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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브렌드 탄생비화]전국 휩쓴 '깡열풍'에 물 만난 '새우깡'

등록 2020.08.09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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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을 밤새워 연구한 뒤 개발된 국내 최초 스낵 새우깡

신춘호 사장의 딸이 잘못발음한 아리깡서 제품명 유래

한봉지에 생새우 4~5마리 들어가…소금에 구워 고소해

[장수브렌드 탄생비화]전국 휩쓴 '깡열풍'에 물 만난 '새우깡'


[서울=뉴시스] 김동현 기자 = "1일 7깡 해야죠!"

지난 5월 MBC 예능 '놀면 뭐하니?'에 등장한 가수 비의 1일 7깡 다짐이 '농심 깡스낵'으로 이어지고 있다. 7월 한 달간 새우깡을 포함한 농심의 깡 스낵 4종의 매출이 출시 이후 최대 기록인 100억원을 넘기는 대기록을 세웠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을 통해 회자됐던 비의 노래 '깡'은 '놀면 뭐하니?'에 비가 출연하며 전국적인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자신의 노래가 '밈(meme)'의 대상이 됐다는 점을 호탕하게 받아드리며 '1일 7깡'을 격려한 비의 대응이 소비자들의 긍정적인 반응을 끌어내는데 기여했다는 평가다.

'깡 열풍'이 전국을 뜨겁게 달구자 '깡'하면 가장 먼저 떠오른 '새우깡'이 덩달아 소비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농심 새우깡이 '1일 1깡'의 패러디 소재로 '밈'의 대상이 됐다.

'깡 열풍'이 거세지자 농심에는 비를 새우깡의 모델로 기용해달라는 소비자의 요청이 쇄도했다. 이에 지난 7월 농심은 비를 모델로 한 새우깡 광고를 공개하며 소비자의 요청에 화답했다. 유튜브에 공개된 새우깡 광고는 조회수 200만을 돌파하며 '깡'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이처럼 새우깡이 '깡' 열풍에 자연스레 함께할 수 있었던 것은 새우깡이 오랜 시간 사랑받아온 '국민스낵'이기 때문이다. 전 세대를 아우르는 국민스낵 새우깡에 손 한번 안 간 사람이 있을까?

남녀노소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새우깡의 인기는 출시 49년이 지난 지금도 식을 줄 모른다. 1970~80년대 새우깡을 즐겨먹던 어린이는 이제 부모가 돼 아이들과 함께 새우깡을 즐기고 있다.

새우깡은 국민스낵, 국민안주, 국민먹거리로 불리며 할아버지, 할머니부터 어린이까지 모든 세대가 즐겨먹는 스낵이 됐다. 지금도 새우깡은 연간 약 7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스낵시장을 이끌고 있다.
[장수브렌드 탄생비화]전국 휩쓴 '깡열풍'에 물 만난 '새우깡'

◇1년을 밤새워 연구해 개발한 '국내 최초 스낵'

새우깡이 출시됐던 1971년 당시 제과업체들은 비스킷과 캔디, 건빵 등을 주로 생산했고 지금의 '스낵'과 같은 먹거리가 존재하지 않던 시절이었다.

이에 농심은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누구나 손쉽게 먹을 수 있는 스낵을 만든다면 성공의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국내 기업 최초로 스낵개발에 나섰다.

백지상태에서 개발을 시작하다 보니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개발 당시 농심 연구원들은 1년간 밤을 새워가며 연구에 몰두했다. 개발에 사용된 밀가루 양만 4.5톤(t) 트럭 80여대 분에 이를 정도였다.

이렇게 밀가루가 많이 들어간 이유는 새우깡의 시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튀김온도가 적절치 않아 수도 없이 태우는 과정을 반복했고 또 가장 먹기에 적당한 강도를 유지하기 위한 실험도 수백 번 했기 때문이다.
[장수브렌드 탄생비화]전국 휩쓴 '깡열풍'에 물 만난 '새우깡'

◇농심을 일으킨 국내 최초 스낵 '새우깡'

농심이 설립된 1965년부터 1970년대까지는 라면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부족해 시장규모 자체가 매우 협소한 실정이었다. 더욱이 라면시장이 춘추전국시대처럼 나뉘어져 각 사들 간의 경쟁이 치열한 시기였다.

1971년 당시 농심은 연간 매출액이 현재의 일주일 매출액 수준도 안되는 203억원에 불과할 정도였다. 판매부진에 미수금 누적이 겹쳐 한때는 회사매각의 위기에까지 몰릴 때도 있었다.

보릿고개가 있던 1970년 당시 소고기는 잔치 때나 명절에만 맛볼 수 있는 귀한 음식이었는데 농심은 국내 최초로 소고기 라면을 개발해내 별식 중의 별식으로 큰 각광을 받았다.

이렇게 소고기 라면이 큰 히트를 치면서 회사 사정이 점점 호전됐고 이런 상황에서 농심은 라면이 아닌 '스낵' 개발로 본격적인 성장을 꾀했다. 바로 '새우깡' 프로젝트가 가동된 것이다.

새우깡은 생산되기가 무섭게 팔려나갔다. 지방영업소에서는 선금을 들고 찾아오는 도소매점주들로 문전성시를 이뤘고 대방동 공장에는 물건을 가져가기 위해 지방에서 올라온 트럭들로 장사진이 펼쳐지기도 했다.

첫해 생산량이 20만6000박스에 불과한 데 비해 그 다음 해는 20배가 증가한 425만 박스가 생산됐다. 1971년 당시 새우깡 가격은 50원(100g) 수준이었다. 

70년대 초 어려움을 겪던 농심의 사세는 새우깡의 히트로 위기를 벗어나 성장을 지속했다. 새우깡이 출시된 지 불과 3개월 만에 회사 전체매출이 350%나 성장하는 기적이 일어났다. 대한민국 국민스낵 '새우깡'이 농심을 일으키는 순간이다.
[장수브렌드 탄생비화]전국 휩쓴 '깡열풍'에 물 만난 '새우깡'

◇독특한 네이밍의 결정판 '새우깡'

'새우깡'이라는 이름 역시 소비자들에게 친근한 이미지를 심어주는데 큰 역할을 했다. 새우깡이라는 브랜드명은 개발 당시 농심 신춘호 사장의 어린 딸이 '아리랑'을 '아리깡~ 아리깡'이라고 부르는 것에서 힌트를 얻었다.

당시 새우스낵, 새우튀밥, 새우뻥 등 갖가지 이름이 거론됐지만 딱 맞는 이름 찾기는 쉽지 않았다. 이 때 신 사장의 어린 딸이 잘못 발음한 '아리깡'에서 '아리'를 떼고 '새우'를 붙여봤더니 잘 어울렸다. 그렇게 제품평은 새우깡으로 정해졌다. 

새우깡이 히트한 이후로도 농심의 스낵제품에 '깡'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감자깡', '고구마깡', '양파깡' 등의 제품을 출시했고 타사에서도 이를 원용하고 있어 '깡'은 스낵을 대표하는 명사가 됐다.
[장수브렌드 탄생비화]전국 휩쓴 '깡열풍'에 물 만난 '새우깡'

◇'생새우'로 살린 새우 풍미…소금에 구운 새우깡

농심은 1971년 국내 첫 스낵 개발에 나서며 맛도 좋고 칼슘도 풍부한 새우를 주 재료로 결정했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고소한 새우소금구이 맛을 살리자는 게 제품의 개발 콘셉트였다. 고소하고 짭짤한 맛은 남녀노소 질리지 않고 유행도 타지 않을 것이라 내다본 것이다.

농심은 새우의 맛과 향을 극대화하기 위해 실제 생새우를 갈아 넣는 방법을 택했다. 실제로 새우깡 한 봉지(90g)에는 5~7㎝크기의 생새우 4~5마리가 들어간다. 새우깡 특유의 고소한 새우 풍미의 비밀이 바로 여기 있다. 농심은 이 맛을 지키기 위해 최고 품질의 생새우 사용만을 고집하고 있다.

또 일반적으로 과자는 기름에 튀겨 만들지만 농심은 최적의 맛과 조직감을 살리기 위해 가열된 소금에 굽는 방법으로 새우깡을 만들었다. 이 공법을 이용하면 기름지지 않으면서 적당히 부풀어올라 특유의 바삭한 조직감을 구현할 수 있었다. 

제품 개발에 오랜 시간이 걸린 이유도 농심이 독자적으로 이 공법을 개발하기 위해 수없이 실험을 반복했기 때문이다.

수 많은 노력과 실패를 딛고 일어서 완성된 새우깡은 이후 출시된 모방제품과 차별점을 둘 수 있었다. 타사 제품들은 외형은 비슷했지만 소금에 구워 담백하고 바삭한 새우깡 특유의 맛과 품질을 따라올 순 없었다.
[장수브렌드 탄생비화]전국 휩쓴 '깡열풍'에 물 만난 '새우깡'

◇새 옷 갈아입은 새우깡

대다수 과자류의 수명이 길지 않다는 것을 감안할 때 반세기 가까이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새우깡은 가히 기록적인 제품이라 할 수 있다.

새우깡이 변함없이 사랑받는 또 다른 이유는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트렌드에 발맞춰 변화해왔다는 것이다. 농심은 이번 달부터 새우깡에 새 옷을 입히며, 한층 젊은 이미지를 부여했다.

새로운 패키지 디자인은 새우를 의미하는 주황색과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는 금색 배경은 그대로 유지하되, 새우깡의 핵심 아이덴티티인 새우 이미지를 더 큼직하고 먹음직스럽게 표현했다.

또 '튀기지 않고 구워 만든 스낵'이란 문구를 앞면에 새겨 넣어 새우깡 특유의 담백한 맛을 강조했다.

이번 디자인 리뉴얼은 6년 만이다. 농심은 49년간 10여 차례 새우깡의 패키지 디자인의 변화를 주며 젊고 세련된 이미지를 유지해왔다. 또 맛도 개선하며 '더 맛있는 새우깡'으로 우리 곁을 지키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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