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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시간 거스르는 '인버전' 독특한데 불친절…'테넷'

등록 2020.08.25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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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영화 '테넷' 메인 포스터.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서울=뉴시스] 영화 '테넷' 메인 포스터.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서울=뉴시스] 김지은 기자 = 작전에 투입된 요원 주도자(존 데이비드 워싱턴)는 위기에 처한 세상을 구하기 위해 '테넷'이라는 단어 하나만을 무기로 삼아 현재와 미래를 오가며 고군분투한다.

이것은 시간여행이 아니다. '인버전'이다. 시간을 거스르는 '인버전'을 통해 과거, 현재, 미래에서 동시에 협공하는 미래 세력에 맞서 시간을 이용하는 작전을 펼친다.

복선에 복선을 가진 스토리는 퍼즐에 담긴 수수께끼와 같은데 이 과정에서 순행하는 시간과 역행하는 시간이 얽히고 모든 장면은 연결된다.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신작 '테넷'은 놀랍도록 독창적이고 신선하다. "기존의 장르를 답습하기 싫었다"는 감독의 말처럼 완전히 새로운 첩보 액션 장르를 개척했다.

어떻게 보면 위기에 처한 세상을 구한다는 단순한 스토리지만 이를 구현하는 구조와 디테일한 묘사가 생경하다. 왜곡되는 시간이든, 실제 배우들이 처한 상황과 상상으로 일어나는 일들의 경계를 무너뜨리며 결국 관객에게 현실을 뛰어넘는 경험을 선사한다.

'인터스텔라', '인셉션', '덩케르크', '다크 나이트' 3부작 등 놀런 감독이 만든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시간이 스토리를 전개하는 중요한 소재이지만 기존에 없던 시간의 개념에 SF와 첩보영화의 요소를 섞었다.

영화를 이해하는 핵심 단어는 '인버전'이다. 사물의 엔트로피를 반전 시켜 시간을 거스르는 미래 기술로, 미래에서 인버전된 무기를 현재로 보내 과거를 파괴할 수 있다.

이 인버전 기술로 러시아 재벌 사토르(케네스 브래너)는 세상을 파괴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그를 막기 위해 투입된 스파이 주도자는 인버전에 대한 정보를 가진 닐(로버트 패틴슨), 사토르에 대한 복수심으로 가득한 아내 캣(엘리자베스 데비키)과 협력해 제3차 세계대전을 막기 위해 미래의 공격에 맞서 현재 진행 중인 과거를 바꾼다.

볼거리는 풍성하다. 2억 달러(약 2400억원)를 쏟아부은 '테넷'은 미국과 영국을 비롯해 노르웨이, 덴마크, 에스토니아, 이탈리아, 인도까지 해외 로케이션 사상 역대 최다인 세계 7개국에서 촬영했다.

영화 역사상 최대 규모인 초대형 야외 세트장을 건설했고, 컴퓨터 그래픽(CG)이 아닌 실제 보잉 747 비행기와 격납고 폭발 장면을 촬영했다. 시간 역행 기술 '인버전'이 등장하는 장면은 4DX의 시그니처 진동과 모션 효과를 만나 생생하다.

놀런 감독이 "내가 만든 영화 중 가장 야심 찬 영화"라고 자부한 작품으로 20년 동안 아이디어를 개발하고 시나리오는 6년에 걸쳐 썼다. 현대 물리학에서 시간을 거꾸로 되돌리는 것이 완전히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지지 않는다는 점이 영화의 모티브가 됐고, '인터스텔라'로 함께했던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킵 손이 대본을 검토했다.

다양하고 복잡한 개념을 기반으로 독특한 세상을 만들어내는 '놀런 유니버스'의 집대성이라 할 만하다. 시각적인 즐거움이든 두뇌적 유희든, 음악이든, 관객을 매혹시키는 데 탁월한 재주를 지닌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스토리를 풀어내는 과정은 불친절하다. 배경 설명은 차치하더라도 캐릭터들이 잘 짜인 사건에 무턱대고 던져진 부수적인 느낌이 강하다. 스토리의 주역인 주도자조차 대의를 위해 위험을 무릅쓰는 이유가 쉽게 납득되지 않아 몰입감이 떨어진다.

영화 초반, 과학자 로라는 주도자에게 "이해하려 하지 말고 느껴라"라고 충고한다. 감독이 관객에게 하는 조언처럼 들리는데 방대한 정보와 사건을 배출하다 보니 물음표만 쌓이는 피로감이 상당하다.

주인공 존 데이비드 워싱턴의 경우 화려한 액션은 돋보였지만 관객을 압도하는 흡입력 있는 연기는 다소 버거워 보인다. '인셉션'의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인터스텔라'의 매튜 맥커너히와 비교하면 더욱더 아쉬운 대목이다.

오히려 그를 돕는 조력자인 닐 역의 로버트 패틴슨의 재발견이라 할 만하다. 행적이 감춰져 있는 의심스러운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녹이며 매력적으로 소화했다.

26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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