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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쓸통]최장 불경기, 언제까지 이어질까요

등록 2020.08.09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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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 2017년 9월부터 경기 하강…코로나19로 더 길어져

내수·경상수지 개선 등 긍정지표 등장하자 '하반기 반등론' 고개

"6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 상승폭, 그간 하락세 멈춘 정도" 분석도

[세쓸통]최장 불경기, 언제까지 이어질까요

[세종=뉴시스] 위용성 기자 = 최근 "경기 반등 조짐이 엿보인다"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들립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로 최악을 달렸던 경기가 바닥을 치고 이제 올라올 일만 남았다는 이야기들인데요. 글로벌 코로나19 재확산 여부가 여전히 최대 변수로 남은 가운데 수출 감소폭 축소, 소비 등 내수 지표 반등 등 긍정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지표들이 잇따라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우리 정부(통계청)가 설정하는 '기준순환일'이라는 게 있습니다. 보통 경기는 좋아지다 과열되면 쪼그라들고, 다시 좋아졌다 과열되면 쪼그라드는 상승·하강 사이클을 오갑니다. 기준순환일은 이 경기의 '정점'과 '저점'입니다. 저점에서 정점을 찍고 다시 저점이 돌아올 때까지를 1개 순환기로 보는데, 우리나라는 현재 2013년 3월을 경기 저점으로 시작하는 '제11순환기'에 속해 있습니다.

제11순환기의 정점은 2017년 9월입니다. 이 때 정점을 찍은 후 경기가 내리막길에 접어들었다는 의미입니다. 올해 7월까지 코로나19 경제위기로 인한 경기 하강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면 벌써 34개월째 하강 국면이 지속되고 있는 셈이죠.

국내 경기는 앞서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가 있었던 제6순환기(1993년 1월~1998년 8월)에 29개월간 수축했던 적이 있습니다. 이 때가 종전 역대 최장기 수축 국면입니다.

우리 경제 역사를 통틀어 확장기(경기 상승)는 평균 33개월, 수축기(경기 하강)는 18개월 가량입니다. 하지만 고도 성장이 가능했던 과거와 달리 오늘날에는 과거 평균의 두 배 이상 수축기가 길어지고 있는 셈입니다.

사실 '경기 반등론'은 지난해 말에도 한 번 나온 적이 있습니다. 드디어 그간 길었던 불황의 터널에서 가까스로 탈출하는 듯 했죠. 작년 12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 대비 0.3p 상승했고 올해 1월에도 0.2p 연이어 상승했습니다. 당시에는 그동안 조정 국면에 있던 반도체 업황이 개선된 것이 큰 영향을 줬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후 코로나19라는 대형 악재를 맞이하게 됩니다. 통상 통계청에선 현재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의 상승세가 최소 5개월은 지속돼야 경기 반등의 신호로 해석하는데,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되기 시작한 2월(-0.6p)을 시작으로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5월까지 넉 달 연속 하락하게 됩니다.


[세종=뉴시스](자료=통계청 제공)

[세종=뉴시스](자료=통계청 제공)


그러던 경기판단 지표가 지난달 드디어 반등에 성공합니다. 6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전월 대비 0.2p 상승한 것인데요. 여기에 소비를 나타내는 소매판매지수가 전년 동월 대비 6.3% 껑충 뛴 데다 수출도 부진 터널에서 점차 나오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7월 수출액(통관 기준)은 전년 동월 대비 7.0% 감소, 한때 20%대 감소폭을 보이던 것이 7월 들어 한 자릿수까지 완화됐습니다. 이에 따라 지난달 경상수지도 유가하락에도 불구, 작년 10월 이후 8개월 만에 최대 흑자(68억8000만 달러)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유례 없는 경제 위기치고는 회복 속도가 빠른 셈입니다. 외환위기나 금융위기와 이 감염병 위기가 구별되는 점입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LG경제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2020년 국내외 경제전망'에서 "코로나19 확산이 가속되는 상황에서 경기가 바닥을 벗어나는 것은 과거 수차례 경제위기와 달리 수요를 위축시키는 악순환이 크지 않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선진국의 무제한 통화공급 등 완화적 통화정책이 금융기관과 기업의 부실위험을 막아 신용리스크 확산으로 기업 연쇄부도와 신용경색의 악순환이 거의 없었다"며 "또한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이 가계에 대한 대규모 소득지원에 나서면서 고용감소에도 불구하고 가계소득이 크게 줄지 않아 소비위축의 악순환을 막을 수 있었다"고 분석했습니다.

[세쓸통]최장 불경기, 언제까지 이어질까요



코로나19 위기에서 우리 경제는 해외 여타 나라들에 비해 상당히 '선방'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2분기 성장률은 -3.3%인데, 지금까지 2분기 지표가 발표된 나라들 중에서는 가장 높습니다.

하지만 거꾸로 말하면 이는 우리 경제 회복세에 한계가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우리 경제의 수출 의존도가 높은 만큼 미국(-9.5%)을 비롯해 프랑스(-13.9%), 이탈리아(-12.4%), 독일(-10.1%) 등 유럽연합(EU)과 같이 주요 수출대상국들의 경기가 침체를 겪고 있다는 점은 악재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하반기 경기회복이 이뤄지더라도 느린 속도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들이 나옵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7월) 상승했지만 상승폭은 3~5월 빠졌던 것과 비교하면 하락세를 멈춘 정도로 단기적 흐름에서 저점을 확인한 수준"이라며 "그 이후 올라가는 강도가 얼마나 될 것인지가 관건인데 미국 등 다른 나라의 감염 확산세가 잡히지 않은 상태라면 확실한 반등을 기대하기도 힘들다"고 했습니다.

※'세쓸통' = '세상에 쓸모없는 통계는 없다'는 일념으로 통계 속에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내 알기 쉽게 풀어내고자 합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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