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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핀테크에 기울어진 금융당국...후폭풍은 누구 몫

등록 2020.07.17 14:5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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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이준호 기자 = "앞으로 금융시장은 네이버와 카카오, 이 두 회사를 중심으로 질서가 달라질 겁니다. 빅테크 기업들이 신기술로 무장한 거대 플랫폼을 기반으로 파격적인 혜택을 뿌려가며 영역을 확장하는데, 그 속에서 전통 금융회사들이 살아남기란 쉽지 않겠죠."

네이버와 카카오로 대표되는 IT 기업들의 금융권 진출 이후, 금융권 관계자들 입에서 공통적으로 나오는 말이다.

실제 빅테크 기업의 금융업 진출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속에서 전통적인 금융업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간편결제만 두고 봐도 일일이 은행이나 카드사를 통하지 않아도 네이버통장만 있으면 네이버페이까지 연계해 각종 결제를 진행할 수 있다. 카카오뱅크의 간편 송금은 은행 송금은 여러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편견 자체를 깨버렸다. 은행 문턱은 높다는 인식도 이런 핀테크에 기반을 둔 회사들이 바꾸고 있다.그야말로 금융업계의 '메기' 역할을 핀테크 기업이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핀테크 기업의 금융업 진출은 금융당국의 규제 완화가 있기에 가능했다. 예컨대 카드사들은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라 자기자본과 레버리지(대출) 비율 등 건전성 규제를 받는다. 반면 핀테크 기업들은 전자금융거래법을 따르지만 건전성이나 영업행위에 대한 규제가 거의 없다. 미상환 잔액 대비 자기자본비율도 20% 이상을 유지하도록 하지만 강제성은 없다. 더군다나 카드사와 달리 비교적 자유로운 규제 속에서 공격적인 마케팅도 가능하다.

당국이 금융혁신을 위해 핀테크 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하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다. 그러나 이후 몰고 올 후폭풍도 대비해야 한다. 핀테크 기업들이 받는 규제가 상대적으로 약하다 보니 금융보안 사고 등이 발생할 개연성이 상당히 높다. 실제 지난달 1700만명이 가입한 모바일 금융 서비스 토스에서 이용자 몰래 결제가 이뤄진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 시점에서 사모펀드 사태를 떠올릴 필요가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 2011년 개인의 투자가 가능한 일명 '한국형 헤지펀드'를 출범시켰다. 이어 2015년 박근혜 정부 때 사모펀드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이후 전문 사모운영사 설립 문턱이 낮아지며 부실 운용사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기 시작했다. 저금리에 자금들도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건전한 운용 구조와 리스크 관리 능력이 없는 운용사들로 인해 수많은 피해자들이 발생하고 있다. 규제를 푼 것 자체는 자본시장 발전을 위해 바람직한 일이었지만, 소비자 보호 등 사후 관리가 안되다보니 엄청난 후폭풍이 몰아닥친 것이다.
 
 핀테크 기업의 금융업 진출이 소비자에게 큰 편익을 가져다 준 것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제2의 사모펀드 사태와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으려면 규제 완화와 함께 감독 강화 등의 안전장치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 금융당국의 감독에 따라 핀테크 기업은 금융업권 메기가 될 수도 있고, 소비자에게 독이 될수도 있기 때문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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