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도로변 물 찰 때라도 배수문 닫혔더라면…" 서창주민들 분통

등록 2020.08.10 12:54:41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8일 광주 서구 서창동 영산강변 내 서창농협 영농자재센터 일대가 폭우로 불어난 강물에 침수됐다. 행정당국은 유실된 농자재·농약에서 나온 유해성분이 강으로 유입되는 것을 막고자 방제·배수 작업을 펼치고 있다. 이날 영산강 수계 전역에는 홍수 경보가 발령됐다. (사진=독자 제공) 2020.08.08.  photo@newsis.com

[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8일 광주 서구 서창동 영산강변 내 서창농협 영농자재센터 일대가 폭우로 불어난 강물에 침수됐다. 행정당국은 유실된 농자재·농약에서 나온 유해성분이 강으로 유입되는 것을 막고자 방제·배수 작업을 펼치고 있다. 이날 영산강 수계 전역에는 홍수 경보가 발령됐다. (사진=독자 제공) 2020.08.08.

[email protected]


[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강변 인접 도로에 물이 들어찰 때 배수문만 닫았더라면 이 지경은 아니었습니다."

광주 서구 서창동 영산강변 마을에 사는 강모(66)씨는 10일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행정당국의 수해 대응에 분통을 터뜨렸다.

영산강과 인접한 서구 서창·마륵·벽진동 일대에 폭우에 불어난 강물이 들어차기 시작한 것은 지난 8일 오전 7시께.

강씨는 지인의 연락을 받고 서창농협 앞 도로에 나와 강물이 마을로 유입되는 것을 목격했다.

평소에는 열어놨던 방수문을 통해 황토빛 강물이 밀려들어오고 있었다. 인근 용두배수장 배수 펌프는 작동하지 않았고 송정방수제 2련식 배수통문(너비 1.5m·높이 2.5m)도 평소처럼 활짝 열려있었다.

강씨를 비롯한 마을 주민들은 관계공무원과 소방당국에 연락해 강 범람·역류를 막고자 했다.

강씨는 "출동한 소방당국이 부랴부랴 배수장 운영지침을 숙지하고 배수펌프를 작동했지만 역부족이었다"면서 "범람한 강물이 들어오는 배수통문은 닫히지 않았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주민들이 발만 동동 구르는 사이 관계 공무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농협 앞 도로가 침수될 때만이라도 배수문을 제대로 닫았으면 추가 침수는 막을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광주=뉴시스] 광주 서구 서창동 영산강변 송정방수제 배수통문 관련 표지안내판. (사진=독자 제공) 2020.08.10. photo@newsis.com

[광주=뉴시스] 광주 서구 서창동 영산강변 송정방수제 배수통문 관련 표지안내판. (사진=독자 제공) 2020.08.10. [email protected]

실제 뒤늦게 현장에 도착한 담당 서구공무원이 배수통문을 자동으로 폐쇄하려 했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수동 조작 역시 되지 않았다.

배수문 '운영주체'인 서구는 문 개폐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관리주체'인 익산국토관리청 광주국토관리사무소(국토사무소)에 알렸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곳곳에서 발생한 수해 지원 때문인지, 오후 2시에서야 국토사무소 실무자가 현장에 도착해 설비 점검을 나섰다는 것이 서구 측 설명이다. 

국토사무소가 비상 장비를 동원해 수문을 곧바로 폐쇄했지만, 서창동 일대는 이미 물바다가 돼 있었다.

농협 주변 농약·농자재 창고까지 침수돼 농약에서 흘러나온 화학성분으로 보이는 기름띠가 흙탕물 위를 둥둥 떠다녔다. 수질 오염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방제·배수 및 복구 작업은 이날까지 3일째 이어지고 있다.

주택 50여 채도 물에 잠겨 이재민 60여 명이 대피했다.

강씨는 "기록적인 폭우가 내렸다지만, 침수·범람 피해를 막고자 설치된 배수장·배수문은 무용지물로 전락했다"고 꼬집으며 "운영·관리 주체 이원화 여부와 별개로 어떤 소속이든 관계 공무원들이 발빠르게 대처하지 못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홍수 책임을 놓고 서구와 국토사무소는 엇갈린 입장을 내놓았다.

운영주체인 서구는 "배수통문을 단순히 열고 닫고하는 역할 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기록적 폭우에 대비해 수압 등을 잘 버텨낼 수 있도록 시설을 보완했어야 한다"며 "당일에도 유관기관 협조가 잘 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국토사무소는 "물이 빠진 뒤인 전날 배수문 정상 개폐 여부를 점검했을 때는 문제가 없었다. 배수문이 왜 제때 작동하지 않았는지 원인을 규명하고 있다"고 답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