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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소리꾼 고영열 "국악, 위대한 음악 '팬텀싱어3'로 깨달아"

등록 2020.08.02 10:31:57수정 2020.08.03 07:4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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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우승팀 '라비던스'로 호평..

쿠바-그리스 노래 넘나들며 국악 확장성 보여

"BTS 슈가, 대취타 접목 노래 감사 좋은 현상"

[서울=뉴시스] 고영열. 2020.08.02. (사진 = 헬로아티스트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고영열. 2020.08.02. (사진 = 헬로아티스트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팬텀싱어3' 심사위원 김이나는 "단소 같았어요 처음에. 바람 소리 많이 들어간 대나무 숲에서 나는 소리 같고"라는 극찬했다. 비록 준우승에 그쳤지만 그가 속한 '라비던스'(고영열·존노·김바울·황건하) 팀은 독창적이었고 화제성은 우승팀 '라포엠' 못지않았다. 그 가운데 멤버인 '소리꾼' 고영열은 독보적인 소리로 주목받았다.

최근 상암동에서 만난 '라비던스' 고영열은 ""팬텀싱어3' 출연 이전과 이후에 딱히 크게 변한 것은 없다.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더 생긴 만큼 기대에 보답해야 하니까, 해야 할 숙제가 더 생겼다"라며 겸손함을 보였다.

고영열은 이미 4년 전부터 국악계에서는 '판소리계의 라이징스타'라 불렸다. 국립창극단 단원인 김준수와 함께 에스닉퓨전밴드 '두번째달' 앨범 '판소리 춘향가'에 참여하며 이름을 알렸다. 판소리를 무지갯빛으로 만든 수작이다. 이후 김준수와 함께 '국악계 아이돌' 대표주자가 됐다.

지난 4월 '팬텀싱어3' 첫 등장 때 피아노 병창, 즉 피아노를 직접 연주하며 들려준 판소리'춘향가' 중 '사랑가'는 이미 지난 2016년 국립극장 우리 음악 축제 '여우락 페스티벌'에서 선보인 것이었다.

이후 고영열의 활동 반경은 경계가 없었다. 듀오 '옥상달빛'과 협업하기도 했고 KBS 2TV '불후의 명곡-전설을 노래하다'의 '김현철 편'에서는 걸그룹 '오마이걸' 승희와 듀엣을 부르기도 했다.

[서울=뉴시스] 고영열. 2020.08.02. (사진 = 헬로아티스트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고영열. 2020.08.02. (사진 = 헬로아티스트 제공) [email protected]

이렇게 소리꾼과 국악의 스펙트럼을 넓혀온 고영열은 그럼에도 이번 '팬텀싱어3'의 출연으로, 기존 자신이 갖고 있던 편견이 더 깨졌다고 했다.

전위적 소리꾼으로 통하는 그가 국악에 갖고 있던 편견은 무엇일까. "국악이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확장성을 갖고 있었다"고 했다.

고영열은 이번 '팬텀싱어3'에서 쿠바, 그리스 노래를 넘나들며 코로나19 시대에 목소리 하나로 세계 여행을 할 수 있게끔 만들었다. 소리꾼의 목소리가 이처럼 변화무쌍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모든 음악은 하나로 통하더라고요. 그간 제가 안 해서 몰랐던 것이었어요. '팬텀싱어3'에 출연하면서 새로운 것을 느끼고 이해를 하다 보니, 국악이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확장성이 넓다는 것을 깨달았죠. 대단한 음악이고 위대한 음악인데, 제 스스로 과소 평가를 했었습니다."

고영열은 이번 '팬텀싱어3' 출연으로 월드뮤직에 더 관심을 갖게 돼 이탈리아, 아프리카 등의 전통 노래를 듣는다. "이전까지 국악을 하는 사람으로 다른 나라의 전통음악을 들어도 될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듣고 보니 다 하나로 연결이 되더라고요. 예를 들어, (포르투칼에) 파두라는 장르가 있는데 국악과 닮아 있어요. 한 나라의 아픈 역사가 묻어 있어, 역시 아픈 역사를 갖고 있는 우리와 감정의 유대감이 생겼죠."

고영열은 판소리계에 벼락처럼 등장했다. 수영 선수를 꿈꾸던 그는 폐활량을 늘리기 위해 판소리를 시작했는데 결국 운명처럼 소리꾼이 됐다. 물의 세계를 팔·다리·몸으로 헤엄치는 대신 소리의 세계를 목소리로 유영하고 있다.

[서울=뉴시스] 고영열. 2020.08.02. (사진 = 헬로아티스트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고영열. 2020.08.02. (사진 = 헬로아티스트 제공) [email protected]

동시에 창작 활동을 하고 악기 연주에도 능한 만능 재주꾼이다. 북을 비롯한 거문고, 가야금, 해금 등 국악기는 물론 트럼펫, 미디 등을 자유자재로 듣는다. 루이스 암스트롱처럼 트럼펫을 부르며 멋지게 노래도 병행하고 싶단다.

젊은 소리꾼이 재즈 거장을 롤모델로 삼는 것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이유는 그가 영향을 받거나 주로 들었다고 거명한 뮤지션의 면면을 보면 이해가 간다.

그중 가장 눈길을 끄는 뮤지션은 영국 싱어송라이터 벤자민 클레멘타인이다. 흑인인 그는 주로 피아노 반주 같은 담백한 연주를 바탕으로 솔풀한 노래를 들려준다. 피아노 병창을 하는 고영열로부터 솔풀함을 느낀 건 우연이 아닌 셈이다.
 
고영열은 소리꾼으로서 정체성이 뚜렷하다. 소리꾼으로 불리는 것이 음악적 색깔의 스펙트럼을 오히려 한정짓는 것이 아니냐는 물음에 고영열은 "제 정체성이니 소리꾼으로 불리는 것이 좋고 당연하다"고 긍정했다. "제가 판소리를 시작한 것은 이렇게 좋은 국악을 친구들에게 알려주고 싶어서였어요. 창작을 하고 다양한 악기를 연주하느 것도 마찬가지 이유죠."

그래서 그룹 '방탄소년단'(BTS) 슈가의 솔록곡 '대취타'처럼 국악을 접목한 다양한 음악에 대해 감사한 마음이 크다. "국악을 평생해온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보는 시선을 주거든요. 게다가 대취타 같은 경우는 아시는 분들이 많지 않은데, 슈가 씨 덕분에 많은 분들이 알게 됐잖아요. 곡 자체도 너무 좋고요. 국악인이 아닌 분들이 국악에 관심을 갖고 창작을 하시는 것만으로도 너무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해요."

[서울=뉴시스] 고영열. 2020.08.02. (사진 = 헬로아티스트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고영열. 2020.08.02. (사진 = 헬로아티스트 제공) [email protected]

이처럼 열린 마음 덕에 아직 서른살도 안 된 고영열을 롤모델로 삼는 후배들이 늘어나고 있다. 독보적인 목소리로 독자적인 활동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국공립 예술단체 입단 문은 점점 좁아지고, 갈수록 설 무대가 없어지는 상황에서 고영열의 이런 행보는 희망을 준다.

"저도 길을 헤매였어요. 국공립 단체에 시험을 보기도 하고, 창작활동을 하면서 어려움에 부딪히기도 했죠. 그런데 그 때마다 '고집'이 통했어요. 제 의지와 생각이 분명했죠. 가장 중요한 것은 새로운 것에 대해 고집도 부릴 줄 알고, 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거예요. 흔들리지 않고요."

한편 고영열은 오는 15~17일 서울 회기동 경희대학교 평화의전당에서 열리는 '팬텀싱어3' 콘서트에 출연한다. 1위 라포엠(박기훈, 유채훈, 정민성, 최성훈), 2위 라비던스(고영열, 김바울, 존노, 황건하), 3위 레떼아모르(길병민, 김민석, 김성식, 박현수)가 출연한다.

또 고영열은 국립합창단이 14~15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여는 '국립합창단 광복절기념 합창축제'의 첫째 날에 창작 칸타타 '나의 나라'에서도 묵직한 소리를 들려준다. 같은 달 19일 경기아트센터 국악원에서는 단독 무대도 선보인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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