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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추석때 오대쌀 보기 힘들겠네" 철원 농민들 망연자실

등록 2020.08.07 13: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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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탄강 둑 넘쳐 '곡창' 철원평야 뻘밭·자갈밭으로

최고 759㎜ 역대급 '물폭탄'에 논 281.3㏊ 물에 잠겨

[철원=뉴시스] 김경목 기자 = 오창석(73)씨가 7일 오전 강원 철원군 동송읍 이길리 경작 논에서 쓰러진 벼에 붇은 진흙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2020.08.07.photo31@newsis.com

[철원=뉴시스] 김경목 기자 = 오창석(73)씨가 7일 오전 강원 철원군 동송읍 이길리 경작 논에서 쓰러진 벼에 붇은 진흙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2020.08.07.photo31@newsis.com

[철원=뉴시스] 김경목 기자 = "추석이 코앞인데 어쩌면 좋아…"

수해 피해를 당한 강원도 철원 농민들이 시뻘건 뻘밭과 자갈밭이 된 철원평야를 바라보며 망연자실하고 있다.

7일 철원군에 따르면 이번 역대급 장맛비로 논 281.3㏊가 물에 잠긴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피해 복구와 함께 정밀조사가 마무리되면 피해 면적은 늘면 늘었지 줄어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피해가 가장 컸던 이길리 지역의 일부 논은 한탄강의 거센 물살이 둑을 휩쓸면서 돌 망태기의 자갈돌이 논으로 밀려들었다.

그야말로 뻘밭과 자갈밭이 돼 수확은 커녕 논 전체를 중장비로 들어내야 할 판이다.

침수가 됐던 논 역시 낟알이 여물기 전에 물에 잠긴 탓에 생육성장 저하로 이어져 쌀 수확량은 전년대비 반토막이 날 것으로 우려된다.

농민들은 '오대쌀'로 유명한 철원의 특산품에 생채기가 난 것에 대해 아파했다.

[철원=뉴시스] 김경목 기자 = 한탄강 둑이 무너지면서 망태기의 자갈돌과 토사가 논으로 밀려들어 온통 뻘밭이 됐다. 2020.08.07.photo31@newsis.com

[철원=뉴시스] 김경목 기자 = 한탄강 둑이 무너지면서 망태기의 자갈돌과 토사가 논으로 밀려들어 온통 뻘밭이 됐다. 2020.08.07.photo31@newsis.com

이길리에서 3년째 논 농사를 짓고 있는 오창석(75)씨는 쓰러진 벼에 묻은 진흙을 손으로 만지작거리며 한숨을 내셨다.

"쓰러진 벼를 일으켜 세우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닌데 이 넓은 논의 벼에 묻은 진흙을 일일이 물을 뿌려 씻어줄 수도 없고 큰일이야, 낟알이 제대로 여물지도 걱정이고, 추석이 내일 모레인데…"라며 시름에 잠겼다.

이길리에 사는 박혜정(58·여)씨 부부도 30여년째 벼농사를 짓고 있다.

박씨는 "예전 1996년 1999년에 이어 이번에 또 물난리를 겪게 됐다"며 "올해 농사는 다 망쳤다"고 허탈해했다.

그는 "오대쌀의 명성도 생채기가 난 것 같아서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한편 철원기상대에 따르면 이번 장맛비가 내리기 시작한 지난달 31일 오후 6시부터 지난 6일 오후 4시까지 철원에 내린 누적강수량은 520.1㎜, 이길리가 속한 동송읍의 장흥리 일대에는 759.0㎜의 역대급 장맛비가 내렸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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