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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다만악' 홍원찬 감독 "액션·캐릭터 새로움 추구…도전이었다"

등록 2020.08.02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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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 장르에 충실하고 캐릭터 집중

"서사 구조 올드? 변조 신경 썼다"

[서울=뉴시스] 홍원찬 감독.(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2020.7.31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홍원찬 감독.(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2020.7.3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김지은 기자 = 배우 황정민과 이정재가 '신세계' 이후 7년 만에 액션 영화로 다시 만났다. 8월5일 개봉하는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를 통해서다. 추격 액션과 강렬한 캐릭터가 돋보이는 장르 영화다.

이 영화를 연출한 홍원찬 감독을 만나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홍 감독은 2015년 장편 연출 데뷔작인 스릴러 영화 '오피스'로 칸영화제(미드나잇 스크리닝 초청)에 다녀왔다. '추격자', '황해', '내가 살인범이다' 등 추격 장르의 각색을 도맡으며 노하우를 길러왔다.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는 마지막 청부살인 미션 때문에 새로운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인남(황정민 분)과 그를 쫓는 무자비한 추격자 레이(이정재 분)의 처절한 추격과 사투를 그린 하드보일드 추격 액션영화다.

홍 감독은 장르적 매력이 극대화된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장르에 충실하고 이국적인 공간을 배경으로 캐릭터에 집중하는 이야기를 풀고 싶었다"는 것.

"원래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속 인남과 같은 캐릭터가 나오는 영화들을 좋아해요. 한편으로는 서사적으로 좀 올드하게 보실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장르 영화를 한다는 건 익숙한 이야기를 어떻게 변조해서 전달하는지가 관건인 것 같아요. 이런 식의 장르엔 원형이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이라고 해서 대신 그 안에서 캐릭터를 최대한 다르게 표현하려고 노력했어요. 보시는 분에 따라서는 서사 구조가 단순하다고 할 수도 있지만, 캐릭터와 액션 스타일을 과감하게 앞으로 쭉 달려갔어요."

영화 제목에 대해서는 "어둠의 세계에 존재하는 인물, 원죄를 가진 인물이 다른 사람을 구하게 되면서 본인도 구원받는 이야기"라며 "주기도문의 마지막 구절에서 착안했다"고 설명했다.

"제목에서 '악'을 언급하기는 하는데 어떤 특정한 대상을 지칭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잘 모르지만 비정하고 냉정한 세계가 분명 있잖아요. 인남하고 레이가 속해 있는 세상도 일상적이지는 않지만 우리 안에 등장하는 세계죠. 구원이라고 하면 거창한 것 같지만 희망을 찾아보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했어요. 인남이 누군가를 구하려 고군분투하지만, 결국 이는 자신을 구하기 위함이라 말할 수도 있죠."

영화 속 태국에서 벌어지는 장기밀매, 아동학대 등의 사건은 양석일 작가의 소설 '피와 뼈'를 참고했다.

"이 소설은 '어둠의 아이들'이라는 영화로도 나와 있는데 그분의 소설을 읽고 영향을 받았어요. 우리에게 익숙한 여행지인 방콕이지만 뒷골목에선 이런 엄청난 일이 벌어지고 있구나! 충격을 받았죠. 더 자료를 찾아봤고, 작가님을 만나 취재도 하게 됐죠."

[서울=뉴시스] 이정재 스틸.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2020.7.31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정재 스틸.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2020.7.31 [email protected]


극 중 이정재가 연기한 '레이'는 사냥감을 쫓는 맹수처럼 잔인한 인물이다. '이유' 없이 한번 정한 타깃이 어느새 목표가 된다. 홍 감독은 비정한 세계를 대변하는 캐릭터라고 설명했다.
 
"인남에게 비정한 세계를 대변하는 캐릭터가 필요했어요. 누군가를 죽이는 것이 일인 인남은 원죄가 있는 인물이기 때문에 행복하게 살 수 없는 것이 숙명이라고 생각해요. 일종의 법칙이죠. 레이와 인남의 대립구조를 의도했고 레이에 대한 설명을 의도적으로 하지 않은 부분도 있어요. 편집증이 있고 사이코패스 성향의 악명 높은 인물인데 레이는 방아쇠가 당겨졌기 때문에 출발해요. 한국영화는 설명도 많고 대사도 많은데 그것을 피해 보고 싶었어요. 인물에 대한 설명을 자세하게 하지 않는 것은 또 다른 시도였고 도전이었죠. 캐릭터에 대한 매력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했어요."

이국적 풍경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인남'과 '레이'의 추격전이 펼쳐지는 주 무대는 태국이다. 일상적으로 접하지 않는 공간에서의 색다른 액션을 구현하고자 했던 제작진은 방콕 시내와 교외 지역을 물색했다. 좁은 복도의 호텔부터 대규모 총격신의 무대인 랑야오 마을까지 다양한 공간을 활용, 태국 방콕이 전체 분량의 80% 가까이 차지한다. 한국과 일본 로케이션은 이국적인 볼거리는 물론, 두 캐릭터의 감정을 시각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공간을 선정하는 데 주력했다.

"제일 중요한 건 그 지역이 나오면 그 지역 색깔이 묻어나와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외국을 묘사한 한국영화를 봤을 때 색감 면에서 아쉬운 부분이 있었죠. 공간이 기능적으로만 등장하더라고요. 그래서 나라마다 카메라 구도, 음악, 색감을 신경 썼어요. 도시마다 빛도 다르잖아요.  방콕은 뜨거운 동남아의 오렌지빛 태양이 메인이 되게 설정했고, 인천은 인남의 감정 상태에 따라 새벽의 푸른 빛, 노을의 붉은 빛을 메인으로 했어요. 일본에선 차가운 회색 모노톤으로 설정했죠"

액션 시퀀스는 리얼 타격 액션으로 차별화를 뒀다고 짚었다. "실제 타격감이 포인트로 우리 영화만의 스타일을 만들자고 생각했죠. 무술감독님이 아이디어를 내셨고, 이를 구현하려면 카메라 기법과 프레임 조정이 필요했어요. 여기에 맞춰서 배우들이 합을 맞췄죠. 리얼을 베이스로 튀는 활극 액션이 아니라 때리는 것도, 맞는 것도 보이도록 완성했어요. "
[서울=뉴시스]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스틸 컷.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2020.7.31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스틸 컷.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2020.7.31 [email protected]


홍 감독은 작품의 공을 배우들에게 돌렸다. 황정민과 이정재에 대해서는 "캐릭터를 표현하는 데 있어서 도가 튼 배우"라고 극찬했다.

"캐스팅할 때는 몰랐는데 인남이나 레이나 황정민, 이정재 선배님이니까 할 수 있었던 표현이 보였어요. 두 배우였기에 가능했던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황정민 선배님의 늑대처럼 보이는 눈빛, 수류탄을 놔버렸을 때 이정재 선배님의 복합적인 표정 등 두 분만이 가능한 표현력이었어요."

비밀병기로 베일에 싸인 '유이' 역을 맡은 배우 박정민에 대해서도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선을 잘 잡고 연기해 줬다"고 치켜세웠다.

"유이 캐릭터가 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오버스럽지 않은 연기 톤으로 소화해낼 수 있는 배우가 박정민이라고 생각했어요. 기존에 '오피스'에서 박정민과 같이 작업해 봤기에, 제가 정확하게 설명하지 않아도 박정민 스스로 사전에 준비를 많이 해 온다는 걸 알고 있었죠. 역시나 박정민은 인물에 갇히지 않고 유이라는 캐릭터를 본인만의 색깔로 표현하더라고요. "

관객들의 사랑을 받은 '신세계'의 주역 황정민, 이정재가 다시 뭉친 만큼 이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을까.

"사실 캐스팅 단계에선 '신세계'가 별로 의식되진 않았어요. 근데 점점 '신세계'가 언급되니까 '아직도 '신세계'를 기다리는 분이 많구나!' 저도 의식이 되면서 우리 영화의 기대치도 올라가고, 부담감이 들더라고요. 하지만 이번 영화는 작품도 캐릭터도 신세계와 달라요. 두 분이 완전히 다른 캐릭터로 등장하기에 우리 영화대로 관객분들이 좋아해 주시지 않을까 싶어요."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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