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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대로]6·25전쟁 맹활약 '지리산함' 침몰시킨 건 적함 아닌 기뢰

등록 2020.08.08 10: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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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함, 전쟁 당시 인천상륙작전 등 활약

맹활약하던 지리산함, 북한군 기뢰에 침몰

기뢰 단 1발만으로도 적 함정 치명타 가능

해군 5전단 52기뢰전대, 기뢰전함들 운용

[서울=뉴시스] 지리산함. 2020.07.31. (사진=보훈처 제공)

[서울=뉴시스] 지리산함. 2020.07.31. (사진=보훈처 제공)


※ '군사대로'는 우리 군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전하는 연재 코너입니다. 박대로 기자를 비롯한 뉴시스 국방부 출입기자들이 독자들이 궁금해할 만한 군의 이모저모를 매주 1회 이상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국가보훈처가 올해 8월의 6·25전쟁 영웅으로 선정한 인물들은 지리산함(PC-704함) 57용사다. 용맹함을 자랑하던 지리산함과 57용사를 무너뜨린 것은 바다에서 맞서던 적함이 아닌 부지불식간에 맞닥뜨린 기뢰(機雷)라는 무기였다.

지리산함은 6·25전쟁이 발발하기 직전 우리 해군이 도입한 최초의 전투함 4척(백두산함, 금강산함, 삼각산함, 지리산함) 중 하나다. 지리산함은 우리 해군에서 운용 기간이 가장 짧은 군함이다. 운용 기간은 짧지만 지리산함이 세운 공은 어떤 함정보다 크다. 지리산함은 6·25전쟁 중 거의 모든 해전에서 활약하다가 전쟁이 끝나기도 전에 장렬히 산화했다.

지리산함은 1950년 7월 처음 배치된 직후부터 전선에 투입됐다. 지리산함은 1950년 8월 덕적도·영흥도 탈환 작전에서 인천상륙작전을 위한 관문을 열었다. 인천상륙작전이 시작되자 지리산함은 해안가 바로 앞에서 포사격을 하며 상륙을 도왔다. 이 같은 모습은 해안에서 멀리 떨어져 지원 사격을 했던 다른 함정과는 거리가 있었다.
 
지리산함은 1951년 1월 황해도 월사리에서는 피난민과 유격대원을 구조하는 전공을 세웠다. 항상 일선에서 활약하는 모습 때문에 당시 함께 작전에 투입됐던 연합군 해군은 지리산함에 '고추함(hot pepper ship)'이란 별명을 붙였다.

이처럼 용맹했던 지리산함과 승조원들도 천하무적은 아니었다.

[서울=뉴시스] 기뢰 종류. 2020.08.05. (그림=방위사업청 제공)

[서울=뉴시스] 기뢰 종류. 2020.08.05. (그림=방위사업청 제공)

지리산함은 동해 경비 작전에 임하라는 해군 본부 작전 명령 제430호에 따라 1951년 12월24일 오전 10시 부산을 출항해 25일 원산 해역에서 삼각산함과 교대했다.

지리산함은 북한군이 야간에 트럭으로 원산항 부근으로 기뢰·지뢰를 운반하고 있다는 정보에 따라 기뢰 부설 저지를 위해 야간 경비 작전을 수행했다. 이 과정에서 지리산함은 12월26일 새벽 북한군의 기뢰에 접촉돼 침몰했다. 이태영 함장 등 승조원 57명 모두가 전사했다.

지리산함을 침몰시킨 기뢰는 수중 무기 중에서 비교적 부설하기 쉽고 제작·운용비용이 저렴한 무기다. 은밀성이 우수하고 폭발력도 강력한 편이다.

기뢰는 기계수뢰(機械水雷)의 준말이다. 기뢰는 해저나 수중 또는 수면에서 함정과 접촉하거나 감응해 폭발함으로써 함정에 손상을 주거나 함정을 격침시킨다.

기뢰는 단 1발만으로도 적 함정에 치명타를 가할 수 있다. 기상 조건에 관계없이 장기간 은폐 상태로 적의 침입을 감시할 수 있다. 부지불식간에 폭발할 수 있다는 공포감을 조성해 적 사기를 저하시키고 전쟁 의욕을 감소시킨다. 적은 수의 기뢰만으로도 적 세력에 대항할 수 있다는 것 역시 장점이다.

다만 기뢰는 표적이 접근할 때까지 기다려야 해 즉각적인 효과가 없다. 아울러 아군이나 우군 함정에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 종전 후 처리하기 쉽지 않다는 점 등은 단점이다.

[서울=뉴시스] 해저기뢰와 계류기뢰. 2020.08.05. (사진=방위사업청 제공)

[서울=뉴시스] 해저기뢰와 계류기뢰. 2020.08.05. (사진=방위사업청 제공)

기뢰가 실전에서 두각을 드러낸 것은 미국 남북전쟁부터다. 당시 해군력이 열세였던 남군은 기뢰를 부설해 북군 함정을 침몰시켰다. 남북전쟁 중 함정 30여척이 기뢰 때문에 침몰됐다.

제1차 세계대전에서는 기뢰 24만발이 쓰였다. 1918년 북해 기뢰 봉쇄 작전에서 북해에 100해리에 걸쳐 기뢰 7만여발이 설치됐고 독일 U-보트 6척이 침몰됐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는 기뢰 70만발이 설치돼 추축국 함정 1316척, 연합군 함정 1118척이 손상을 입었다.

6·25전쟁에서는 유엔군이 기뢰 피해를 많이 입었다. 북한군이 열세인 해군 전력을 만회하기 위해 기뢰를 적극적으로 활용했기 때문이다. 당시 북한군은 원산 근해에 기뢰 3000여발을 부설했다. 유엔군은 기뢰 대항 작전을 펼쳤지만 지리산함을 포함한 많은 함정이 기뢰 접촉으로 침몰했다.

기뢰 종류는 다양하다. 닻에 달려 일정한 수심을 유지하도록 설계된 계류기뢰, 부력 없이 해저에 고정된 해저기뢰, 파도와 조류에 따라 떠다니는 부유기뢰가 있다.

발화 방식별로는 함정에 접촉 후 폭발하는 접촉기뢰, 함정에서 나오는 자기·음향·압력에 대한 감응으로 터지는 감응기뢰, 원격 조종에 의해 폭발하는 조종기뢰 등이 있다.

실전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기뢰는 해저기뢰와 감응기뢰다.

감응기뢰 중 자기감응기뢰는 함정의 움직임에 따른 지구 자기장의 변화를 감지해 폭발한다. 음향감응기뢰는 함정이 운항할 때 발생하는 엔진이나 프로펠러의 기계소음 또는 물의 마찰에서 발생하는 유체소음 등을 감지해 터진다. 압력감응기뢰는 함정이 움직일 때 발생하는 미세한 수압 변화를 감지해 폭발한다.

[서울=뉴시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자기감응기뢰. 2020.08.05. (사진=방위사업청 제공)

[서울=뉴시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자기감응기뢰. 2020.08.05. (사진=방위사업청 제공)

이처럼 기뢰가 위력적이다 보니 기뢰를 제거하는 소해(掃海) 기술도 발달했다. 기뢰 제거 임무를 수행하는 해군 함정은 소해함이라 불린다. 소해함은 해군 전력의 흑진주로 불린다.

소해함은 가변심도 음탐기를 이용해 기뢰를 탐색하고 찾아낸 기뢰를 소해장비로 제거한다.

부유기뢰나 계류기뢰를 제거할 때는 기계에 연결된 케이블을 절단한 후 폭파시킨다. 자기감응기뢰나 음향감응기뢰의 경우 복합소해장비로 음파와 자기장을 형성해 터뜨려야 한다.

소해 작업의 위험성 때문에 소해함은 특수 재질로 건조된다. 일반 함정은 튼튼하면서 가벼운 강철과 알루미늄 합금으로 만들어지지만 소해함은 섬유강화 플라스틱으로 건조된다. 플라스틱 소재는 자기장 세기를 최소화하고 부식이 없으며 내구성이 강해 기뢰 폭발로 인한 침몰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소해함에 타는 인원에게는 특별한 수칙이 있다. 소해 작업에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해 자기장 발생을 최소화해야 한다. 이 때문에 자기를 띠는 물질, 즉 자성체가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 승조원들의 주머니 속까지 철저히 검사가 이뤄진다. 함정과 부두를 연결한 현문(舷門)에는 철제 물품 반입을 막기 위해 자성 측정기가 비치된다.

우리 해군에서 기뢰를 전담하는 부대는 5전단 52기뢰전대다. 이들은 우리 군에서 기뢰전함을 운용하는 유일한 부대다.

[서울=뉴시스] 소해함 양양함. 2020.08.05. (사진=방위사업청 제공)

[서울=뉴시스] 소해함 양양함. 2020.08.05. (사진=방위사업청 제공)

기뢰전함은 전시 적 항만 봉쇄를 위해 기뢰를 부설하는 기뢰부설함과 적 기뢰를 탐색·제거하는 기뢰탐색함과 소해함으로 구성된다.

우리 해군의 기뢰부설함은 원산함과 남포함이다. 6·25전쟁 때 우리 해군이 기뢰전을 수행한 북한 지역 명을 따서 이름이 붙여졌다. 2017년 6월 투입된 남포함은 국산 기술로 개발한 자동 기뢰부설 체계와 선체 고정 음파 탐지기, 레이더, 어뢰, 76㎜ 함포 등을 갖췄다.

해군이 운용 중인 기뢰탐색함은 강경함·강진함·고령함·김포함·고창함·김화함 등이다. 1986년 투입된 강경함은 유리강화섬유를 선체에 적용했다. 기뢰탐색함들은 기계식 소해구와 무인기뢰처리기를 갖췄다.

소해함은 양양함·옹진함·해남함이다. 소해함은 기계식·감응식 소해구와 무인기뢰처리기를 탑재했다.

52기뢰전대는 평시에는 동해·서해·남해에서 기뢰를 탐색하며 우리 선박의 해상 항로 안전을 보장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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