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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기로에 선 문신 합법화 "K뷰티 원동력 될 수 있죠"

등록 2020.07.26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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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기로에 선 문신 합법화 "K뷰티 원동력 될 수 있죠"

[서울=뉴시스] 최지윤 기자 = 문신은 더 이상 조직폭력배의 상징이 아니다. 아직도 조폭 일당들이 용, 호랑이 문신을 보여주며 위협하는 모습을 떠올리는 이들이 많다. 과거 조폭문화로 인식됐지만, 이제 자기표현의 수단이자 '예술행위로 봐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불법과 예술행위 사이에서 문신 합법화를 위해 애쓰는 이들이 있다. 대한문신사중앙회 임보란(42) 이사장이 대표적이다.

임 이사장은 "세계인들이 'K뷰티'에 열광하지 않느냐"면서 "K팝스타들을 통해 K뷰티를 향한 관심이 커졌지만, 속눈썹 연장, 눈썹·아이라인 등 반영구 화장은 밑거름이 됐다. 반영구화장을 포함해 문신이 합법화되면 K뷰티 인기를 더욱 이끌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은 문신 시술을 불법으로 규정한 유일한 나라다. 법원은 1992년 대법원 판례에 따라 비의료인의 문신은 불법이라는 판결을 유지하고 있다. 아직도 의료법을 적용해 단속 중인 까닭이다.

임 이사장을 필두로 대한문신사중앙회 임원과 회원 541명은 지난 2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2017년 12월 한국패션타투협회 회원 400여명이 1차, 지난해 5월 대한문신사중앙회 회원 429명이 2차 헌법소원을 낸데 이어 세 번째다. 아직 1·2차 헌법소원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임 이사장은 "3차까지 합치면 헌법소원을 제기한 인원은 1000명이 넘는다. 문신 제도화를 위해 집회와 1인 시위, 헌법소원까지 제기하며 계속 이슈화시키고 있다"면서 "시대가 변하면 법도 바뀌어야 하는데, 법이 따라가지 못해서 안타까울 따름이다. 문신 종사자들 뿐 아니라 시술 받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국민의 안전권과 직업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문신 제도화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터뷰]기로에 선 문신 합법화 "K뷰티 원동력 될 수 있죠"

지난해 국내 문신 시장 규모는 1조2000억원에 달한다. 반영구 화장은 1조원, 영구문신은 2000억원 정도다. 국내 문신 시술 종사자도 22만명이 넘는다. 미국, 일본, 프랑스 등에선 일정한 교육을 이수하거나, 위생·보건 교육을 마치면 합법적으로 문신업소를 운영할 수 있다. 일본 오사카 고등법원도 2018년 의사법 위반으로 기소된 문신사 시술 행위 관련 의료행위로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하는 등 변화가 일고 있다.

하지만 국내 의료계에선 여전히 반발이 심하다. 세계적 추세에 부합해 다 합법화해주면 '매춘, 마약도 허용해줘야 하느냐'는 입장이다.

임 이사장은 "의사들을 개별적으로 만나보면 '문신은 자신들의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보건, 위생이 중요하다고 하는데, 지금까지 문제된 적이 한 번도 없다"며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세계적으로 확산됐지만, 문신숍에서 한 명도 확진자가 나오지 않았다. 문신사들이 철처히 교육 받고 제도 하에 관리·감독하면 충분히 개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올해부터 반영구화장 외 문신 규제를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은 '문신사법안'을 발의하며 힘을 실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입법 추진은 진전이 없는 상태다. 그래도 임 이사장은 "작년에 비해서 인식이 많이 좋아졌다. 정부에서 약속했지만 진전이 없으니 희망고문으로 느껴지기도 한다"면서 "지루하고 힘든 싸움이지만, 포기하지 않고 노력해 믿고 따라준 사람들에게 보답하고 싶다. 문신사들이 제도하에 보호 받으며 조금이나마 편안하게 일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인터뷰]기로에 선 문신 합법화 "K뷰티 원동력 될 수 있죠"

임 이사장은 처음부터 문신사의 길을 걸은 것은 아니다. 서울세관 공무원으로 일하다가 우연히 반영구화장 시술을 접했다. 어린 나이에 '얼굴 예쁘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컸지만, "나중에 불법인 걸 알고 많이 후회했다"고 털어놨다. "서울세관에서 함께 근무했던 친구는 사무관 달고 있는데, 나는 인정도 못 받으니 자존심이 상하곤 했다"며 "경찰 단속에 걸리면 아무것도 몰라서 울면서 전화 오는 친구들이 많았다. 협회를 만들어서 이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여전히 시술 후 막무가내로 돈을 못 내겠다고 하거나, ATM기기에서 돈을 찾아오겠다고 하고는 사라지는 손님들도 많다. 지난해 모녀가 전국을 떠돌아 다니며 반영구화장 시술을 받은 뒤 '불법 아니냐. 5배로 환불해달라'고 한 사건도 유명하다. 문신사법을 제정해 권익을 보보하고, 윤리 의식을 높일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게 시급하다.
 
"문신사법은 무분별한 문신을 장려하고 문신사들의 이익을 보장하기 위한 법이 아니다. 방송매체와 SNS를 통해 유행이 가장 빨리 퍼지지 않느냐. 최근 가수 이효리씨가 예능물에 나왔는데, 문신을 모자이크 처리하지 않았더라. 이제 패션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여지면서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아직 나라에서 지원해주는 게 없지만, 박람회를 여는 등 전 세계에 한국의 타투를 알리고 싶다. 법제화해 타투 관련 관광상품도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대한문신사중앙회는 문신사들을 대상으로 보건·위생 전문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도 소독과 방역에 노력을 기울였다. 문신사들이 경력을 인정 받을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 중이다. 협회 차원에서 경력을 입증해주면 사업자 등록시 '반영구 지도사' '문신사' 등도 넣을 수 있다.

"큰 딸이 이번에 대학교에 들어갔다. 막내가 초등학생 때부터 이 일을 했는데, '불법으로 일한다'는 걸 안 뒤로 엄마 직업을 말하지 못하더라. 자기가 상상해서 엄마 직업을 쓴 걸 보고 너무 미안했다. 가끔 아이들에게 '문신사 하지 말까?'라고 물어보는데, '꼭 해야 한다'고 한다. 엄마가 문신 시술 제도화를 하기 위해 노력하는 걸 자랑스러워 하더라. 막내 딸 꿈도 문신사다. 무조건 안 된다고 하지 말고 한 번 믿어줬으면 좋겠다. 우리의 노력이 헛되지 않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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