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박원순 성추행 책임론 커지는 '6층 사람들' 침묵만…늘공들 "문제 생기니 도망"

등록 2020.07.18 07:00:00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정무라인 인사들 대부분 연락 끊어

불상사 미연에 방지하지 못한 책임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은폐 의혹도

일반 공무원들 '6층 사람들'에 비판

[서울=뉴시스] 박미소 기자 = 10일 오전 서울시청 시장실 앞에 고 박원순 시장의 사진이 보이고 있다.2020.07.10.  misocamera@newsis.com

[서울=뉴시스] 박미소 기자 = 10일 오전 서울시청 시장실 앞에 고 박원순 시장의 사진이 보이고 있다.2020.07.10.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배민욱 기자 = 서울시청 공무원들은 '어공'과 '늘공'으로 구분된다. 어공은 '어쩌다 공무원', 늘공은 '늘 공무원'이라는 의미다.

최근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 사건이 불거지면서 서울시는 '어공'과 '늘공'간에 보이지 않는 갈등이 나타나고 있다.

'늘공'들은 박 전 시장의 핵심 참모들인 소위 6층 사람들로 불리는 정무라인 인사들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이번 사태에 대해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6층 사람들 대부분은 별정직 공무원이다. '어공'들이다. 박 전 시장은 자신의 정책을 구현하고 서울시정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면 관련 경력자들을 직접 공무원으로 임명했다.

박 전 시장의 유언장을 공개했던 고한석 전 비서실장과 성추행 의혹을 최초로 인지하고 보고한 것으로 알려진 임순영 젠더특보를 비롯해 최병천 전 민생정책보좌관, 장훈 전 소통전략실장, 이민주 공보특보 등도 모두 6층 사람들이다.

'6층 사람들'에 대한 책임론도 커지고 있다. 6층은 박 전 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A씨가 4년간 피해를 호소한 장소다. 정무라인 인사들은 불상사를 미연에 방지하지 못한 책임과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은폐 의혹까지 받고 있다.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고한석 서울시 비서실장이 10일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고인의 유언장을 공개하고 있다. 2020.07.10.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고한석 서울시 비서실장이 10일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고인의 유언장을 공개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실제로 A씨의 법률대리인 김재련 변호사는 지난 13일 기자회견에서 "피해자는 박 전 시장에게 받은 피해를 여러 차례에 걸쳐 호소했고 동료 공무원이 (시장으로부터) 전송받은 사진을 본 적이 있다"며 "비서관에게 부서를 옮겨줄 것을 요청하면서 이런 성적 괴롭힘을 언급한 적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도 "피해자는 서울시 내부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시장은 그럴 사람이 아니다'라며 시장의 단순한 실수로 받아들이라고 했다"면서 "'비서 업무는 시장 심기 보좌하는 역할이자 노동'이라며 피해를 사소하게 만들어 더 이상 말할 수조차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A씨를 돕고 있는 여성의전화와 성폭력상담소가 16일 발표한 '서울시 진상규명조사단 발표에 대한 입장' 자료에 따르면 A씨는 '승진하면 다른 부서로 이동한다'는 박 전 시장의 인사 원칙을 근거로 전보 요청을 했다.

A씨는 "박 전 시장이 '누가 그런 걸 만들었느냐', '비서실에는 해당 사항이 없다'며 인사이동을 만류하고 승인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A씨는 2016년 1월부터 반기별로 인사이동을 요청했지만 좌절된 후 지난해 7월 근무지를 이동했다.

A씨의 고소사실이 알려진 이후 서울시 전·현직 고위 공무원과 별정직, 임기제 정무 보좌관, 비서관 중 일부는 당사자에게 연락을 취했다.

이들은 "너를 지지한다"면서도 "정치적 진영론에, 여성단체에 휩쓸리지 말라"고 조언을 하거나 "힘들었겠다"고 위로하면서 "기자회견은 아닌 것 같다"고 만류했다고 한다. 또 "문제는 잘 밝혀져야 한다. (그런데) 확실한 증거가 나오지 않으면 힘들 거야"라며 피해자 압박하는 경우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서울=뉴시스】 임순영 서울시 젠더특보. 2019.01.15. (사진= 서울시 제공)

[서울=뉴시스] 임순영 서울시 젠더특보. (사진=뉴시스 DB). [email protected]

박 전 시장을 근거리에서 보좌한 인사들에 대한 비판도 쏟아지고 있다. 임 특보는 지난 13일 박 전 시장 장례가 끝난 뒤 일부 언론과 인터뷰한 것을 제외하고 현재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침묵하고 있다.

심지어 그는 지난 16일 사표를 제출했다. 시는 임 특보의 사표를 수리하지 않고 대기 발령했다. 임 특보는 박 전 시장의 '불미스러운 일'에 대한 소식을 접한 뒤 이를 해결하기 보다는 직접 보고하고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장 개인의 보좌에 더 신경 쓴 것 아니냐는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박 전 시장을 마지막으로 면담하고 통화한 상대인 고한석 전 비서실장 역시 두문불출이다. 비서실 소속 정무라인들도 모두 자취를 감췄다. 자동으로 퇴직(면직) 처리된 별정직 정무라인은 이미 서울시를 떠났다. 임기제 간부들도 시청에 출근하지 않고 있다. 서울시를 떠난 이들도 남은 이들도 성추행 사건에 대해서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다.

박 전 시장을 보필했던 6층 사람들이 성추행 의혹에 대해 침묵과 잠수로 일관하자 늘공들은 강하게 이들을 비난했다.

서울시 한 공무원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6층 사람들 중)어느 누구하나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다"면서 "수습하고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오히려 두문불출하며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공무원은 "박 전 시장을 보좌하겠다고 모인 사람들이 정작 문제가 생기자 모두 내일이 아니라며 도망치는 격"이라면서 "지금이라도 책임지는 모습을 보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