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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성추행' 셀프 사후처리 막을까…여가부 "처리절차 마련"

등록 2020.07.18 08:00:00수정 2020.07.18 08:0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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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권 있는 제3 기관이 지자체 감시·감독해야

인권위 유력…조재범 사건으로 작년 특조단 편성

고 최숙현 선수 사건에 한계 노출…실태 재조사

여가부 적극 역할론 주문…"감시권 반드시 필요"

[서울=뉴시스]김명원 기자 = 1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여성가족부에서 공공부문 성희롱·성폭력 피해자 보호 및 보완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여성폭력방지위원회 민간위원 긴급 회의가 열리고 있다. 2020.07.17.  kmx1105@newsis.com

[서울=뉴시스]김명원 기자 = 1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여성가족부에서 공공부문 성희롱·성폭력 피해자 보호 및 보완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여성폭력방지위원회 민간위원 긴급 회의가 열리고 있다.  2020.07.17.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김정현 기자 =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을 계기로 여성가족부(여가부)가 만들겠다는 선출직 지방자치단체장 사건처리 절차에 관심이 모인다. 과거 체육계 '미투' 사건 당시 특별조사단(특조단)을 편성했던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등에 감시단을 편성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18일 여가부 관계자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당장은 법 규정 개정이 아닌 지자체장이 가해자인 성폭력 사건이 접수됐을 때 어떻게 처리할 지 '매뉴얼'에 담으려 한다"고 밝혔다.

매뉴얼은 여가부가 지난 2018년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미투' 사건을 계기로 만든 '공공기관의 장 등에 의한 성희롱·성폭력 사건처리 매뉴얼'을 일컫는다. 매뉴얼에 따르면 기관장, 임원에 의한 성희롱 등은 피해자 등이 상급기관에 직접 신고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관리·감독 권한의 최상위에 있는 선출직 지자체장이 가해자인 경우, 이 절차는 무용지물이 된다. 실제 박 전 시장 사건에서는 피해자의 고충을 받아 상담하고 조치해야 할 관계자나 부서들이 이를 묵살했다는 의혹이 있다. 선출직 지자체장들은 지자체 내에서는 견제할 방법이 없어 이른바 '소왕국'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조사 권한이 있는 제 3의 기관이 지자체를 감시·감독하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계속된 이유다.

여가부는 지난 17일 여성폭력방지위원회 민간위원 긴급회의 결과 "선출직 지자체 기관장이 가해 당사자인 경우, 책임 있는 기관의 감독·감시 기능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여성폭력방지위 민간위원인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회의 직후 "제 3의 기관, 아마도 조사권을 갖고 있는 기관에서 관련 조직을 두는 게 맞지 않냐는 이야기를 했다"고 말했다. 실제 양성평등기본법에 따르면, 국가기관에서 성추행 사건이 발생했을 때 여가부는 기관장에게 징계를 요청할 수 있을 뿐 조사 권한은 없다.

유력시되는 기관은 인권위원회다. 지자체장에 대한 조사는 아니었지만 전례도 있다. 빙상 조재범 코치 사건을 계기로 지난해 스포츠 인권 특별조사단(특조단)을 편성하고, 독립적으로 운영했다. 문제가 된 종목에 대해 역대 최대 규모로 전수조사를 벌였다. 특조단에는 여가부도 공무원을 파견했다.
[서울=뉴시스]김명원 기자 =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이 1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공공부문 성희롱·성폭력 피해자 보호 및 보완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여성폭력방지위원회 민간위원 긴급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0.07.17.  kmx1105@newsis.com

[서울=뉴시스]김명원 기자 =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이 1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공공부문 성희롱·성폭력 피해자 보호 및 보완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여성폭력방지위원회 민간위원 긴급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0.07.17. [email protected]

특조단은 당시 ▲전수조사 포함 역대 최대 규모 실태조사 ▲피해 접수·상담과 새로운 신고 시스템 마련 ▲신속한 구제 조치 및 가해자 처벌 위한 법률 지원 ▲상담·조사·인권교육이 체계적으로 작동하는 상시적 국가 감시체계 마련 등 4가지 업무를 맡았다.

하지만 이마저도 최근 전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고 최숙현 선수 사망 사건으로 빛이 바랬다. 최 선수는 숨지기 직전까지 수 차례 감독 등에게 당한 가혹행위를 상급 기관에 신고했으나 묵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는 보다 심도 깊은 실태조사가 다시 필요하다고 보고 최근 시도교육청 실무자 등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박 전 시장 사건에서는 경찰이 서울지방경찰청장을 차장으로 하는 수사 전담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본건인 성추행 의혹은 물론 방조, 2차 가해 등을 포괄적으로 조사하기로 했다. 서울시도 자체 '직원 성희롱·성추행 진상규명 합동조사단'을 전원 여성단체 등 외부 전문가로 구성하기로 했다.

이 때문에 인권위 등에 관련 기구가 꾸려져도 서울시 내의 재발방지 조치를 감시하고, 여가부가 해 오던 지자체 내의 고충처리 시스템의 실효성 점검 선에서 그칠 가능성이 있다. 매뉴얼을 다듬겠다는 여가부도 정작 뾰족한 방안을 찾지 못해 고심하는 상황이다.

여가부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기관장인데 매뉴얼대로 어떻게 처리되겠나"며 "당해 기관장, 지자체 선출직에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논의하겠지만 기관장이 매뉴얼을 무시하면 끝난다. 실무자로서 솔직히 답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가부가 피해자 보호와 위계에 의한 성폭력 방지에 책임이 있는 유일한 주무 중앙부처인 만큼, 자신들의 권한을 강화하는 법·제도 개선에 보다 적극적이어야 한다는 지적은 여전하다.

이수정 교수는 "여가부가 유일한 주무 부처다. 입법이 가능하다면 여가부에서 기능을 넓힐 수 있지 않을까"라며 "감시 없이 올바른 정책이 집행되는 것은 어려워 이를 늘리는 게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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