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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전셋값 61주째 '고공행진'…언제까지 오르나?

등록 2020.08.28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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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 전세시장 '수급불균형' 심화

신규 주택 공급까지 전셋값 상승 '불가피'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서울 영등포구 63아트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아파트. 2020.08.12. 20hwan@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서울 영등포구 63아트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아파트. 2020.08.12.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전세는 이미 씨가 말랐어요."

지난 27일 서울 마포구 대장주로 불리는 마포래미안푸르지오 단지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주택 임대차시장과 관련한 뉴시스 취재진에 질문에 "전세 물건이 워낙 귀하다 보니 대기자 명단까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가 건넨 거래 장부에는 실제 20여명의 이름과 연락처 등이 적혀 있었다.

이 대표는 "전세 매물이 나왔다는 연락이 받고 집을 구경하는 사이 다른 중개업소에서 소개받은 세입자가 먼저 계약을 할 정도로 전셋집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며 "반전세(보증부 월세) 물건이 나와도 바로 계약이 성사가 될 정도 전세 매물 자체가 없다"고 전했다.

서울 아파트 전세시장이 심상치 않다. 전세 매물이 품귀를 보이면서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61주 연속 올랐다. 또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이 처음 5억원을 넘겼다.

전세 매물이 귀해지면서 전셋값 상승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주간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 24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0.11% 올랐다. 전주(0.12%)보다는 상승폭이 축소됐으나, 61주 연속 상승세다.

구별로 강동구(0.18%)의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이어 서초·송파구(0.16%), 성북구(0.16%), 강남구(0.15%), 마포구(0.15%), 은평구(0.13%) 등이 뒤를 이었다.

강남지역은 강동구가 강일·암사·고덕동 등 정주환경 양호한 단지 위주로, 서초구는 교육환경 양호한 서초동과 정비사업 이주수요(한신4지구) 영향이 있는 잠원동 위주로 전셋값이 상승했다. 또 송파구는 잠실·신천·풍납동 위주로, 강남구는 학군수요 몰린 개포·대치·도곡동 구축단지 위주로 상승했다.

강북지역은 성북구가 길음뉴타운과 종암동 구축단지 위주로, 마포구는 정주환경 양호한 공덕·창전·아현동 일대 주요단지 위주로 전셋값 상승을 주도했다. 또 은평구는 응암·불광·녹번동 신축단지를 중심으로, 성동구는 왕십리·행당·금호동 신축단지 위주로 전셋값이 올랐다.

감정원 관계자는 "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 거주요건 강화 등으로 전세 매물 부족현상이 지속되는 가운데 역세권이나 교육환경 양호한 지역 위주로 상승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지역 아파트의 평균 전셋값이 처음 5억원을 넘겼다. KB국민은행이 발표한 월간 KB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이달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5억111만원으로 집계됐다.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11년 6월 이후 최고치다.

이는 1년 전(4억6541만원)과 비교하면 4470만원(9.6%) 상승한 것이다. 강남지역(한강이남 11개 자치구)의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1년 사이 10.2%(5503만원) 올랐고, 강북 지역(한강 이북 14개구)의 평균 전셋값은 같은 기간 8.9%(3357만원) 올라 강남지역의 상승률이 강북지역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시장의 불안은 수급 불균형이 가장 큰 원인이다. 신규 입주 물량 감소로 전세 공급이 줄어드는 가운데 정부의 잇단 규제 대책 여파로 전세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임대차보호 3법과 0%대 초저금리 장기화, 재건축 조합원 2년 실거주 의무 영향 등으로 전세 매물은 갈수록 더욱 줄어들고 있다.

반면, 서울과 수도권에 총 13만2000가구를 추가 공급하는 것을 골자로 한 8·4대책 발표 이후 청약을 기다리는 대기수요가 주택임대차시장으로 유입되면서 전셋값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주택시장에서는 수급불균형이 지속돼 전셋값 상승이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전셋값을 결정짓는 또 하나의 변수인 신규 공급 물량도 갈수록 줄어든다. 부동산 정보업체 직방에 따르면 9월 아파트 입주 예상 물량은 2만7025가구로, 이달보다 12% 감소한다. 수도권 공급은 전월의 36% 수준인 7132가구다. 이중 서울 입주 물량은 4269가구에 불과하다. 경기는 2522가구, 인천은 341가구로 전월 대비 각 78%, 89% 감소한다.

또 내년부터 신규 아파트 공급이 줄면서 덩달아 전세 물건도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내년 서울에서는 아파트 기준 총 2만3217가구가 분양 예정이다. 이는 올해 입주물량(4만2173가구)의 절반 수준인 55.1%에 불과하다. 2022년엔 1만3000여 가구로 대폭 줄어든다.

정부가 3기 신도시 등 서울과 수도권지역에 13만2000가구의 주택을 추가 공급하기로 했지만, 착공 뒤 입주까지 최소 3~5년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당분간 전셋값 오름세는 불가피하다. 정부의 계획대로 주택 공급이 본격화되면 전셋값 상승세가 한 풀 꺽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공급이 늘어나면 전세난에도 숨통이 트일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매물 부족에 따른 전셋값 상승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신규 주택 공급을 당초 예상하던 것보다 늘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다만, 현재 전세 매물 부족의 원인은 수급불균형에 기인한 것으로 실제 신규 주택 공급까지 일정기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한 만큼 단기적으로 해소하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권 교수는 "금리 인하와 신규 물량 공급 축소 등이 임대차 3법과 맞물리면서 전세 물량이 전체적으로 줄고 전세난을 가중시킬 가능성이 있다"며 "당분간은 전셋값 상승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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