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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쓸통]잘 버텼다는 수출…'하루 평균'으로 바꿔야 보인다?

등록 2020.09.06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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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전체 수출 9.9%↓…하루 평균은 3.8% 감소

코로나19 확산 이후 최저치…지난해보다 높아

23년 만에 미·중·EU 일평균 수출 동반 플러스

[세쓸통]잘 버텼다는 수출…'하루 평균'으로 바꿔야 보인다?



[세종=뉴시스] 이승재 기자 = 지난 8월 우리나라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9.9% 줄어든 396억6000만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간신히 한 자릿수 감소폭은 유지했지만 지난 7월(-7.1%)에 비해서는 부진한 성적입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매달 1일 이런 내용을 담은 수출입동향을 발표하는데요. 이날 열린 브리핑에서 나승식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우리 수출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지난 4월 저점을 찍은 이후 계속해서 개선세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지난 3월부터 반년째 마이너스 실적을 기록 중인 데다가 당장 지난 7월보다 감소폭이 커졌다는 점에서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 설명인데요. 이는 수출 실적을 8월 전체가 아닌 하루 평균으로 바꿔서 해석했기 때문입니다.

통상적으로 전체 수출은 조업일수를 따지지 않은 수치를 뜻합니다. 이러면 조업일수가 적었던 달은 상대적으로 수출액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데요. 실제로 지난 8월은 17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되면서 전년도 8월에 비해 조업일수가 1.5일 적었습니다. 조업일은 평일을 1일로, 토요일을 0.5일로 계산하면 됩니다.
[서울=뉴시스]산업통상자원부는 올해 8월 수출이 396억6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9.9% 감소했다고 1일 밝혔다.같은 기간 수입은 355억4000만 달러로 16.3% 줄었다. 무역수지는 41억2000만 달러 흑자로 집계됐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서울=뉴시스]산업통상자원부는 올해 8월 수출이 396억6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9.9% 감소했다고 1일 밝혔다.같은 기간 수입은 355억4000만 달러로 16.3% 줄었다. 무역수지는 41억2000만 달러 흑자로 집계됐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email protected]



다시 8월 수출 실적을 보면 하루 평균 수출액은 18억3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3.8%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감소폭이 9.9%에서 3.8%로 확 줄어들었는데요. 이는 조업일수를 따진 평균치이기 때문입니다.

이 평균치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최저치입니다. 지난해까지 통틀어 유일하게 플러스 실적을 냈던 올해 1월을 제외하면 가장 낮은 수치이기도 합니다.

하루 평균 수출액이 18억 달러대에 진입한 것도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수출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지난 이후 처음인데요. 지난 4~6월은 하루 평균 수출액이 16억 달러대까지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품목별로 보면 주요 15개 품목 가운데 반도체, 컴퓨터, 바이오, 가전 등 4개가 플러스 실적을 냈는데요. 마찬가지로 이것도 하루 평균으로 바꾸면 2차전지까지 더해져 5개 품목이 플러스를 낸 것으로 나타납니다.

지역별 실적에서는 하루 평균 수출이 더욱 눈에 띕니다.

조업일수를 따지지 않은 전체 수출에서는 미국과 중국, 유럽연합(EU) 시장이 모두 감소세를 보였습니다. 반면 하루 평균 기준으로는 모두 플러스 실적을 낸 것으로 집계됐는데요. 대(對)중국 수출액은 3.6% 늘었고, 미국과 EU로의 수출액은 각각 6.4%, 4.1% 상승했습니다.

이 3대 시장의 하루 평균 수출이 모두 플러스가 된 것은 2018년 9월 이후 23개월 만입니다. 이 지역이 올해 들어 우리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0.4%에 달합니다. 정부가 수출 실적을 긍정적으로 해석한 이유를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타코마(미 워싱턴주)=AP/뉴시스]미 워싱턴주 타코마항에서 컨테이너 하역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2020.9.4

[타코마(미 워싱턴주)=AP/뉴시스]미 워싱턴주 타코마항에서 컨테이너 하역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2020.9.4



일부는 하루 평균 실적 중심의 정부 발표에 대해 지나치게 낙관적이 해석이 아니냐는 지적을 제기하기도 합니다. 코로나19 재확산, 미·중 무역분쟁, 저유가 등 우리 수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들이 아직 너무나 많기 때문인데요. 대부분 전문가들은 올해 플러스 실적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입을 모아 말합니다.

이런 우려는 글로벌 교역량에서 그대로 드러납니다.

최근 세계무역기구(WTO) 통계를 보면 세계 10대 수출국의 상반기 수출이 모두 전년 대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나마 우리나라는 10대국 가운데 네 번째로 낮은 감소율(-11.3%)을 기록했지만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입니다. 수출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우리나라 입장에서 국가 간 교역량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은 좋게 해석할 여지가 없기 때문이죠.

이에 정부는 올해 들어서만 5번에 걸쳐 '수출활력대책'을 발표하는 등 활로 찾기에 한창인데요.

얼마 전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중심의 경제·무역 구조로 근본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며 "지난달 비대면 서비스 산업 신(新)수출동력화 대책을 발표한 데 이어 비대면 수출 기업 수를 획기적으로 늘리기 위한 '비대면 수출 활성화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세쓸통' = '세상에 쓸모없는 통계는 없다'는 일념으로 통계 속에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내 알기 쉽게 풀어내고자 합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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