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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 변주되는 공간…영화관으로 들어온 연극·뮤지컬

등록 2020.08.07 09: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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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연극 '늙은 부부 이야기'. 2020.08.07. (사진 = 예술의전당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연극 '늙은 부부 이야기'. 2020.08.07. (사진 = 예술의전당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연극 '늙은 부부 이야기'(연출 위성신)는 노인의 애정 행각에 대한 '심리적 저지선'을 기분 좋게 무너뜨린다. 2003년 초연 이후 '황혼 로맨스' 또는 '황혼 노(老)맨스'의 정석이라 불리는 이유다.

바람기가 다분한 할아버지 '박동만'이 '욕쟁이' 할머니 '이점순'에게 구애하는 장면은 주책맞다기 보다는 곰살맞다. 노인의 성(性)에 대해서 다루는 것도 남세스럽지 않다.

다만 첫사랑보다 더 설레게 하는 봄을 시작으로 뜨거운 여름, 무르익은 가을을 지나 삶의 시소가 확실히 죽음으로 기우는 겨울로 종종 걸음을 치닫는 계절감은 한 공연장에 갇힌 연극의 특성상 표현하기 힘들었다.

지난 6일 오후 2시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언론 배급 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공연영화 '늙은 부부이야기: 스테이지 무비'는 연극의 물리적 한계를 뛰어 넘는 서정적 쾌감을 안겼다.

예술의전당이 작년 9~10월 자유소극장에 대학로의 덕우기획과 손 잡고 올린 '늙은 부부 이야기' 버전을 영상화 작업한 작품.

보통 공연영상은 카메라 각도를 다르게 해서 실황으로 담아낸다. 그런데 오는 19일 전국 영화관에서 개봉 예정인 '늙은 부부이야기 : 스테이지 무비'는 기존 공연영상을 뛰어넘는 편집을 시도했다.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넘어가는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도록 외부에서 촬영한 자연환경 장면을 '인서트 컷'으로 넣었다.

한국영화 '프로듀서 1세대'로 통하는 영화 기획·제작자 출신인 유인택 예술의전당 사장이 관객에게 어떻게 하면 공연 영상을 생동감이 있게 더 전달할지 고민한 결과물이다.

예술의전당이 2013년 지역 문예회관과 영화관에 상영할 수 있도록 공연예술을 영상화해온 '싹 온 스크린'의 변주이기도 하다.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싹 온 스크린'은 올해 처음 온라인 스트리밍을 했는데, 한발 더 나아가 '스테이지 무비'는 공연영상 플랫폼의 다양성을 확보했다.

웰메이드 공연영상의 존재 가치는 관객이 공연장에서 경험하지 못한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영국 국립극장의 공연 영상화 브랜드인 ' NT라이브'는 연극 '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 영상에서 공연장 객석에서는 볼 수 없는 무대 바닥을 '버드 아이 뷰 숏'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이를 위해 공연의 연출가와 영상의 연출가의 긴밀한 협업은 필수인데, '늙은 부부이야기 : 스테이지 무비'는 공연 연출가 위성신, 영상 연출가 신태연이 호흡을 맞췄다.

거대한 스크린을 통해 봐도 흔들림 없는 연기력을 보여준 박동만 역의 김명곤, 이점순 역의 차유경의 연기는 명불허전이었다.

특히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출신인 김명곤이 박동만으로서 어릴 적 꿈이 '문화부 장관'이었다며 떠는 능청은 일품이었다. '늙은 부부이야기: 스테이지 무비'는 지난 5월 '전주국제영화제' 초청작으로 온라인에서 상영되기도 했다.
[서울=뉴시스] 연극 '늙은 부부 이야기'. 2020.08.06. (사진 = 예술의전당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연극 '늙은 부부 이야기'. 2020.08.06. (사진 = 예술의전당 제공) [email protected]


코로나19가 오프라인에 큰 타격을 주면서 상반기 공연계도 다른 분야처럼 네이버 브이 라이브(V LIVE), 유튜브 등 온라인 플랫폼이 화두였다.

코로나19 관련 방역 대응이 좀 더 원활해지면서 하반기에 문을 여는 공연장이 하나둘씩 늘어나고 있지만 공연계는 여전히 공연 영상에 대해 뜨거운 구애 중이다.

다만 예술의전당 '늙은 부부이야기 : 스테이지 무비'처럼 영화관 등으로 관심이 옮겨가고 있다.

이미 2015년 6월 영화사 숨이 연극 공연과 영화의 협업을 표방한 'DnC 라이브(Live)'를 론칭, 연극 '혜경궁 홍씨'를 스크린으로 옮겨내기도 했다.

그때는 가능성을 실험하는 선택 단계였다면 코로나19 시대인 현재는 필수가 됐다. 공연은 한 공간에 모여, 지금은 그것도 띄어 앉기를 통해 한정된 인원만 지켜볼 수 있는 반면 영화는 스크린이 확보되고 수요층만 확보된다면 좌석을 수없이 늘릴 수 있다.

이런 흐름을 타고 연극뿐만 아니라 뮤지컬도 극장에서 상영된다. 멀티플렉스 CGV는 매달 2편의 검증된 국외 뮤지컬 실황을 전국 극장에서 상영하는 '월간 뮤지컬'을 시작했다.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향수가게에서 사랑을 키워가는 앙숙 이야기 '쉬 러브즈 미'를 지난 5일 스크린에 내 걸었고 지구온난화에 맞서 싸우는 돌연변이 녹색 슈퍼히어로 이야기를 다룬 '톡식 어벤져'를 오는 19일부터 상영한다.

메가박스 등의 극장들은 유럽과 미국의 주요 오페라, 대형 오케스트라 공연 등을 일찌감치 영화관에서 상영해왔다. 비용 문제 등으로 보기 힘든 해외 유명 오페라·클래식 공연을 저렴하게 볼 수 있어 마니아들의 지지를 받았다.

이번 연극, 뮤지컬 영화관 상영은 특정 마니아보다 더 많은 관객을 겨냥한다는 점에서 코로나19 시대에 연극·뮤지컬의 플랫폼을 확장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예술의전당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침체된 공연과 영화 콘텐츠 시장에 국내 창작 연극의 영상화로 플랫폼을 변동·확장하는 새로운 돌파구를 제시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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