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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도쿄여자' 유키카 "5년차 '서울여자'랍니다"

등록 2020.08.19 15:4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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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티팝 기반 정규 1집 '서울여자' 발매

[서울=뉴시스] 유키카. 2020.08.19. (사진 = 에스티메이트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유키카. 2020.08.19. (사진 = 에스티메이트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처음 도쿄에서 서울로 왔을 때, 서울과 도쿄가 비슷하다고 생각했어요. 큰 건물들과 빨리 움직이는 사람들 모습들까지 대도시의 비슷한 점이 느껴졌죠."

'영락없는' 서울여자다. 최근 정규 1집 '서울여자'를 발매한 일본 가수 유키카(YUKIKA·27)를 만나고 든 생각이다. 도쿄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산 지 5년차가 된 그녀로부터 '대도시살이'의 고독함을 느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삶을 꿋꿋하게 살아가는 자세의 소중함을 봤다. 인지상정(人之常情)의 묘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는 보통의 생각. 도쿄여자 앞에 붙은 '서울여자'라는 이질적 조합이 풍길 수 있는 낯섬을 무장해제시키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힘을 유키카는 갖고 있다.

최근 논현동에서 만난 유키카는 "장소가 어디든 새로운 곳에서 혼자 산다는 것에는 설렘과 불안감이 공존한다"면서 "한국 내 다른 지역에서 서울로 올라오신 분들이 충분히 공감하실 수 있는 앨범"이라고 소개했다.
 
'서울여자'의 첫 트랙 '프롬 하네다 투 김포(From HND to GMP)'부터 새로운 곳을 향해 떠나는 이들의 마음이 실려 있다. 일본 도쿄 하네다 국제공항부터 김포 국제공항까지를 나타낸 곡 제목은 듣는 이들의 출발지와 도착지로 환승된다.

유키카는 "다른 지역에 와 새로운 곳에서 살아가는 모든 분들에게 용기를 줄 수 있는 앨범이면 좋겠다"고 바랐다.

'서울여자'가 아련함이 배인 위로의 정서를 내뿜을 수 있는 이유는 시티팝을 기반으로 한 음악이기 때문이다. 시티팝은 경제부흥을 누린 1980년대 일본에서 유행한 도회적인 장르다. 국내에서는 88서울올림픽을 기점으로 이 장르가 태동하기 시작했고, 선봉에는 가수 김현철 등이 있었다.

[서울=뉴시스] 유키카. 2020.08.19. (사진 = 에스티메이트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유키카. 2020.08.19. (사진 = 에스티메이트 제공) [email protected]

미디엄 템포의 세련되면서 고급스러운 편곡, 맑고 감각적인 멜로디와 사운드가 특징이다. 그 사운드에는 외로움이 뭉근하게 배어 있다. 몇 년 전부터 혼자 사는 것이 익숙한 서울의 젊은세대 사이에서 시티팝이 크게 유행하는 이유 중 하나다.

20대인 유키카는 어릴 때부터 부모의 영향으로 80년대 음악을 많이 들어왔다. 일본 시티팝의 대부로 통하는 야마시타 다쓰로를 비롯 미국 팝스타 마이클 잭슨과 신디 로퍼가 그녀가 들어온 가수들의 면면이다.

그 덕분에 이번 음반은 시티팝을 기반으로 다양한 장르가 실려 있다. 유키카는 "타이틀곡 '서울여자' 같은 경우는 시티팝과 어번 팝의 느낌이 공존해요. 시티팝 안에도 다양한 장르가 있어서 '시티팝 맛집' 같은 음반을 선보이고 싶었어요. 앨범 전체는 복고풍으로 R&B, 발라드, K팝 같은 장르의 곡들도 포함됐죠"라고 설명했다.

유키카는 일본에서 어릴 때 데뷔했다. 중학생 때 패션 잡지 등을 보며 자연스럽게 모델의 꿈을 키웠다. 경연대회에 나가서 입상을 하며 '즐겁다'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정작 일이 되자 힘든 나날이 이어졌다. "말도 안 되게 예쁜 사람들이 많아서 자신감도 크게 떨어졌었다"고 한다.

'원조 한류스타'인 가수 보아의 노래를 들으면서 컸다는 유키카는 한국에서 와서 처음으로 가수의 길을 봤다. 지난 2016년 한국 드라마 '아이돌마스터.KR – 꿈을 드림' 오디션에 합격했는데, 프로젝트 걸그룹을 결성하는 '리얼걸프로젝트'도 동시에 진행됐던 것이다.

약 1년반동안 진행한 리얼걸프로젝트는 소중한 경험이었다고 돌아봤다.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 태국 등지에서 온 멤버들이 뭉친 프로젝트였다.

"어릴 때부터 일을 시작해서 친구들이 별로 없었는데, 이 프로젝트를 통해 멤버들과 가족 같이 지냈어요. 다른 문화권에서 살다온 사람들인데 '이렇게 친해질 수 있구나'라는 걸 느꼈죠. 정말 열심히 했고, 추억도 많이 쌓였죠."

[서울=뉴시스] 유키카. 2020.08.19. (사진 = 에스티메이트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유키카. 2020.08.19. (사진 = 에스티메이트 제공) [email protected]

지난 2017년 JTBC의 오디션 서바이벌 프로그램 '믹스나인' 등에 출연하며 가수로서 역량을 조금씩 쌓아온 유키카는 작년 2월 첫 번째 솔로 싱글 '네온(NEON)'을 발매하며 K팝 가수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그런데 실제 만난 유키카는 연예인이라기보다 현재를 열심히 살아가는 보통의 또래 느낌이 강했다. "보통 연기를 할 때 일반 사람 역을 맡잖아요. 너무 연예인 같이 살면, 그런 역을 잘 소화하지 못할 거 같아 대학은 평범하게 다니려고 했어요. 문학을 공부하며 일반 친구들도 만났죠. 다양한 아르바이트도 닥치는 대로 했고요."

유키카의 성실함은 한국어 실력으로 증명된다. 서울살이 5년차임에도 한국어 화술에 서투름은 거의 없었다. 문장의 어색함은 찾아보기 힘들었고, 말투도 서울여자 그것이었다. 

"처음 서울에 왔을 때는 정글에 떨어진 기분이 들었어요. 제가 직접 모든 것을 헤쳐나가야 했기 때문이죠. 한국어도 잘 모르는데, 여권 갱신을 위해 지하철을 타고 다니며 이것저것 묻기도 했고, 혼자서 한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었어요."

서울, 아니 한국에 사는 젊은이라면 누구나 꿈 꾸고 있는 '한강 전망의 아파트'에서 사는 것이 역시 꿈이라는 유키카는 힘든 세월을 보내고 있는 젊은 세대에 충분히 공감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녀는 희망을 보고 있었다. "자신에게 솔직하면 주변에서 도와주시는 좋은 분들이 있어요. 저도 그렇게 왔고요. 좀 더 솔직해지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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