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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청부살인' 교사범들, 1심서 중형…"잔혹한 범죄"

등록 2020.08.14 15: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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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필리핀서 한국인 살인교사 혐의

킬러 고용해서 총으로 사망 이르게해

법원 "제3자 가능성 없어…변명 일관"

"생명권 박탈해"…각 징역 22년·19년

'필리핀 청부살인' 교사범들, 1심서 중형…"잔혹한 범죄"

[서울=뉴시스] 옥성구 기자 = 2015년 필리핀에서 한국인 사업가를 살해할 킬러를 고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일당 2명이 1심에서 각 중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부장판사 허선아)는 14일 살인 교사 혐의로 기소된 김모(56)씨와 권모(55)씨에게 각 징역 22년과 징역 19년을 선고했다.

김씨 등은 2015년 5월17일 필리핀 앙헬레스 시티에서 당시 호텔을 운영하던 피해자 박모씨를 사망에 이르도록 킬러를 고용해 살인을 교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권씨는 박씨가 운영하던 호텔에서 식당 영업을 했고, 김씨는 박씨 호텔에 5억원을 투자했다. 김씨는 권씨 식당을 찾았다가 서로 친해지게 됐다.

김씨는 "박씨가 투자 처음에는 깍듯이 모시더니 투자를 하고 나자 모욕했다. 킬러를 구해주면 호텔 식당 운영권이나 5억원을 주겠다"고 권씨에게 제안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권씨는 당시 연인 사이로 있던 킬러 조직과 연결된 필리핀 국적의 남성에게 "박씨를 살해하면 대가로 약 1억원을 주겠다"는 취지로 말하며 킬러를 고용하도록 했다.

당시 성명 불상의 킬러는 사무실을 찾아 "Who is Mr. Park?"(미스터 박이 누구냐?)이라며 물었고, 박씨가 자신이라고 답하자 미리 준비한 45구경 권총으로 5발의 탄환을 발사해 그 자리에서 사망하게 했다.

이 사건은 당시 필리핀에서 청부살인이 만연하고, 킬러가 특정되지 않아 미궁에 빠질뻔 했지만, 한국 경찰의 끈질긴 수사 끝에 김씨와 권씨를 특정하며 실체가 드러나게 됐다.

재판 과정에서 김씨는 '살인 교사 사실이 전혀 없다'며, 권씨는 '연인 남성을 김씨에게 소개해줬을 뿐 살해 교사 사실이 없다'고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재판부는 "김씨는 인간적 모욕을 받았고 위협도 받아 그에 따라 원한을 가졌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박씨 사망 근접 시점부터 김씨는 호텔 운영권을 얻기 위한 여러 방편을 강구한 것으로 보인다"고 범행 동기가 있었다고 봤다.

이어 "권씨는 중간 교사자로서 연인 남성으로 하여금 이 사건 정범을 고용하게 하는 데 주된 역할을 했다"며 "권씨는 살해 청부 대가로 5억원 또는 호텔 식당 운영권 지급을 약속받은 것으로 보여 충분히 범행 대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씨와 권씨가 아닌 제3의 존재에 대한 청부 살해 가능성은 실질적이지 않다"며 "박씨에게 원한을 품은 사람이 많다며 이들에 의한 살해 가능성을 주장했지만, 이는 단순히 추상적 가능성"이라고 제3자 가능성을 배제했다.

재판부는 "사람의 생명권은 누구로부터 유린될 수 없는 불가침의 권리인데 생명권을 박탈할 피해가 발생했다"면서 "이로 인해 박씨 유족들은 오랜 기간 치유하기 힘든 상처와 고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 "김씨는 이 사건 원류임에도 자신의 잘못을 부인하며 납득할 수 없는 변명만 일관한다"며 "권씨는 박씨와 아무런 개인적 관계가 없는데 오로지 경제적 이득을 위해 범행에 나아가 비난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박씨는 총격으로 사망하며 일말의 저항조차 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여 범행 수법도 잔혹하다"면서 "그런데도 김씨 등은 반성하지 않고, 피해자 사망 후 5년에 이르는 기간 동안 진정으로 위로받지 못해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김씨는 거액을 투자하고도 정당한 대가는 고사하고 모욕적 대우를 받자 동기가 된 듯하다"며 "권씨는 중간 교사자로서 이 사건 발단이 아니었고, 일부 책임을 인정했으며 이 사건으로 얻은 이익도 없어 보인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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