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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김히어라 "뮤지컬 '마리 퀴리' 안느와 같이 성장한 느낌"

등록 2020.09.07 08:4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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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케이스·초연부터 '안느 코발스키'로 열연

[서울=뉴시스] 뮤지컬 '마리 퀴리' 김히어라. 2020.09.07. (사진 = 라이브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뮤지컬 '마리 퀴리' 김히어라. 2020.09.07. (사진 = 라이브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마리 퀴리'의 안느와 같이 성장한 느낌이에요. 제가 무엇에 부딪힐 때마다 안느와 같은 반응이 나왔죠."

뮤지컬 '마리 퀴리'는 뮤지컬배우 김히어라의 나이테와 같다. 쇼케이스부터 2018년 말 한국문화예술위원회(예술위)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 신작에 선정된 초연을 거쳐 올해 초 재연과 현재 삼연까지 모두 '안느 코발스키'를 맡아 성장을 증명해왔다.

'방사능 연구의 어머니'로 통하는 노벨상 수상자 마리 퀴리를 다룬 작품. 그녀의 대표적 연구 업적인 '라듐'의 발견과 그로 인해 초래되는 비극적인 사건들이 중심 소재다. 좌절에 맞서는 인간의 숭고한 용기와 삶의 가치를 톺아본다.

여기에 사회 구성원 간의 연대도 중요하게 여겨지는데, 마리에게 고향의 흙인 '길잡이 흙'을 선물하는 안느가 그 상징이다. 김히어라는 흰 도화지 같은 이 가상의 인물에 자신의 색칠을 더해 입체적인 인물로 무대 위에 살게 만들었다. 그녀의 이름은 '깨끗하고 하얗게 살아라'라는 뜻으로 부친이 지어준 본명이다.

최근 대학로에서 만난 김히어라는 "안느는 세다는 표현보다는 에너지가 강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느낌이 크다"고 말했다.

안느는 '마리 퀴리'가 개작을 거듭하면서 가장 많이 변화한 캐릭터다. 초연 당시 러닝타임이 100분이던 작품이 재연에서 인터미션이 포함된 150분으로 늘어나면서 그녀에 대한 서사가 보충됐다. 

초연 때는 언니가 공장에서 일한 뒤 병에 걸려 죽은 뒤 급격히 변화했다. 하지만 재연부터는 극 초반에 마리와 함께 등장해 이야기를 전개해나가는 중심축이 되고, 그녀가 본격적으로 변화하는 계기도 언니가 아닌 친구가 세상을 떠난 뒤다. 좀 더 수평적인 연대의 중심에 서 있게 되는 것이다.
  
"안느가 처음부터 마리와 똑같은 힘을 가지고 출발하는 거예요. 마리는 이성적·과학적 힘을 가지고 있고, 안느는 감성적·인류애적 힘을 가지고 있죠. 초반에 마리가 소매치기를 당할 뻔한 어려움에 처했을 때도 안느가 도와주잖아요."

[서울=뉴시스] 뮤지컬 '마리 퀴리' 김히어라. 2020.09.07. (사진 = 김히어라 측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뮤지컬 '마리 퀴리' 김히어라. 2020.09.07. (사진 = 김히어라 측 제공) [email protected]

일상에서도 당당하고 굳센 모습을 보여주는 김히어라는 안느와 많이 닮았다. 김히어라는 "저도 남의 눈치를 많이 안 본다"며 미소지었다.

그림 등에서도 재능을 발휘하고 있는 김히어라는 "눈치를 봤으면, 취미를 갖지 못했을 거예요. 배우로 데뷔한 초반에 그림을 그리고 조각을 하고, 조명과 전구를 달고, 페인트를 칠했을 때 '연기 하나만 해도 될까 말까 한데 산만하다'라는 소리를 듣기도 했어요. 취미를 위해 (돈 마련 때문에) 치킨 집 알바를 하기도 했죠"라고 돌아봤다.

'오감이 살아 있는 섬세한 배우'라는 평을 듣는 이유는 "수많은 아르바이트와 취미들의 실패와 성공"이라고 했다. "이런 것들이 저를 강하게 만들었어요. 저를 막 대했던, 약자에게 강했던 사람들을 보면서 '나중에 사람다운 사람이 돼야지'라는 생각을 했죠. 제 것을 하면서 더 강해졌고, 안느도 마찬가지죠."

고등학교 때까지 강원도에서 일반고를 다니며 화가의 꿈을 꾼 김히어라는 학교에서 특별하게 만들어진 예체능반에 편입되면서 뮤지컬을 접했고, 이후 자연스레 뮤지컬배우가 됐다.

지난 2016년 김태형 연출의 뮤지컬 '팬레터'에서 관념적이지만 치명적이고 매력적인 '히카루' 역을 맡아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2017년 재벌 아들과 몸싸움을 벌이다 호텔 방에서 죽음을 맞는 민아, 민아의 부검을 맡은 법의관, 살인 사건을 보도하는 여기자, 정의의 여신 등을 번갈아 열연한 연극 '베헤모스'로 연기력까지 인정받았다.

이후 대학로에서 행보를 주목 받는 배우가 됐다. 2018년 말에는 정영주, 황석정, 이영미 등 쟁쟁한 배우들과 함께 여성 배우 10명만 출연한 '베르나르다 알바'에도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벌써 데뷔한 지 10년이 지난 김히어라는 "세월이 빨리 지나간 것 같기도 하고, 경력을 이제 막 시작한 것 같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해요"라고 말했다.

"지난 1년 만 봐도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잖아요. 공연도 바뀌고 시대도 바뀌니까 갈수록 더 예민하게 귀를 많이 열어야겠다는 생각이 크죠. 앞으로도 헤쳐 나가야 할 것이 많고 끝이 없어요. 그래서 데뷔 10주년이 지났다는 건 잊고 매번 새로 시작하는 것이 맞는 것 같아요."

[서울=뉴시스] 뮤지컬 '마리 퀴리' 김히어라. 2020.09.07. (사진 = 라이브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뮤지컬 '마리 퀴리' 김히어라. 2020.09.07. (사진 = 라이브 제공) [email protected]

올해 초에 출연한 뮤지컬 '아티스'의 그런 김히어라의 생각과 재능을 보여줬다. 예술가들을 다룬 이 뮤지컬에서 화가를 꿈꾸는 엘로이즈 역을 맡았다.

사실 이 작품에서는 엘로이즈가 그림에 왜 관심을 갖고 어떻게 재능을 지니게 됐는지가 다소 불분명하게 그려졌다. 그녀가 그림 모델을 했다는 전사만 있을 뿐이다.

하지만 강한 눈빛과 허스키한 목소리를 지닌 김히어라는 엘로이즈가 태생부터 예술적 능력과 자유로운 사고를 갖고 있었던 인물이라는 것을 설득시킨다. "그림을 그리고 싶고, 춤도 추고 싶은 다재다능한 욕구가 저와 비슷해요. 캐릭터에 대한 제 의견도 수렴됐죠."

'아티스'에는 다양한 예술가들이 어울리는 '검은 고양이'라는 작업실이 등장한다. 김히어라는 지난 5월 복합문화공간을 겸하는 카페 'R.T 프로젝트'를 열었다. 그녀는 지난 2017년 동료들과 같은 이름의 창작 집단을 꾸리기도 했다. RT는 '리트윗'과 '로열티'를 뜻한다. 예술가들이 '정당한 보상'을 받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만든 예술가 집단이다. 카페는 코로나19 시기에 무대를 잃은 배우들의 소중한 일터가 돼 주기도 한다. 
 
김히어라는 "카페 운영 초반에는 쓰지 않던 뇌를 쓰다 보니까 힘들었는데, 이제 긍정적인 공간이 됐다"면서 "직원들도 있지만 배우들이 알바도 해요. 노동을 해 커피라는 결과물이 만들어지는 것을 보면 힐링도 되고 복잡한 생각도 정리된다고 하네요. 그럴 때 보람을 느끼죠"라고 했다. '마리 퀴리'의 안느처럼 실생활의 김히어라도 연대하고 있다. 27일까지 홍익대 대학로아트센터 대극장.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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