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통합당과 전광훈, 부정해도 자꾸 묶이는 이유
[서울=뉴시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지난 27일 발표한 8월 4주차(24~26일) 주중 잠정 집계에 따르면 통합당 지지율은 지난주보다 4.8% 내린 30.3%였다. 두 정당의 지지도 격차는 10.0%포인트로 다시 두 자릿수가 됐다(만 18세 이상 1512명 응답,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2.5%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 및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통합당은 더불어민주당이 전 목사와 싸잡아 비판해 억지로 책임론을 부각시킨 탓이라고 주장하지만 통합당의 전신인 자유한국당과 전 목사의 관계를 생각하면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해 자유한국당의 대여 공세는 주요 국면마다 전 목사와 함께였다. 특히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 대표와 전 목사의 '케미'(화학반응, 사람들 사이의 조화나 호흡)가 눈에 띄었다.
지난해 5월12일 조계종은 황 전 대표가 부처님오신날 봉축 법요식에서 합장 등 불교의식을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대표직 사퇴를 요구했다. 이에 전 목사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자격으로 우려를 표함으로써 황 전 대표를 옹호했다.
【서울=뉴시스】김병문 수습기자 =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연합회관에서 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장을 예방해 악수 나누고 있다. 2019.03.20. [email protected]
이 조언은 같은 해 10월3일 현실이 됐다. 자유한국당은 이날 오후 1시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 북측에서 '문재인 정권의 헌정유린 중단과 위선자 조국 파면 촉구 규탄대회'를 개최했다. 오후 2시에는 전 목사가 주축이 된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투쟁본부)'가 광화문 광장 남측에서 집회를 열었다.
투쟁본부 집회에는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도 참석해 "성스러운 날에 모인 여러분은 자유대한민국을 지키고 문재인 정권의 퇴진을 위해 모두 한마음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황 전 대표는 같은 달 25일 전 목사의 투쟁본부가 광화문에서 주최한 '10·25 문재인 퇴진 철야 국민대회' 철야 농성에까지 참석했다. 개인 자격으로 참석했다는 점, 연단에 오르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지만 당시 나경원 원내대표, 전희경 대변인 등 지도부가 함께 참석해 사실상 집회를 지지하는 모양새가 됐다.
【서울=뉴시스】김병문 수습기자 =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연합회관에서 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장을 예방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19.03.20. [email protected]
황 전 대표는 집회 참가자들을 향해 "죽기를 각오하고 단식 투쟁을 하기 위해 여기 광화문 광장에 나왔다"며 "여러분이 존경스럽다. 함께 이길 수 있도록 저도 작은 힘이나마 보태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시 전 목사가 황 전 대표를 향해 "자유한국당이 너무 얌전하다"고 말하자 황 전 대표는 "잘 싸울 수 있도록 하겠다. 여기도 (한국당에서) 많이 왔다"고 답했다.
단식 8일 차에는 전 목사가 황 전 대표를 찾아 응원하기도 했다. 아무런 제지 없이 황 전 대표의 단식 텐트에 들어간 전 목사는 면담 뒤 기자들과 만나 "한기총 대표 회장으로 가서 기도해주고 나왔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전광훈 목사가 27일 오전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 광장 단식농성 천막에서 8일째 단식중인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를 만나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2019.11.27. [email protected]
지난 1월22일 황 전 대표와 전직 비대위원장들의 오찬에서 인명진 전 비대위원장은 "전광훈 목사를 중심으로 목소리가 크고 광화문에서 집회를 하지만 우리 사회에 개신교만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전광훈의 개신교도 개신교를 다 대표한다고 볼 수 없다"고 우려했다.
이후 한국당이 총선을 앞두고 새로운보수당, 미래를향한전진4.0 등과 합당하는 과정에서 전 목사의 세력은 자연스레 분화됐다. 그러나 이번 사태 전까지 통합당이 전 목사와의 단절을 명확하게 표명한 적은 없다. 이번 8·15 광화문 집회 역시 코로나19가 진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강행됐음에도 통합당은 당 차원에서 자제를 요청하거나 반대 의사를 표명하지 않았다.
김종인 위원장도 지난 11일 당 정강정책특위원회의 보고 직후 기자들과 만나 '통합당이 당 차원에서 광복절 시민단체 집회에 참여하느냐'라는 질문에 "당원 스스로 참여하고 싶으면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것이지 공식적으로 참여한단 의미는 (아니다)"라고 답했다.
따라서 그간 통합당 행보를 고려하면 현 지도부의 선 긋기 노력은 한동안 효과를 보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을 위시한 새 지도부가 바라는 대로 통합당이 진정한 중도실용 정당으로 거듭나고 외연을 탄탄하게 확장하기 위해서는 보다 명확한 극우와의 단절 선언 및 일관된 메시지 전달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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