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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피지기]'양날의 검' 부동산거래분석원…권한 과도 vs 투기 근절

등록 2020.09.12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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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내년 초 부동산 감독 기구 설립 추진

"애먼 사람 잡겠다" 실수요자 불안감 커져

'뛰는 규제에 나는 투기'…'극약처방' 필요성도

정부 "의심 거래만 조사 대상…우려 과도해"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이인준 기자 = "세계에서 유례 없는 기구. 모든 부동산 거래를 일일이 들여다볼 수 있게 돼 재산권 등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게 될 것이다."

"현 '부동산시장 불법행위 대응반'만으로는 각종 개발호재와 3000조원이 넘는 유동성으로 생기는 투기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 선제적으로 대응 수위를 높일 필요가 있다."

정부가 내년 초 설립을 목표로 준비 중인 부동산 감독기구 '부동산거래분석원'가 최근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습니다.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한 정부가 편법 증여, 대출규정 위반 등 각종 불법, 시장교란행위에 대응하기 위해 마련되는 부동산거래분석원은 출범 전부터 성격과 기능을 놓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습니다.
 
국토부가 현재 설립 근거를 담은 법 개정 작업을 진행 중이지만, 현재로서는 지난 2월 출범한 부동산 불법행위 대응반이 확대·강화되는 방식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핵심은 분석원의 권한이 어디까지 미치는가 입니다.

국토부가 현재 한시 운영 중인 불법행위 대응반은 현금 거래나 편법 증여, 대출 규정 미준수 등 이상 거래에 대해 엄격하게 대응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력이 부족해 감시 대상이 9억원 초과 고가 주택에 집중돼 있는 데다, 개인정보 접근 권한이 없어 당사자의 소명자료에 의존해야 하는 것이 한계로 지적됩니다.

반면 시중 유동성이 쉴 새 없이 불어나 3100조원에 육박하자 자금 출처가 불분명한 거래들이 급격하게 늘고 있습니다. 20대가 수십 억짜리 주택을 매입하거나, 부동산 법인을 설립해 자녀를 이사로 등재하고 배당금을 지급하는 등 부의 대물림도 횡행하고 있습니다. 사업자 대출을 받은 뒤 주택을 매입하거나, 돈을 받고 청약 통장을 빌려주는 불법 행위도 근절되지 문제 입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가계 자산의 70~80%가 부동산에 달하는 데다, 전세라는 사(私) 금융 시장이 존재하고 있어 아무리 은행 대출을 틀어쥐어도 투기 수요를 억제하기가 쉽지 않은 환경이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더구나 전 국민의 절반이 거주하는 아파트는 투자재로 변질된 지 오래 입니다. 인터넷만 들어가면 전국 아파트 시세를 다 들여다볼 수 있는 판국이라 전국 단위로 투기가 판을 치는 형국입니다.

한정된 권한과 인력만으로 부동산 시장에 전방위적으로 나타나는 투기성 거래에 정부가 대응하기에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투기는 반드시 근절하겠다"며 부동산시장감독기구 설치를 언급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하지만 감독기구는 '양날의 검'입니다. 벌써부터 정부의 과도한 행정력이 애먼 사람 잡는 것이 아니냐는 불안감이 싹트고 있습니다.

이를 테면 장가가는 아들에게 전세 자금을 마련해주는 것만으로도 세무조사의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우려입니다. 분석원은 개인의 금융, 보험, 세금 기록 등을 모두 들여다 볼 수 있는 권한이 생깁니다.

국토부, 금융감독원, 국세청, 경찰청 등으로 나뉘어 있던 정보 접근권이 한 정부 조직에 집중한다는 것이 옳은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쉽게 걷히지 않고 있습니다.

정부는 실거래 조사 대상을 명확하게 규정해 논란이 없게 하겠다는 입장입니다.

국토부는 "그동안 정상적인 거래에 대해서는 조사를 진행한 적이 없었다"면서 "분석원은 불법 가능성이 높은 의심거래에 한해서만 실거래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특히 ▲거래가격이 시세와 현저히 차이나는 업·다운계약 의심 거래 ▲가족 간 대차 의심, 차입금 과다, 현금 거래 등 정상적인 자금 조달로 보기 어려운 거래 ▲미성년자 거래 등 편법 증여가 의심되는 거래 등 불법 의심거래는 정부 조사 명단에 이름이 오를 수 있습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최근 국회에서 "관련 법안을 정기 국회 회기 내에 제출해 연내 처리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습니다.

내년부터 가동에 들어가는 분석원. 과도한 권한 집중 논란을 넘어 부동산 시장 거래질서를 확립한다는 목표를 성공적으로 달성할 수 있을까요.

※'집피지기' = '집을 알고 나를 알면 집 걱정을 덜 수 있다'는 뜻으로, 부동산 관련 내용을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하기 위한 연재물입니다. 어떤 궁금증이든 속 시원하게 풀어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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