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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외지인 아파트 매입 역대 최다…한 발 느린 규제 원인

등록 2020.07.22 15: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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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감정원 부동산 거래현황 자료 분석 결과

관할시도 외 거래 2.8만 건…2006년 이래 최고

전년 대비 세종 6배, 인천·울산·부산 5배 '폭증'

지방, 매매가 낮고 전세가율 높아 원정 투자 취약

'갭투자 끝나니 규제'…"아마추어" 정부 정책 '입길'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서울 송파구 롯데타워에서 바라본 아파트의 모습. 2019.06.21. 20hwan@newsis.com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서울 송파구 롯데타워에서 바라본 아파트의 모습.  2019.06.2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인준 기자 = 자신이 살고 있지 않은 지역의 아파트를 매입하는 외지인(관할시도 외) 거래가 지난달 역대 가장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저금리의 장기화로 시중 유동성이 3000조원(광의통화 기준)에 달하는 가운데 정부가 20여 차례나 부동산 대책을 내고도 집값을 잡지 못하자 부동산 시장으로 급격한 자금 쏠림이 나타나는 '부동산 불패 신화'가 또다시 재현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 정책 운용의 실패라는 지적도 나온다. 규제 시행 직전 나온 '막차 수요'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부동산 시장이 투기판으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대책 발표 직전 관련 문서가 유출되는 등 정부 정책 운용이 '아마추어리즘'에 빠졌다는 냉소 섞인 비판도 제기됐다.

22일 국토교통부와 한국감정원 부동산 거래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신고일(거래일로부터 30일 이내) 기준 6월 외지인(관할시도 외 서울+기타)의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2만7616건으로, 전년 같은 달(7305건) 대비 278.0% 증가했다.

전월(1만5257건)과 비교해도 81.0% 늘었다. 2006년 부동산 매매신고제가 도입된 이래 역대 최고다. 종전 최고치(2만6655건, 2006년 11월)를 13년여 만에 넘어섰다.

서울 외 거주자가 자신이 살고 있지 않은 지역의 아파트를 매입하는 '관할시도 외 기타'는 1만9271건으로 역대 가장 많았다. 서울 거주자가 경기·인천, 지방의 아파트를 매입하는 '관할시도 외 서울'은 1893건에서 8345건으로 전년 같은 달 대비 340.8% 늘었다.

외지인 거래를 지역별로 비교하면 대부분의 지역에서 전년 대비 크게 증가했다.

세종시 관할시도 외 아파트 매매 거래는 634건으로, 전년 같은 달 100건 대비 534.0% 증가했다.

인천도 같은 기간 494건에서 2621건으로 430.6% 증가했다. 울산은 117건에서 612건으로 423.1%, 부산도 270건에서 1352건으로 400.7% 늘었다. 서울도 외지인의 아파트 매입이 같은 기간 911건에서 2475건으로 2배 이상(171.7%) 증가했다.

외지인의 아파트 매입의 경우 거주 목적보다는 사실상 투자에 초점이 맞춰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지방 아파트 시장은 더구나 수도권 대비 아파트값이 저렴한 반면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격)은 높아 불과 수천만원에서 1억~2억원만 있으면 전세보증금을 끼고 매입하는 '갭투자'가 가능하다. 사실상 투기에 여과 없이 노출돼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전, 충북 청주, 강원 등 각종 개발 호재나 혁신도시 지정 효과 등의 영향으로 지역 내 주택 수요와 무관한 투자 수요가 외지에서 몰리며 지역 내 부동산 시장을 자극할 가능성이 항상 존재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 6·17 대책을 통해 대전과 충북 일부 지역을 규제지역으로 지정하면서 이상 과열 현상은 주춤했지만 늘 투기 수요보다 한 발 느린 정부 규제에 대해 실수요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아마추어' 같은 정책 운용에 대해서도 문제점을 제기한다.

주택시장의 불안은 저금리의 영향으로 시중 유동성이 넘치는 상황에서, 정부가 22차례나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고도 집값을 잡지 못해서 생긴 정책 불신의 영향도 크다.

최근 6·17대책이 발표되고 거주요건을 강화해 전세보증금을 활용해 주택을 매입하는 '갭투자'가 제한되자, 대출 규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던 이달 10일 전까지 '막차 수요'가 몰리며 시장이 큰 혼란을 겪었다. 사실상 대출 규제 예고 후 약 보름간의 말미를 준 탓에 정부 규제가 갭투자를 부추겼다는 비난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특히 최근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해제를 둘러싼 정부-여당-서울시가 보여준 중구난방식 협의 절차로 '부동산 정책 아마추어'라는 이번 정부의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냈다는 냉소 섞인 비판도 있다.

여기에 공공택지지구 토지보상이나 6·17대책은 물론 세법 개정안까지 정부 정책에 대한 내용이 사전에 부동산 커뮤니티 등에 누출되면서 보안 문제까지 불거져 체면을 구겼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정책을 추진하려면 이해당사자간에 단시일 내 합의를 보고 결행하는 모습이 있어야 하는 데 이번 정부에서는 그런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라며 "정부가 전문가를 자처하고 있지만 부동산 시장을 이해하는 관료는 단 한 사람도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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