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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 없이 불태우겠다" 불혹의 이성우가 꾸는 꿈

등록 2020.08.03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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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경기 마지막이라고 생각, 심적 부담 없어"

마지막 꿈은 3루타

[서울=뉴시스] LG 트윈스 이성우. (사진=LG 제공)

[서울=뉴시스] LG 트윈스 이성우. (사진=LG 제공)

[서울=뉴시스] 김주희 기자 = 우리나이로 마흔, 현역 야구선수에겐 황혼과도 같은 나이다. 전성기를 훌쩍 지나 내리막길을 걷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 면에서 LG 트윈스 이성우(39)의 불혹은 조금 다르다.

백업 포수를 맡아 많은 경기에 나서지 못하면서도, 몇 차례나 인상적인 장면을 만들어 내고 있다. 지난 20년간 한 번도 쳐보지 못했던 결승 홈런과 그랜드슬램도 프로 21년 차에 터뜨렸다.

"후회와 미련을 남기지 않겠다"는 다짐을 지키며 어느 때보다 뜨거운 시즌을 불태우는 중이다.

올 시즌 그의 성적은 2일 현재 35경기 타율 0.300(40타수 12안타), 3홈런 10타점이다. 소질이 없는 줄만 알았던 타격에서 모두를 하는 성적을 내고 있다. 지난해까지 통산 4홈런에 그쳤지만 올해는 시즌 절반 만에 3개의 아치를 그렸다.

이성우는 "마지막이라고 생각해서인지 심적으로 쫓기는 게 없다. 매 경기 후회 없이, 미련 없이 하려고만 한다"면서 "어차피 내가 타율 3할 이상을 칠 것도 아니고, 10홈런을 기록할 것도 아니지 않나. 결과에 대한 부담이 없어지니 타석에서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뒤늦게 얻은 깨달음이다. 2000년 LG에 육성선수로 입단했던 그는 1년 만에 방출됐다. 이후 SK 와이번스와 KIA 타이거즈, 다시 SK를 거쳤고 지난해 다시 LG로 돌아왔다. 선수 생활 내내 주전을 차지하지 못했던 만큼 더 좋은 성적을 내야 한다는 부담감을 떨칠 수 없었다.

그는 "백업을 오래 하고, 1, 2군을 수없이 오가다 보니 한 타석에서 결과를 내야 한다는 생각이 컸다"고 떠올렸다.

이제는 아니다. 성적이라는 '숫자'보다는 스스로 돌아봤을 때 후회 없는 경기를 하기 위해 집중한다.

이성우는 "매 경기가 마지막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경기에 임하고 있다. 솔직히 타율은 신경 쓰지 않는다. 포수다 보니 포일이나 도루 저지에 관심을 두고 있다. 이런 수치에서는 아직 경쟁력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설명했다.

그의 강점인 수비와 노련한 포수 리드에 대해선 수장도 엄지를 치켜든다.

류중일 LG 감독은 "성우는 방망이도 잘 치고, 포수 리드도 잘한다. 투수들에게 힘을 주는 메시지를 많이 던지더라. 이런 부분이 후배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많이 준다"면서 이성우의 능력을 높이 평가했다.

남은 시즌에도 이성우의 목표는 한결같다.

"살다 보면 '후회와 미련 없이 하자'고 마음먹어도 지나고 나면 '더 해볼걸' 하는 후회가 남기 마련이긴 하다. 그래도 내 마음은 항상 똑같다. 한 타석을 나가든, 1이닝 수비를 나가든, 후회와 미련을 남기지 않도록 불태우고 싶다"고 의욕을 드러냈다.

선수 생활을 '멀리' 보고 있지도 않다. 욕심이 없다기보다 당장 지금에 최선을 다하기 위해서다.

이성우는 "나는 백업 선수다. 수비가 안 되면 선수는 그만둬야 한다"면서 "내가 더 뛰고 싶다고 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항상 오늘, 내일, 올해만 생각한다"고 다부지게 말했다.

'빈 마음'으로, 주어진 경기에만 최선을 다하기로 마음을 먹은 이성우도 의욕을 드러내는 기록이 있다. 바로 3루타다. 이성우의 통산 3루타는 '0'이다.

이성우는 "지금까지 야구를 하면서 3루타를 쳐본 적이 없다. 초등학교 때는 내 달리기가 빠른 줄 알았는데, 중학교부턴 러닝을 하면 뒤처져서 느리다는 걸 깨닫고 현실을 받아들였다"고 했다.

그래도, 언젠가 안타를 치고 내달려 3루에 안착하고 싶은 꿈이 있다. 후회를 남기지 않고 싶은 그는 "최선을 다해 뛰어보겠다"며 환하게 웃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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