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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에 "불미스러운 일" 물었다는 젠더특보…거짓말 가능성 없나

등록 2020.07.17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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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소 당일 시장 집무실 급하게 찾아가 보고

여성 이슈 담당 특성상 사전 인지도 가능해

'불미·실수' 단어 사용…성비위 알았을 수도

'시장 보좌에 신경 쓴 것 아니냐' 비판 거세

"실체규명 첫단계는 젠더특보 솔직한 증언"

[서울=뉴시스] 박민석 기자 = 12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차려진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시민분향소에 고인의 영정이 마련돼 있다. 2020.07.12. mspark@newsis.com

[서울=뉴시스] 박민석 기자 = 12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차려진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시민분향소에 고인의 영정이 마련돼 있다. 2020.07.12.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배민욱 기자 =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게 '불미스러운 일이 있다는 얘기가 있다'고 보고한 임순영 서울시 젠더특보가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과 관련된 내용을 사전에 알지 못했는지 여전히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임 특보가 이례적으로 피소 당일인 지난 8일 급하게 박 전 시장에게 보고한 점과 젠더특보가 여성 관련 이슈를 전문적으로 조언하는 자리라는 업무 특성 등을 종합해 볼 때 사전 인지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이유에서다. 

17일 임 특보가 언론에 밝힌 내용에 따르면 임 특보는 8일 오후 3시께 서울시 외부로부터 '시장님 관련한 불미스러운 일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급하게 집무실로 찾아가 업무 중이던 박 전 시장에게 "실수한 것 있으시냐"고 물었다.

전직 비서 A씨가 경찰에 소장을 내기 전이다. A씨는 그날 오후 4시28분께 서울경찰청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그는 소장을 제출한 당일부터 9일 오전 2시30분까지 경찰 조사를 받았다.

임 특보는 보고 당시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과 관련된 내용인지 몰랐고 피소 사실도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젠더특보는 피소 당일 급하게 박 전 시장에게 "불미스러운 일"을 보고했다. 특히 업무 중인 시장을 다급하게 찾아가 사안을 보고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박 전 시장과 사전에 약속 없이 보고했다는 것은 임 특보가 심각한 사안임을 대략 알고 있었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심각한 사안은 무엇일까. 젠더특보라는 업무 특성을 보면 예측해 볼 수 있다.

젠더특보는 서울시 행정·정책에 성인지 감수성을 적용하기 위해 박 전 시장이 지난해 1월 전국 최초로 만들었다. 여성 관련 이슈를 전문적으로 조언하는 자리다.

담당 업무 특성상 박 전 시장의 불미스러운 일은 성비위라는 것을 임 특보가 알아채고 있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시 임 특보가 박 전 시장에게 보고할 당시 질문도 짚어봐야 할 대목이다. "불미스러운 일이 있다는 얘기가 있다", "실수하신 것 있으시냐" 등이었다. 임 특보가 질문에서 '불미', '실수'라는 단어를 사용했다는 점은 성비위 문제를 인식하고 있었다고 판단해 볼 수 있다.

여기에 고한석 전 비사실장이 공관을 찾기 전인 9일 오전 6시30분께 임 특보로부터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을 보고받은 것으로 알려져 사전 인지 가능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고 박원순 서울특별시장의 영현이 13일 서울시청에서 영결식을 마친 후 서울추모공원으로 봉송되자 한 시민이 장의차량에 손을 얹고 있다. 2020.07.13.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고 박원순 서울특별시장의 영현이 13일 서울시청에서 영결식을 마친 후 서울추모공원으로 봉송되자 한 시민이 장의차량에 손을 얹고 있다. [email protected]

서울시 안팎에선 이런 임 특보의 태도에 대한 비판도 커지고 있다.

임 특보는 박 전 시장의 '불미스러운 일'에 대한 소식을 접한 뒤 이를 해결하기 보다는 직접 보고하고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장 개인의 보좌에 더 신경 쓴 것 아니냐는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그는 지난 13일 박 전 시장 장례가 끝난 뒤 일부 언론과 인터뷰한 것을 제외하고 현재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침묵하고 있다. 사태에 대해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이유다.

박지원 국정원장 후보 미래통합당 청문자문단장을 맡은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박 전 시장 사건의 실체규명의 첫 단계는 젠더특보의 솔직한 증언"이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갑자기 자신이 모시는 시장이 독대를 청해서 불미스런 일이 무엇이냐고 묻는 공무원은 지구상에 없다"며 "그것도 공교롭게 죽음과 직접 연관된 것으로 추정되는 고소 직전에 말이다"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외부에서 시장님 관련 불미스런 이야기를 들었는데 궁금한데도 내용을 묻지도 않고 성추행 의혹을 전혀 모르는 채 급하게 독대를 청해 불미스런 게 무엇이냐고 상사에게 되묻는 부하는 없다"고 일갈했다.

그는 "여성운동을 오래했고 여성인권 향상을 위해 헌신해 온 과정에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라도 젠더특보는 지금이라도 진실을 밝혀야 한다"며 "거짓말을 할수록 일은 계속 꼬이게 된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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