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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먹방, 벽 허문 소통…엄근진 회장님은 없다

등록 2020.08.09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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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격·근엄·진지하던 대기업 회장 변신

소셜미디어 활용하고 먹방까지 찍어

정용진 인스타그램 직접 답변도 달아

기업 이미지 좋아지고 홍보 효과까지

[서울=뉴시스] 청바지 질문이 달린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인스타그램 사진.

[서울=뉴시스] 청바지 질문이 달린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인스타그램 사진.

[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청바지 예쁘네요. 어떤 브랜드인지 알 수 있을까요?" "OOOjean입니다."

인플루언서 소셜미디어(SNS) 계정에 들어가면 흔하게 볼 수 있는 소통 장면이다. 사진이나 영상 속 인플루언서가 입은 옷이 멋져 보이면 팔로워는 해당 게시물에 댓글을 달고, 인플루언서는 친절하게 답변한다. 팔로워는 정보를 쉽고 빠르게 얻고, 인플루언서는 그렇게 자신의 '인플루언스'를 확장한다.

지난달 어느 인플루언서 계정에서 오간 이 평범한 대화는 며칠 간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내내 화제였다. 계정 주인이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었기 때문이다. 정 부회장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약 39만3000명이다. 인플루언서 중에서도 상위권에 해당하는 규모다. 정 부회장이 직접 댓글을 달고 해당 청바지를 살 수 있는 홈페이지까지 알려주자 "재밌다" "유쾌하다"는 댓글이 주욱 이어졌다. 해당 게시물엔 댓글이 1159개나 달렸다.

최근 대기업 회장들이 각종 소셜미디어를 통해 일반 대중과 접점을 늘리고 있다. 유튜브 영상에 소탈한 모습으로 등장하거나 사내 방송에서 먹방(먹는 방송)을 하기도 한다. 정 부회장 사례처럼 반응은 폭발적이다. 한 세대 전 대기업 회장의 이미지가 일에 몰두하며 근엄하고 진지한 모습이라면, 최근 현업에 있는 회장들은 과거보다 더 밝고 친숙하다. 앞으로 각 기업 최대 고객이 될 MZ세대가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게 회장들의 행동 반경을 넓히고 있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소셜미디어를 활용해 일반 대중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면 기업 이미지나 광고 효과 등에 최선이겠으나 그렇게 하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직원들과는 더 많이 대화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정 부회장은 인스타그램을 하기 전엔 수년 간 트위터와 페이스북도 했다. 소셜미디어를 다루는 데 능수능란하다. 자녀들과 함께하는 일상을 올리기도 하지만 경영 메시지를 던지기도 한다. 새로 선보이는 제품이나 새롭게 문을 여는 매장을 적극 홍보하기도 한다. 장난스러운 모습과 진지한 모습을 수시로 오간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직원들도 재밌어 한다. 직접 홍보도 하고 기업 이미지도 좋아지니까 회사 입장에서는 좋은 일"이라고 했다.
[서울=뉴시스] 최태원 SK그룹 회장 먹방 모습.

[서울=뉴시스] 최태원 SK그룹 회장 먹방 모습.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달 '최태원 클라쓰'라는 사내 방송에 나와 라면 ASMR 먹방을 선보였다. 양은 냄비에 끓인 라면을 국물까지 싹 비웠다. 직원에게 더 친숙하게 다가가기 위한 이벤트였다. 해당 영상에는 댓글엔 "또 방송해 달라" "외부에서도 볼 수 있게 해달라"는 댓글이 줄을 이었다.

함영준 오뚜기 회장이 지난 5월 장녀인 뮤지컬 배우 함연지씨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햄연지'에 출연한 것도 큰 화제였다. 함 회장은 "햄연지 아빠"라고 자신을 소개한 뒤 연지씨와 함께 철판 돼지 짬짜면과 크림수프 리소토를 먹었다. 최 회장처럼 일종의 먹방을 한 것이다. 딸과 와인을 마시며 선물을 주고받기도 했다. 이 채널 구독자수는 약 24만7000명인데, 해당 영상 조회수는 207만회를 넘겼다.

재계 관계자는 "소셜미디어를 활용한다고 무조건 좋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사람들의 의견이 가장 활발하게 교환되고 트렌드가 형성되는 공간이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라는 점에서 앞으로 접점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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