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배우 김정영 "코로나 확산 공포…촬영장 걱정스런 상황"
'십시일반' 화백 전부인이자 살해범 반전 역할
"'빛나' 김혜준, 내 딸과 비슷…오나라, 귀여워"
"남편, 배우 김학선…'비밀의 숲2' 야비 변호사"
[서울=뉴시스] 배우 김정영 (사진 = 에스더블유엠피) 2020.08.19. [email protected]
배우 김정영은 지난 19일 오후 서울 강남 한 카페에서 가진 MBC TV 수목극 '십시일반' 종영 기념 인터뷰에서 "굉장히 잘 마무리된 드라마다. 끝나고 나니 시원섭섭하다"고 종영 소감을 밝혔다.
김정영은 극중 유인호(남문철 분) 화백의 전 부인이자 연극 연출가 '지설영' 역으로 열연했다. 20년 전 화백의 불륜 후 이혼했지만 17년 전 다시 관계를 시작하고 되고, 암 투병 소식을 알게 된 후 함께 살며 화백을 돌봤다.
극 후반 화백 살해 진범으로 밝혀지면서 충격을 줬다. 차갑게 굴었던 유빛나(김혜준 분)의 목숨을 살렸다는 반전도 가슴 따뜻하게 다가왔다.
김정영은 '지설영'에 대해 "사실 좀 측은한 감정이 들었다. 감정을 절제하고 드러내지 않았던 여인"이라며 "큰 죄를 짓고 벌을 받았지만 안쓰러운 느낌이 들었다"고 전했다.
특히 극 후반 유산 후 불륜을 저지른 화백에게서 이혼 서류를 받는 장면에선 감정이 '훅' 들어왔다. "20년 전 이혼 서류를 받는 장면을 찍을 때 예상치 못했던 감정이 훅 들어왔다. 미워서 울 줄 알았는데 슬퍼서 울게 되는, 묘한 마음이 생겼다."
돈 때문이 아닌 사랑 때문에 남편을 죽인 것이었다는 해석이다. 그는 "처음에는 돈 때문에 죽였다고 생각했다. 지설영도 사람이고, 남편이 500억 자산가인데 돈에 대한 미련이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감정으로 '아~' 느껴진 순간이 있었다"고 했다.
배우들과의 합은 너무 좋았다. 그는 "빛나는 내 딸을 보는 것 같았다. 딸이 18살인데 말투나 그런 게 비슷했다. 오나라도 너무 귀여웠다"며 "이윤희도 정말 좋았다. 남문철은 원래 아는 사이인데, 정말 연기를 잘하는 사람이라는 걸 또다시 느꼈다. 다른 배우들도 마찬가지"라고 치켜세웠다.
[서울=뉴시스] 배우 김정영 (사진 = 에스더블유엠피) 2020.08.19. [email protected]
김정영은 "남편이 여지껏 푸근한 연기를 주로 해왔는데 이번에 말랑말랑한 역할이 아니라 너무 좋다. 눈빛이 야비한, 변호사 역인데 너무 잘 어울려서 좋다"며 "인터뷰에서 남편 홍보 했다고 할 말이 생겼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남편과는 대학로 연극판에서 만난 '동료'다. "2000년 5월에 결혼해 벌써 올해 20주년"이라며 "마치 같이 식당하는 것과 같다. 분야가 같으니 서로 일을 잘 이해하지만 리스크도 다 알아서 어떨 때는 부딪힐 때도 있다.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라고 귀띔했다.
1995년 극단 '한강'을 통해 데뷔, 어느 덧 26년차 배우다. 그는 "대학 전공은 지리학이다. 취미로 연극반에 들어가 잠깐 했는데 너무 못해서 길게 하진 못했다"며 "졸업할 즈음 갑자기 극단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기를 할 때 가슴이 떨리고 재밌다"고 강조했다.
2002년 김기덕 감독의 영화 '나쁜 남자'로 주목을 받기도 했지만 2006년 둘째 아들을 낳은 후 '암흑기'를 경험하기도 했다. "아이 둘을 낳고 마치 경력 단절처럼 아무 일도 못 했다. 일이 안 들어왔다"며 "3년 정도는 슬럼프 아닌 슬럼프였다. 30대를 어떻게 보냈었는지 기억이 잘 안 날 정도"라고 말했다.
남편 친구인 배우 최광일 덕에 일을 포기하지 않고 다시 시작할 수 있었다. 그는 "유모차를 밀고 연극 공연을 보러 갔었는데, 공연 후 가진 식사 자리에서 남편이 '내 아내도 배우다. 일감 좀 소개 시켜달라'고 했다"며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런데 그분이 '배우 앞에서 그런 말은 실례'라고 해서 고마웠다"고 회상했다.
며칠 뒤 최광일로부터 연락이 왔고, 연기를 다시 시작했다. 김정영은 "포기할 뻔했는데 만 3년 만에 다시 무대에 섰다"며 "내겐 은인과도 같은 사람"이라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서울=뉴시스] 배우 김정영 (사진 = 에스더블유엠피) 2020.08.19. [email protected]
공연계는 더 힘들다는 전언이다. "아는 언니가 배우인데 두 달 동안 준비한 공연이 못 열릴 수도 있다는 얘길 들었다. 정말 걱정스런 상황이다."
차기작으로 SBS TV 새 월화극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에서 주인공 박준영(김민재 분)의 엄마 역을 맡았다. 공교롭게도 남편도 주인공 채송아(박은빈 분)의 아빠를 맡아 부부가 한 작품에 출연하게 됐다.
김정영은 "우리 뿐 아니라 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 팀에서 6명이 출연한다. 감독이 우리의 연기 색깔을 좋아한 것 같다"며 "이번엔 따뜻한 엄마 역"이라며 많은 기대를 당부했다.
"너무 빨리 질리지 않는, 너무 뻔한 연기를 하지 않는 배우가 되고 싶다. 하늘 아래 새로운 건 없지만 그래도 저 배우는 연기가 다르다, 그런 얘기를 듣고 싶다. 늘 다른, 살아있는 느낌의 배우가 되도록 늘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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