효성은 떨어진다. 어렵고 성과가 늦게 나타나더라도 규제 개혁에 주력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양 교수는 한국판 뉴딜의 '디테일'이 부족하다고도 지적했다. 그는 "한국판 뉴딜은 일자리도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데, 정부가 경제 구조 변화에 대응해 만들겠다는 정보통신기술(ICT) 일자리는 고숙련 근로자 몫"이라면서 "현재 노동 시장 구조에서는 고숙련 근로자를 원하는 기업은 구인난을, 저숙련 근로자는 구직난을 겪는 미스 매칭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양 교수는 또 "이런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소프트웨어 중점 대학을 선정해 운영하고, 산·학 협력을 강화하고, 직업 훈련비 지급액을 늘리겠다는 대책을 내놨지만, 이는 이전 정부에서도 똑같이 해왔던 것"이라면서 "디지털 선도 국가를 만들겠다는데, 이를 뒷받침할 차별화한 인재 양성 대책은 보이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경제 전문가 "돈만 뿌리겠다는 한국판 뉴딜…규제 개혁안은 안 보여"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도 정부의 규제 개혁안이 미흡하다는 의견을 냈다. 그는 "법·제도 등의 개선을 결합해야 민간 부문이 실제로 움직인다. 그렇지 않으면 단순 재정 투입에 그쳐 장기적으로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면서 "한국판 뉴딜은 대부분 기존 사업을 그냥 나열만 한 형태"라고 분석했다.

성 교수는 "한국판 뉴딜은 2025년까지의 장기적인 계획으로 구성됐는데, 실제로는 재정 보조 사업의 성격이 커서 그 효과가 장기적으로 나타날지는 자신하기 어렵다"면서 "정부의 경기 부양책이 의미 있는 경제 변화를 만들려면 규제 개혁을 통해 민간의 움직임을 끌어낼 수 있는 사업과 결합한 형태로 진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강성진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도 "규제 개혁과 관련한 언급이 없다"면서 "스마트 의료를 예로 들면서 원격 의료 얘기는 전혀 없고 시설이나 인프라 관련 내용만 있다. '규제를 없애 산업을 이런 식으로 활성화하겠다'는 소프트웨어적인 내용은 다 빠졌다"고 전했다.


[서울=뉴시스] 배훈식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한국판 뉴딜 국민 보고 대회(제7차 비상경제회의)에 참석해 기조 연설을 하고 있다. 2020.07.14. dahora83@newsis.com

[서울=뉴시스] 배훈식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한국판 뉴딜 국민 보고 대회(제7차 비상경제회의)에 참석해 기조 연설을 하고 있다. 2020.07.14. [email protected]


과거 정부가 내놨던 '2020년 경제 정책 방향'(경정) 때보다 방향성이 명확해졌다는 평가도 나왔다.

안영진 SK증권 이코노미스트(연구원)는 "한국판 뉴딜은 디지털·그린 2가지 축으로 구성됐는데, 기존에 정부가 내놨던 경정 등보다 의미가 명확해졌다"면서 "디지털·네트워크·인공지능(AI)부터 전기·수소 자동차 등은 정부가 여러 차례에 걸쳐 반복적으로 얘기해온 만큼 방향성이 구체화했다"고 봤다.

다만 한국판 뉴딜에 담긴 사업의 규모에 관해서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안 연구원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면에서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대공황 시절을 상징하는 뉴딜을 벤치마킹해 꺼내든 정책치고는 규모가 작다"면서 "연간 30조~40조원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인데 규모 측면에서 한국 경제를 선도해 이끌어나갈 만큼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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