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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집엔 언제 돌아가려나" 충북 수해 이재민들 '악몽'

등록 2020.08.04 16:2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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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성=뉴시스]강신욱 기자 = 지난 2일 예기치 못한 집중호우로 집에서 긴급 대피해 4일 임시주거시설이 마련된 충북 음성군 삼성면 삼성중학교 체육관에서 사흘째 생활하는 이재민들이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2020.08.04.  ksw64@newsis.com

[음성=뉴시스]강신욱 기자 = 지난 2일 예기치 못한 집중호우로 집에서 긴급 대피해 4일 임시주거시설이 마련된 충북 음성군 삼성면 삼성중학교 체육관에서 사흘째 생활하는 이재민들이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2020.08.04. [email protected]

[음성·제천=뉴시스] 강신욱 조성현 기자 =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집이 너무도 그리워요."

4일 충북 음성군 삼성면 삼성중학교 강당에 마련된 임시거주시설에서 생활하는 수해 이재민들은 집이 '보금자리'인 것을 새삼 느낀다.

지난 2일 오전 예기치 못한 폭우가 쏟아져 정신없이 몸만 가까스로 빠져나왔다.

이 곳 임시거주시설에는 삼성면 용대리·덕정리·대사리·대야리·양덕리 마을 주민 24가구 56명이 거처하고 있다.

산사태로 주택이 침수되면서 사흘째 낯선 시설에서 생활하다 보니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A(75·여)씨는 "늘 자던 집이 아닌 곳에서 있으려니 잠자리가 가장 힘들다. 이동세탁기로 빨래를 해줘서 그나마 다행"이라며 "사흘밖엔 안 됐지만 집이 왜 이리 그리운지……"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곳에는 1평 정도 되는 텐트 29동이 설치돼 있다.전국재해구호협회·대한적십자사가 지원했다.
[제천=뉴시스]조성현 기자 = 4일 충북 제천시 봉양읍에서 취재진을 만난 주민 송모씨는 지난 2일 집중호우가 1972년 물난리 이후 처음으로 겪는 악몽이었다며 긴박했던 당시 상황을 떠올리고 있다. 2020.08.04.  jsh0128@newsis.com

[제천=뉴시스]조성현 기자 = 4일 충북 제천시 봉양읍에서 취재진을 만난 주민 송모씨는 지난 2일 집중호우가 1972년 물난리 이후 처음으로 겪는 악몽이었다며 긴박했던 당시 상황을 떠올리고 있다. 2020.08.04. [email protected]

수년 전 수도권에서 귀촌한 B(70·여)씨는 "아침에 일어나 밖엘 나왔다가 산사태로 위에서 물이 쏟아지는 걸 보고 급히 피했다"며 "자식들에게 나눠주려고 그동안 부추며 파며 옥수수며 열심히 가꿨다. 그날 아들네가 오기로 했는데 토사가 밭을 덮쳐 망쳤다"고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어 "그래도 이렇게 다치지 않고 무사한 것에 위안을 삼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C(83·여)씨는 "시집온 지 60년이 넘도록 이런 물난리는 처음이다. 24년 전에도 물난리를 겪긴 했어도 이번 같진 않았다”"고 당시 폭우의 실상에 몸서리쳤다.

90세의 D(여)씨는 아들·며느리·손자 도움으로 무사히 대피했다.

며느리 E(57)씨는 "집이 고지대에 있어서 침수는 되지 않아 다행이긴 하지만 다른 집들이 많이 침수돼 걱정"이라고 말했다.

비가 그치면 이재민 가운데 남성들은 마을에 가서 응급복구 작업을 하느라 임시거주시설에는 여성이 대부분이다.
[음성=뉴시스]강신욱 기자 = 지난 2일 예기치 못한 집중호우로 집에서 긴급 대피한 충북 음성군 삼성면 주민들은 4일 삼성중학교 체육관에 마련된 임시주거시설에서 사흘째 생활하고 있다. 2020.08.04.  ksw64@newsis.com 

[음성=뉴시스]강신욱 기자 = 지난 2일 예기치 못한 집중호우로 집에서 긴급 대피한 충북 음성군 삼성면 주민들은 4일 삼성중학교 체육관에 마련된 임시주거시설에서 사흘째 생활하고 있다. 2020.08.04. [email protected] 

대한적십자사, 주민자치위원회, 새마을부녀회 등에서는 이재민들에게 음식 제공과 빨래 봉사, 심리상담 등으로 아픔을 함께 나눈다.

조성복 삼성라이온스클럽 회장은 "어제 식사 봉사를 하다 어르신들의 잠자리를 위해 오늘 이불 100채를 구매해 가져 왔다"며 "비가 그치고 하루빨리 복구해 이재민들이 다시 집에서 편하게 지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양은주 삼성면 복지팀장은 "각 기관·단체에서 봉사활동으로 이재민들이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날 제천시 봉양읍 봉양초등학교 강당의 이재민 임시거주시설 자원봉사자는 "이재민이 많진 않지만 한동안 많은 비가 예보돼 걱정"이라며 "이재민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힘껏 돕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곳에는 텐트가 지원되지 않아 강당 바닥에 매트리스와 이불만 놓여 음성 삼성중 강당의 텐트 시설과 대조를 보였다.

칸막이도 없어 사생활 침해 논란이 일 수밖에 없다. 관계당국의 조속한 조처를 바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제천=뉴시스]조성현 기자 = 충북 제천시가 봉양초등학교 강당에 마련한 임시거주시설은 텐트가 제공된 다른 지역과 달리 칸막이 없는 매트리스와 이불만이 바닥에 놓여 있다. 바닥 대형 플라스틱 통에는 천장에서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가 무척 거슬린다. 2020.08.04.  jsh0128@newsis.com

[제천=뉴시스]조성현 기자 = 충북 제천시가 봉양초등학교 강당에 마련한 임시거주시설은 텐트가 제공된 다른 지역과 달리 칸막이 없는 매트리스와 이불만이 바닥에 놓여 있다. 바닥 대형 플라스틱 통에는 천장에서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가 무척 거슬린다. 2020.08.04.  [email protected]

강당 천장에서 떨어지는 빗방울이 대형 플라스틱 통에 떨어지는 소리도 귀에 거슬린다.

봉양읍 주민 송모(80·여)씨에게 지난 2일은 악몽이었다.

송씨는 "1972년쯤인가 그때 한 번 물난리가 난 뒤 이런 적은 처음"이라며 "배수로와 하수도가 역류해 사방팔방에서 분뇨가 흘러나왔다"고 회상했다.

이어 "새벽부터 바가지를 이용해 한 서너 시간은 물을 퍼낸 것 같다"며 "차단기가 내려가 앞도 잘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물만 연신 퍼냈다"고 말했다.

송씨는 "배수로 정비가 시급한 것 같다. 배수로가 막히지 않았다면 물은 역류하지 않았을 것"이라고도 했다.

충북에서는 이번 호우 피해로 지금까지 284가구 555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아직 222가구 424명이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임시거주시설에서 생활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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