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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잘알]양손 바꿔 던지는 스위치 투수를 아시나요

등록 2020.08.10 07: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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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년 역사 MLB에서도 드물어…현대 야구 들어서는 2명뿐

일본프로야구·KBO리그 공식 경기에서 양손 투구한 투수는 '0명'

[보스턴=AP/뉴시스] 팻 벤디트. 2015.06.06

[보스턴=AP/뉴시스] 팻 벤디트. 2015.06.06

[서울=뉴시스] 김희준 기자 = 최근 왼손 타자인 한국인 메이저리거 최지만(29·탬파베이 레이스)이 우타석에서 홈런을 때려내 화제를 모았다.

좌타자인 최지만은 지난 7월27일 토론토 블루제이스와의 홈경기에서 토론토 왼손 투수 앤서니 케이를 상대하게 되자 오른쪽 타석에 섰다. 그는 케이의 시속 90.3마일(145㎞)짜리 직구를 잡아당겨 좌중간 담장을 넘기는 솔로 홈런을 때려냈다.

최지만이 마이너리그 시절 스위치 타자로 뛰기는 했지만, 빅리그에서 우타석에 들어선 것은 당시 경기가 처음이었다.

플래툰시스템에 따라 왼손 투수가 선발 등판하면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되곤 했던 최지만은 왼손 투수에 대한 약점을 지워 출전 기회를 늘리고자 스위치 타자로 변신했다. 최지만의 프로필도 '좌타자'에서 '스위치 타자'로 바뀌었다.

최지만과 같은 스위치 타자는 종종 볼 수 있다.

미국 야구 기록 사이트 베이스볼 레퍼런스에 따르면 2020시즌 스위치 타자로 등록된 선수는 59명이다. 올 시즌 KBO리그 최고의 타자로 활약 중인 멜 로하스 주니어(KT 위즈)도 스위치 타자다. 2020시즌 KBO리그에서 로하스를 비롯해 5명의 타자가 '양타'로 등록돼 있다.

타자만 양손으로 치는 것이 아니다. 양손을 번갈아 사용해 공을 던지는 '스위치 투수'도 있다.

하지만 스위치 타자에 비해 양손 투수는 극히 드물다. 양손으로 던지려면 투구 밸런스를 잡기가 지극히 어렵다. 불펜 투구를 할 때나 수비 연습을 할 때에도 양손을 모두 연습해야하기 때문에 스위치 투수가 탄생하기가 쉽지 않다.

151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양손 투수는 손에 꼽을 수 있을 만큼 적다. 라이브볼 시대(1920년) 이후로 한정하면 단 2명 뿐이다.

라이브볼 시대 이전에 토니 멀레인, 엘턴 체임벌린, 래리 코코란, 조지 휠러 등이 실제 경기에서 양손 투구를 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들은 주로 오른손으로 공을 던지고 가끔 왼손으로 투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베이스볼 레퍼런스를 보면 이들이 왼손으로 투구한 경기는 많지 않다.

메이저리그에서 라이브볼 시대 이후 실제 경기에 양손 투구를 한 투수는 단 2명 뿐이다.

현대 야구 이후 정식 경기에서 양손 투구를 한 최초의 투수는 그레그 해리스였다.

1981년부터 1995년까지 15시즌 동안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한 해리스는 원래 오른손잡이다. 우투수로 활약하던 해리스는 1986년 실제 경기에서 양손을 모두 이용해 투구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느꼈지만, 소속팀이 허락하지 않아 실제로 뜻을 이루지는 못했다.

빅리그 통산 703경기에 등판한 해리스가 오른손과 왼손을 번갈아 이용해 던진 것은 단 1경기 뿐이다. 그것도 은퇴 직전 홈 경기에서 팬 서비스 차원으로 했다.
[주피터=AP/뉴시스] 팻 벤디트의 글러브. 2020.03.10

[주피터=AP/뉴시스] 팻 벤디트의 글러브. 2020.03.10

당시 몬트리올 엑스포스 소속이었던 해리스는 1995년 9월28일(현지시간) 신시내티 레즈와의 경기에서 팀이 3-9로 뒤진 9회초 등판했다.

첫 타자 레지 샌더스를 상대로 오른손으로 공을 던져 유격수 땅볼로 처리한 해리스는 이후 왼손 타자 할 모리스와 에디 터벤시가 연달아 타석에 들어서자 왼손으로 상대했다. 모리스에 볼넷을 내준 해리스는 터벤시를 포수 땅볼로 잡았다. 해리스는 계속된 2사 2루에서는 브렛 분을 상대로 오른손 투구를 해 투수 땅볼로 돌려세웠다.

20년이 흐른 뒤 메이저리그에 진정한 '스위치 투수'로 부를 수 있는 인물이 등장했다.

바로 팻 벤디트(마이애미 말린스)다.

벤디트는 원래 오른손잡이였지만 3살 때부터 아버지가 양손으로 공을 던지도록 훈련을 시키면서 양손잡이로 성장했다. 그는 리틀리그에서도 양손을 모두 사용해 던졌다.

대학 1학년 시절 감독의 반대로 양손 투구를 하지 못했던 벤디트는 대학 2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스위치 투수'로 뛰기 시작했다.

2008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뉴욕 양키스 지명을 받아 프로 생활을 시작한 벤디트는 2008년 6월19일 마이너리그 싱글A에서 프로 첫 등판에 나섰다. 해당 경기는 스위치 투수와 스위치 타자가 맞대결할 때 상황에 대한 규칙인 '벤디트 룰'이 만들어지는 계기가 됐다.

당시 양키스 산하 싱글A 팀인 스태튼 아일랜드 양키스 소속이었던 벤디트는 뉴욕 메츠 산하 싱글A 팀인 브루클린 사이클론스와의 경기에서 9회 등판했다.

벤디트는 스위치 타자인 랄프 엔리케스를 만났다. 벤디트는 엔리케스가 우타석에 들어서려고 하자 오른손으로 공을 던지기 위해 왼손에 글러브를 끼었다. 그러자 엔리케스는 심판에게 어필한 뒤 왼쪽 타석으로 이동했다. 이에 벤디트는 또 글러브를 반대 손으로 바꿔 끼우며 신경전을 벌였다.

스위치 타자와 스위치 투수가 만난 상황에 대한 세부 규칙이 없어 일어난 해프닝이었다.

이후 미국프로야구 심판협회는 스위치 투수 관련 규칙을 마련했다. 스위치 투수가 먼저 어느 손으로 던질지 정한 다음 타자가 어느 쪽 타석에 들어설지 결정한다는 것이 골자다.

해당 규칙에 따르면 '스위치 투수는 반드시 투구 전 투구하고자 하는 손을 주심과 타자, 주자가 모두 알 수 있도록 해야한다. 해당 타자를 상대하는 동안에는 투구하는 손을 바꿀 수 없다'고 돼 있다.

프로 데뷔 이후 줄곧 마이너리그에 머물던 벤디트는 2015년에야 빅리그 무대를 밟았다.
【대전=뉴시스】김기태 기자 = 11일 오후 대전 한밭야구장에서 열린 2015 프로야구 시범경기 한화 이글스와 SK 와이번스 경기에서 한화 최우석이 역투하고 있다. 2015.03.11. presskt@newsis.com

【대전=뉴시스】김기태 기자 = 11일 오후 대전 한밭야구장에서 열린 2015 프로야구 시범경기 한화 이글스와 SK 와이번스 경기에서 한화 최우석이 역투하고 있다. 2015.03.11. [email protected]

이후 벤디트는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 토론토 블루제이스, 시애틀 매리너스, LA 다저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를 거치며 빅리그에서 4시즌을 뛰었다. 올 시즌에는 마이애미 소속이다.

벤디트는 그다지 눈에 띄는 성적을 내지는 못했다. 불펜 투수로만 뛴 벤디트는 메이저리그에서 통산 58경기에 등판해 2승 2패 3홀드 평균자책점 5.03을 기록했다. 마이너리그 통산 성적은 420경기 등판, 40승 32패 평균자책점 2.57이다.

오른손과 왼손 모두 사이드암 형태로 공을 던지는 벤디트는 손가락 6개가 들어갈 수 있도록 특수 제작한 글러브를 사용한다.

타자 유형에 따라 곧장 오른손 또는 왼손으로 투구 방향을 바꿔야 하기 때문에 반대쪽 엄지가 들어갈 구멍을 하나 더 만든 것이다. 해리스도 딱 1경기에서 양손을 번갈아가며 투구했을 때 이런 식으로 만들어진 글러브를 끼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드문 양손 투수는 일본프로야구에서도 딱 한 명 밖에 없었다. 1988년 난카이 호크스에서 뛰었던 지카다 도요토시다. 하지만 지카다는 정식 경기에서는 양손으로 투구하지 않았다.

원래 왼손잡이인 지카다는 어릴적 왼손 투수용 글러브를 구하지 못해 오른손으로 던지는 연습을 했다. 지카다는 고교 시절 왼손 투수로, 고교 졸업 후 일본 사회인야구 팀에서도 좌완 투수로 뛰었다.

지카다는 난카이 입단 테스트에서 양손으로 투구하는 모습을 선보여 화제를 모았다. 왼손으로 던질 때는 오버핸드로, 오른손으로 투구할 때는 언더핸드로 던진 지카다는 난카이 입단 후 주로 좌투를 중심으로 훈련했다.

지카다의 일본프로야구 1군 등판 기록은 딱 1경기 뿐이다. 당시 그는 왼손으로만 공을 던졌다.

국내 프로야구에서도 양손 투수는 한 명도 없었다. 시도만 있었을 뿐이다.

2015년 한화 이글스의 최우석이 양손 투수에 도전장을 던진 적이 있다. 당시 한화 사령탑이었던 김성근 전 감독은 최우석이 '스위치 투수'로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스프링캠프에서 훈련을 하도록 했다.

원래 왼손잡이인 최우석은 초등학생 시절 팀 인원이 부족해 내야 수비를 하면서 오른손도 쓰게 됐다. 장충고 시절 좌완 투수였던 최우석은 왼쪽 어깨 통증 탓에 오른손 투수로 전향했고, 프로에는 우투수로 입단했다.

최우석은 2015년 스프링캠프 때 오른손으로 최고 시속 145㎞, 왼손으로 최고 시속 135㎞의 공을 뿌렸다. 그는 2015년 스프링캠프 도중 치른 일본 프로팀 2군과의 연습경기에서 양손으로 공을 던지기도 했다.

최우석이 스위치 투수에 도전하면서 한국야구위원회(KBO)도 관련 규정을 마련했다. 공식 야구규칙 8.01의 ⒡항에 '투수는 투수판을 밟을 때 투구할 손의 반대쪽에 글러브를 착용함으로써 주심, 타자, 주자에게 어느 손으로 투구할 것인지를 명확히 표시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하지만 최우석이 1군 무대에서 양손 투구를 펼치는 모습을 볼 수는 없었다. 2015시즌 1군에서 1경기도 등판하지 못한 최우석은 해당 시즌을 마친 뒤 한화에서 방출됐고, 이후 소속팀을 찾지 못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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