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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新외감법 2년…개선·보완 필요하다

등록 2020.08.10 10:4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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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新외감법 2년…개선·보완 필요하다

[서울=뉴시스] 류병화 기자 = 강제적으로 감사인과 기업 간 고리를 끊어내 회계 투명성을 높이자는 '신(新) 외부감사법'이 도입된 지 2년이 됐다. 몇 가지 긍정적인 변화들도 감지된다.

먼저 상장사들이 감사인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고 한다. 여전히 감사보수를 지급하는 상장사가 '갑'일 수 있지만 이제는 그런 태도를 마냥 유지하기 어렵다. 아시아나항공 사태를 비롯해 감사인의 감사의견이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목도했기 때문일 것이다.

업계에서도 긍정적 변화들이 생기고 있다. 신 외감법 이전에 감사 업무를 맡는 회계사들은 상장사와 갈등을 빚지 않는 것을 미덕으로 여겼다. 회사와 갈등을 일으키는 회계사는 다른 상장사 감사 업무를 배정하는 방식으로 페널티를 주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신 외감법 이후 갈등을 빚은 회계사들을 더욱 독려하고 있다고 하니 투명성 제고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인사에서도 신 외감법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삼일회계법인은 지난 6월 오기원 품질관리실장을 감사부문 대표로 내정했다. 삼일회계법인 역사상 품질관리실장이 감사부문 대표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신 외감법 효과라고 평가하고 있다. 신 외감법 이전만 해도 감사부문 대표에 오르려면 영업을 얼마나 잘 뛰었는지를 보여줘야 했다. 감사품질은 부차적인 요소에 불과했던 것이다. 이제는 감사 품질관리가 매출이라는 인식이 생겨나면서 품질관리실장이 감사부문 대표에 오르는 변화가 생긴 것이다.

이와 함께 신 외감법은 부정적인 효과도 만들어내고 있다. 예상대로 기업들이 회계법인에 지출하는 감사보수를 크게 늘렸다. 감사비용이 상대적으로 '푼돈'인 대기업들마저 앓는 소리를 낸다. 가뜩이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적자를 내는데 감사보수까지 늘어났다는 중소기업들의 곡소리도 들려온다.

실제로 최근 2년간 전 상장사의 감사비용이 57.2% 늘어났을 정도다. 작은 기업은 더하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자산규모 1000억원 미만의 소기업들은 지난해 기준 감사보수가 판매관리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0.776%로, 집계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연구개발(R&D) 비용의 판매관리비 비중을 여섯 배 웃도는 수치다. 금융당국의 보완책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애초에 강제적인 제도였던 만큼 추가로 강제 규정을 도입하는 건 어떨까 싶다. 이미 도입돼 있는 표준감사시간 증가 상한제에 더해 감사보수 상한제 등을 더하는 것이다. 감사시간을 잡을 것만이 아니라 가격 자체에도 개입하는 방식이다.

그게 아니라면 '일보 후퇴'가 필요하다. 감사보수 증가 효과의 약한 고리인 일부 중소기업에 한해서는 이들의 협상력을 키울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나아가 기업이 감사보수를 대하는 관점을 '비용'에서 '투자'로 바꿀 수 있도록 하는 토대도 구축돼야 한다. 높은 감사 품질로 감사를 받으면 자본시장에서 인센티브가 주어질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

사실 기업들이 싼 가격에 회계 감사를 받고 싶어 하는 이유는 기업이 회계 투명성에 낮은 관심을 보이기 때문이다. 낮은 관심의 원인은 기업들의 고쳐지지 않는 부도덕성이라기보단, 회계 투명성이 매출을 늘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큰돈을 들여 고강도 회계 감사를 받더라도 다른 비용을 아낄 수 있다거나 투자자금 유치에 유리해지지 않는다. 그러니 회계 감사는 그저 비용으로 치부될 뿐이다.

일례로 신용평가사가 회사채 신용등급을 매길 때 감사품질을 반영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개선안이 고려될 수 있다. 높은 감사품질로 감사를 받은 기업이 자본시장에서 낮은 이자율로 자본을 조달받는 방식이다.

미국 기업들은 국내 기업보다 감사보수에 큰돈을 들인다고 한다. 미국 기업들은 '착한 기업'이라서 많은 돈을 내고 빅펌의 회계감사를 받는 것이 아니다. 자본시장에서 빅펌 감사를 받은 기업의 자본 조달 비용을 낮춰준다. 더군다나 주주의 힘이 국내보다 강해, 적절한 감사비용을 지출하지 않을 시 더 큰 비용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는 '시장의 압박'이 있다.

지난 2년간 신 외감법이 불러온 긍정적 변화는 그것대로 살리면서 한단계 더 업그레이드 시키려면 적절한 개선안이 나와야 할 시점이다.  금융당국은 단순히 기업의 회계 투명성 확보 차원을 넘어 자본시장 체계 내에서 뿌리내릴 수 있는 적절한 제도적 유인책 마련을 고민해주기 바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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