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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넘어북한] 바깥은 생지옥이다? 재해 가득한 북한뉴스

등록 2020.08.28 18: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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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출신 '안드레이 란코프 교수와 북한 읽기' <1화>

올해 초부터 북한 국제면은 코로나, 재해재난, 범죄 기사 위주

북한 현실보다 더 힘든 세상이란 묘사 통해 국내 문제 책임 전가

한국 관련 소식은 근거 있는 사회적 모순 지적

대외 선전 역시 중산층 생활 담는 유튜버 등장으로 변화

【서울=뉴시스】강영진 박수성 기자 = <창 넘어 북한>은 북한 연구 30년 이상 경력의 러시아 출신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학교 교수를 모셨습니다. 북한에 대한 통찰력 있고 냉철한 분석으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생각을 읽는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아 2017년 포린폴리시(FP) '세상을 바꾼 사상가’ 50인에 선정되기도 한 란코프 교수는 북한 노동신문의 국제면 보도가 올해 초부터 뚜렷한 변화를 보인다고 분석합니다. '란코프 교수와 북한 읽기' 2화 중 첫번째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오늘 란코프 교수님을 모시고 북한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려고 합니다.
교수님 안녕하세요.

#1. 평양 유학 시절, 북한은?
    정치보단 일상 생활, '사람 사는 곳'

- 김일성 대학교에서 1년 동안 계시면서 느끼셨던 대표적인 소감 한 마디?
"할리우드 미국 영화 모습이 조금 있었습니다. 내내 비가 오고 무섭게 보이는 군인들이 어디에나 있고 사람들이 아주 굳은 표정으로 가고. 보면 전혀 그렇지 않아요. 어렵게 살지만 보통 국가란 느낌이 있었습니다. 일반 사람들은 정치를 많이 생각하지 않아요. 세계 어디에나 극한 위기가 아니면 정치보단 일상 생활을 중심으로 살고 있지 않습니까. 북한도 예외가 아닙니다. 일상생활이 90%이상입니다. 정치는 많아도 10%입니다."

#2. 북한 노동신문이 달라졌다!
    확연히 줄어든 국제 소식면

- 노동신문의 국제면에 있는 기사들을 다른 시각으로 보고 계시는데요.
"최근에 2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첫째로 국제소식은 옛날보다 많지 않습니다. 6면 전부는 국제소식이지만 최근에 2/3 정도, 절반 정도입니다. 기사 수가 많이 줄었고, 긴 기사와 분석이 있는 기사는 사실상 없어졌습니다. 원래 북한 노동신문은 소련 ‘프라우다’를 많이 모방하였습니다. 노동신문을 만든 사람들은 소련 교포 출신들입니다. 신문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소련 정부에서 북한으로 파견되고, 북한에서는 노동신문을 비롯한 북한 언론, 북한 통신사들을 만들었습니다. 구소련 신문을 보면 선전이 많이 있었습니다. 주로 자본주의 나라에서 노동자들 어려운 생활 등의 보도가 많이 있었지만 분석(기사)이 없다고 할 수 없습니다. 2019년 말까지 매주마다 매일 아니더라도 이틀마다 한 번씩 비교적으로 길고 분석이 있고 정치 냄새가 거의 나지 않은 기사가 나왔습니다. 2020년 1월부터 보이지 않게 됐습니다. 거의 모든 기사는 너무 짧고 분석이 없습니다."

#3. 북한에게 중요한 기사는?  
     네 가지 키워드로 보는 북한 기사

"지금 북한 언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소식, 제일 먼저 물론 코로나 위기입니다. 지금 국제 뉴스를 보면 절반 정도 코로나 관련 소식입니다. 기본 메시지는 세계 어디에나 전례가 없는 위기입니다. 둘째는 여러가지 재앙입니다. 멀고 먼 파푸아뉴기니 지진이 생겼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전세계 언론은 이러한 보도가 사실상 없었습니다. 노동신문 사람들의 관심 대상은 지진, 큰물, 여러가지 자연 재앙 관련 보도입니다. 셋째는 마약을 비롯한 범죄 활동입니다. 흥미로운 차이가 있는데 적대 국가, 나쁘게 생각해야 하는 국가이면 범죄문제를 그냥 보도하고 있습니다.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나라이면 범죄를 보도하는 것보다 경찰이 범죄와 싸우는 보도가 있습니다. 네번째는 미국에 대한 비판입니다. 미국을 공격하면 안된다는 입장입니다. 북한은 지금까지 미국과 어떤 타협을 이룰 희망이 없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나라에서 미국에 대한 비판적인 자료가 나오자 마자 이 사실을 (간접적으로) 보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2019년 말까지 세계를 아주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뉴스는 전체 내용의 아마 절반 정도였습니다. 지금 90% 이상입니다. 외부 세계는 생지옥이다. 아무 좋은 게 없다. 만성적인 위기다. 이러한 메시지입니다."

- 왜 그런 메시지를?
"간단합니다. 첫째로 국내 문제를 정당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김정은을 비롯한 북한 지도자들은 외부 세계와 협력할 희망이 있었습니다. 미국 팝 음악까지 평양에서 공개적으로 콘서트에서 나왔습니다. 미키 마우스도 나왔습니다. 당시 김정은과 리설주가 같이 관람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미국과 관계가 많이 나빠지고, 특히 하노이 정상회담 후 곧 올 줄 알았던 타협이 현실이 되지도 못하고 코로나 위기 때문에 해외에서 지원받기도 옛날보다 많이 어려워져서 그들은 외부세계에 대한 희망이 별로 없게 됐습니다. 그래서 지금 북한 엘리트 계층이 인민들에게 주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입니까. 우리가 어렵지만 우리 정치 때문에 생긴 문제가 아닙니다. 세계 어디나 어렵다. 사실상 세계는 우리보다도 어렵다.

#4. 노동신문에서 사라진 섹션
     "남조선을 생각하지 마!"

- 노동신문의 이러한 변화가 국제면 이외의 면에서도 있을까요?
"약 20년 전부터 북한 언론은 남한을 보도하는 접근(방식)을 많이 바꾸었습니다. 남한이 물질적으로 어렵게 사는 나라, 거지들이 많고 옥수수 밥을 조금 먹어도 행복한 나라라고 생각했습니다. 이것은 2000년대 초 노무현 시대까지 이러한 이야기가 있었는데, 1990년대 말부터 북한 사람들은 몰래 남조선 드라마, 영화를 보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중국으로 불법 노동이민자로 갔다 온 북한 사람들은 중국에서 조선족들과 만나서 남조선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개성을 비롯한 남부 지역에서 남조선의 야경을 볼 수 있지 않습니까. 가로등이 많고. 그래서 북한 선전 일꾼들도 백성들이 남한이 거지가 많은 나라, 초가집이 많은 나라라는 주장을 믿지 않게 됐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그들은 남조선 관련 보도를 할 때 물질적인 문제보다 도덕적인 문제, 심리적인 문제를 많이 많이 이용합니다. 기본적인 메시지는 사회적 모순입니다. 북한에서 볼 수 있는 남조선에 대한 비판은 옛날과 달리 근거가 있는 거예요. 도덕적으로 왜곡된 사회, 양심이 없는 사람들이 통치하는 나라, 순수한 조선 문화를 포기한 나라. 이와 같은 이야기 많아요. 하지만 옛날보다 남조선 관련 보도는 많이 줄었습니다. 선전 일꾼들이 백성들에게 남조선이 있다는 것조차 지나치게 많이 말하지 않는다면 좋다는 입장입니다. 왜냐하면 남북 소득격차, 생활수준 격차가 너무 심하고 북한은 이 사실을 완전히 숨길 능력이 없어서 덜 생각하면 좋아요. 덜 생각하면 좋다. 언급을 지나치게 하면 안 돼요."

#5. 대외선전도 달라지다
      중산층 생활 담은 유튜버들의 등장

"대외선전도 많이 바뀌었습니다. 북한은 유튜브를 쓰고 있는데, 선전 일꾼들이 세계에 보여주려 노력하는 이미지는 무엇입니까. 보통 국가이다. 거기에서 아나운서로 나온 사람들은 누구입니까. 서양 생활들을 잘 아는 젊은 여자들입니다. 여러 사람들이 있는데 은아는 제일 유명한 사람이에요. 보여주고 싶은 북한의 메시지는 무엇입니까. 선진국이다. 은아 유튜브 프로그램을 보면 ‘일심단결’, 아니면 ‘결사투쟁’이란 메시지가 있습니까? 완전히 없습니다. 우리(북한)는 독일이나 일본처럼 사는 나라이다. 중산계층의 생활을 많이 강조하고 있다. 우리도 피아노를 치고, 우리도 축구를 좋아하고, 우리도 쇼핑하고, 우리 백화점은 다른 나라 백화점과 다를 바가 없다."
 
- 그런 경향성이 노동신문에도 있나요?
"노동신문에는 조금만 있습니다. 은아를 비롯한 이와 같은 프로그램들은 외국 사람들을 위한 프로그램입니다. 외국 사람들의 필요에 맞게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들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새로운 현상입니다. 2005년까지 그들은 김일성을 말할 때 모든 공식적인 명칭을 써야 했습니다. “우리나라 민족 태양의 신 위대한 수령인 김일성 동지께서는 다음과 같이 교시하시었습니다” 지금 외국사람들 앞에서 말할 때, 간단하게 "우리나라 위대한 지도자", 아니면 "우리 수령". 옛날보다 김일성을 많이 강조하지 않기 시작했습니다. 지나친 개인 숭배, 우상화는 외국에서 문제가 되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김정은 본인이 이와 같은 새로운 정책을 확인했습니다. 그래서 은아와 같은 것을 보면 지금 우리(북한)는 혁명과 투쟁밖에 모르는 사람들이 사는 나라가 아닙니다. 우리는 중산 계층 생활, 여러가지 물질적인 생활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보통 국가이다(를 강조하고 있는 것입니다)"

#6. 북한은 IPTV를 원한다!
      IPTV는 정보통제 기대 효과 높아

- 연초에 중국의 화웨이가 북한에 기술력을 전수했다. 이런 기사가 있었는데 북한의 IPTV 정책에 대해서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제가 보니까 지금 북한의 희망은 IPTV의 대중화, 나중에 의무화입니다. 그들은 공중파 방송을 중단할 희망이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공중파는 문제이다. 중국이나 중국의 조선말 방송을 가끔은 남조선 방송까지 볼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의무적으로 IPTV 방송을 보게 된다면 정부가 허락한 내용만 볼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제일 중요한 게 차단입니다. 북한에서 국내 안정을 유지하기 위한 기본 조건은 쇄국 정치이다. 북한 사람들이 외부 생활을 잘 알 수가 없어야 국내에서 안정을 유지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IPTV는 아주 좋은 선택입니다. 세 가지 장점이 있습니다. 첫째로는 외부 방송, 특히 중국과 남한 방송을 볼 수 없다는 기술입니다. 둘째, 콘텐츠를 다양화할 수 있는 기술입니다. 셋째로 사람들이 보는 콘텐츠를 몰래 감시할 수 있습니다. 그 다음에는 빅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어요. 예를 들면, 함경북도에서 사상수준이 높은 프로그램을 전국 평균보다 뜸하게 봅니다. 문제이다. 김씨 일가 관련 연속극을 보는 사람들이 전국 수준보다 80%이다. 문제이다. 함경북도 선전선동 책임 일꾼에게 전화를 하고 왜 이러냐, 노력하라. 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사상 경향을 분석할 수 있습니다."
 
- 기술력이나 이런 것은?
"아직 없다. 그러나 이것은 시간 문제이다. 북한은 경제 성장이 없을 경우에도 통신혁명이 생겼습다. 휴대폰 가입자는 약 500만명 정도입니다. 10년이나 15년 전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일입니다."
 
-(IT 기술 도입) 가격이 낮아지고?
"도입할 가격이 갈수록 내려가고 있습니다."


다음 화에 이어서 다시 뵙겠습니다. <창 넘어 북한> 시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창넘어북한] 바깥은 생지옥이다? 재해 가득한 북한뉴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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