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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까지 인도하겠다" 루게릭 환자 사망케한 日의사 체포

등록 2020.07.24 16:2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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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통해 사망 의뢰 받은 듯

약 1700만원 수수…약물 투여해 사망 이르게 한 혐의

경찰, 안락사로 판단 안 해…수사 계속

[서울=뉴시스]24일 미야기(宮城)현 거주 오오쿠보 요시카즈(大久保愉一·42)와 도쿄(東京)의 야마모토 나오키(山本直樹·43) 등 의사 2명은 지난해 11월 루게릭병 환자인 하야시 유리(林優里·당시 51)의 의뢰를 받아 약물을 투여해 살해한 혐의로 체포됐다. 촉탁(嘱託·청부) 살해 혐의다. 사진은 일본 ANN 갈무리. 2020.07.24.

[서울=뉴시스]24일 미야기(宮城)현 거주 오오쿠보 요시카즈(大久保愉一·42)와 도쿄(東京)의 야마모토 나오키(山本直樹·43) 등 의사 2명은 지난해 11월 루게릭병 환자인 하야시 유리(林優里·당시 51)의 의뢰를 받아 약물을 투여해 살해한 혐의로 체포됐다. 촉탁(嘱託·청부) 살해 혐의다. 사진은 일본 ANN 갈무리. 2020.07.24.

[서울=뉴시스] 김예진 기자 = 일본에서 난치병인 근위축성측삭경화증(ALS·루게릭병)을 앓는 환자의 부탁을 받아 숨지게 한 혐의로 의사 2명이 체포됐다. ‘안락사’ 논란에 불이 붙고 있다.

24일 아사히 신문, 도쿄신문 등에 따르면 미야기(宮城)현 거주 오오쿠보 요시카즈(大久保愉一·42)와 도쿄(東京)의 야마모토 나오키(山本直樹·43) 등 의사 2명은 지난해 11월 루게릭병 환자인 하야시 유리(林優里·당시 51)의 의뢰를 받아 약물을 투여해 살해한 혐의로 체포됐다. 촉탁(嘱託·청부) 살해 혐의다.

사건은 2018년 12월 28일 하야시가 트위터에 “다가오고 있는 죽음의 고통, 공포와 매일 싸우고 있다” 등 글을 올리자 오오쿠보가 “봉쇄할 수단이 필요하다” 등 답변을 달았다.

지난해 1월 3일 오후 5시 45분 하야시가 트위터에 “작업은 간단하니 카리스마 의사가 아니어도 좋다”는 트윗을 쓰며 시작됐다. 하야시가 이처럼 안락사를 희망하는 듯한 글을 쓰자 오오쿠보 용의자는 “기소되지 않는다면 도와주고 싶다”고 답하며 두 사람 간 소통이 시작됐다.

하야시는 “‘도와주고 싶다’는 말에 기뻐서 울었다”며 답했고 이틀 후에는 “‘완전 안락사 매뉴얼’ 같은 책에 나 나름대로의 독을 추가해 판매하고 싶다”는 오오쿠보 용의자의 트윗에 “미리 예약하겠다”고 답하기도 했다.

하야시가 사망하기 3개월 전인 지난해 8월 27일에는 “우리 병원으로 옮기겠습니까? 자연스럽게 임종까지 인도하겠습니다” 등 글을 올리자 “감사합니다. 결의하며 잘 부탁드립니다”고 답변했다.

확인할 수 있는 두 사람의 트위터 게시글은 사망 3주전인 지난해 11월 9일 유서를 작성하는 방법에 대해 오오쿠보가 “진심이라면 공증 사무소입니다. 돈은 들지만 (집으로) 와줍니다. 대필이라면 나중에 분쟁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라는 조언을 했다.

하야시와 이들 두 명의 의사는 하야시의 사망 당일 처음 만난 것으로 보인다. 야마모토 용의자의 계좌에는 하야시로부터 약 150만 엔(약 1700만 원)이 이체된 기록도 있어 경찰은 조사를 계속할 방침이다.

일본에서는 안락사가 허용되지 않는다. 환자의 동의가 있다고 하더라도 살인이나 촉탁 살인, 자살 방치 등 혐의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

일본에서는 말기암 환자에게 지난 1991년 약물을 투여해 살인죄로 기소된 의사가 유죄 판결을 받은 바 있다. 당시995년 판결 당시 요코하마(横浜) 지방 법원은 안락사가 인정되는 4가지 요건을 제시했다. ▲죽음을 피할 수 없으며 임종 시기가 임박한 경우 ▲ 견딜 수 없는 고통이 있다 ▲육체적 고통을 제거·완화할 다른 방법이 없다 ▲환자의 명백한 의사표시 등이다.

수사 관계자에 따르면 하야시는 혼자 살며 24시간 돌봄이 필요했으나 건강은 안정된 상태였다. 경찰은 이번 사안은 4가지 조건을 만족하지 않는다고 봤다. 용의자인 의사 2명이 주치의도 아니며 돈을 받고 처음 환자와 만나는 등 “안락사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일본에서 안락사 인정 여부에 대한 논의에 불이 붙는 양상이다.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입헌민주당 렌호(蓮舫) 참의원 의원은 트위터에 오오쿠보 용의자가 과거 인터넷에 "고령자는 보기에 따라 좀비"라며 고령자에 대한 의료, 사회자원 낭비 등을 주장하는 글을 반복적으로 게시했다는 기사를 올리고 "존엄사의 논의를 시작하려 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루게릭병은 근육을 움직이는 신경에 장애가 생기는 병이다. 전신의 근력이 저하되어가는 병으로 진행 속도는 개인차가 있으나 인공호흡기가 없으면 생명을 유지할 수 없는 경우도 많다. 진행 속도를 억제하는 약은 있으나 근본적인 치료법은 확립되지 않아 유전자 치료 등 다양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일본 내에서는 약 9000명의 환자가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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