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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루트 폭발' 레바논 정치지형 흔들까…野 총공세

등록 2020.08.06 17:3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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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니파 하리리 전 총리, 국제사회 포함 진상조사 요구

現 디아브 내각, 경제난 수습 실패로 궁지 몰린 상황

시위대, 하리리·디아브 모두 적폐 지목…野 성공 불명

[베이루트=AP/뉴시스]맥사 테크놀로지스가 제공한 두 장의 위성사진에 지난 7월 31일 당시 레바논 베이루트 항구의 모습(위)과 대규모 폭발 다음 날인 5일(현지시간) 초토화된 베이루트 항구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2020.08.06.

[베이루트=AP/뉴시스]맥사 테크놀로지스가 제공한 두 장의 위성사진에 지난 7월 31일 당시 레바논 베이루트 항구의 모습(위)과 대규모 폭발 다음 날인 5일(현지시간) 초토화된 베이루트 항구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2020.08.06.

[서울=뉴시스] 이재우 기자 =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발생한 '인재(人災)'로 추정되는 대규모 폭발을 계기로 레바논 정치 지형이 바뀔지 관심이 모아진다.

5일(현지시간) 알자지라와 레바논 국영 NNA통신 등에 따르면 사드 하리리 전(前) 총리가 이끄는 수니파 연합 '미래운동(Future Movement)'은 이날 베이루트에서 긴급회의를 소집해 폭발 사고와 관련해 성역 없는 진상조사를 촉구하면서 투명성 보장을 위해 국제사회에 조사 참여를 요청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폭발 장소인 베이루트항 항만 창고가 레바논 다수당인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비밀 무기 저장고였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국제사회를 진상조사에 참여시켜야 한다는 주장은 정적(政敵)인 헤즈볼라를 압박하기 위한 정치적 행보로 풀이된다.

더구나 헤즈볼라는 유엔 특별재판소가 오는 18일 사드 하리리 전 총리의 부친인 라파크 하리리 전 총리를 암살한 혐의를 받은 대원 4명에게 유죄를 선고할 가능성이 높아 궁지에 몰려있는 상황이다. 헤즈볼라는 대원의 인도를 거부하고 있다.

하라리 전 총리는 지난해 10월29일 부패와 경제난에 분노해 일어난 반(反)정부 시위대에 떠밀려 낙마했다. 레바논은 치솟는 인플레이션과 실업률, 폭락하는 통화 가치라는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레바논은 국가 부채가 국내 총생산(GDP)의 170%에 달할 정도로 경제가 사실상 파탄난 상태다.

하지만 지난 1월 취임한 친(親)헤즈볼라 성향 후임 총리 하산 디아브가 금융 위기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여파로 경제난 수습에 실패해 지난 3월 사상 최초로 채무불이행을 선언하는 등 궁지에 몰리자 현 정권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이면서 총리직 복귀에 대한 욕망을 감추지 않고 있다.

하리리 전 총리는 5일 공개된 스페인 일간 엘파이스(EL PAÍS)와 인터뷰에서 레바논이 헤즈볼라의 친이란 정책으로 인해 고통 받고 있다고 비난한 뒤 경제 회복 등 일정 요건이 충족된다면 총리직에 복귀할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미국은 디아브 총리가 헤즈볼라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이유로 그간 지원에 소극적이다.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통화기금(IMF)과 구제금융 협상도 레바논 경제개혁 등에 대한 의견차로 답보 상태다.

다종교 국가로 극심한 갈등을 겪어온 레바논은 1975년부터 1990년까지 15년간 내전을 벌인 끝에 3대 종파인 기독교계 마론파와 이슬람 수니파, 시아파가 각각 대통령과 총리, 국회의장직을 분점하는 협정을 맺었다. 디아브 총리는 수니파 무슬림임에도 총리 임명 과정에서 미래운동의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다.

미래운동은 내각 구성 협상 과정에서 하리리 전 총리가 새로운 내각에서도 총리를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고 레바논 의회 다수를 점한 헤즈볼라와 그 동맹인 기독교 마론파는 이를 무시하고 교육부 장관 출신 무당파 기술관료 디아브를 총리로 세웠다.

다만 반정부 시위대가 디아브 총리와 헤즈볼라는 물론 하리리 전 총리와 미래운동까지 기존 정치 기득권 모두가 교체돼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하리리 전 총리의 행보가 성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하리리 전 총리의 부친인 라피크 하리리 전 총리는 내전 이후 경제 재건을 견인했다는 평가를 받지만 복구 과정에서 자행한 권력형 부패로 레바논 사회를 분열시켰다는 비판도 받는다. 하리리 전 총리가 물려받은 수니파 정치세력은 시위대로부터 청산해야할 기득권으로 지목 받고 있다.

더구나 하리리 전 총리가 국제사회의 개입을 요구하는 등 이번 폭발을 정치 이슈화하고 있지만 레바논 당국이 질산암모늄의 위험성을 인지하고도 방치했다고 지적 받는 기간 대부분은 그의 재임 기간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질산암모늄은 2013년 11월 베이루트항에 입항했고, 2014년 11월 베이루트항에 하역됐다.…
【베이루트=AP/뉴시스】지난해 4월22일(현지시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헤즈볼라 지지자들이 하산 나스랄라 헤즈볼라 최고 지도자의 연설을 동영상으로 시청하고 있다. 2020.08.06

【베이루트=AP/뉴시스】지난해 4월22일(현지시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헤즈볼라 지지자들이 하산 나스랄라 헤즈볼라 최고 지도자의 연설을 동영상으로 시청하고 있다. 2020.08.06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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