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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신용대출 규제…또 다른 풍선효과 안된다

등록 2020.09.15 15:2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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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신용대출 규제…또 다른 풍선효과 안된다

[서울=뉴시스] 최선윤 기자 = 신용대출이 연일 급증하고 있다. 규제 강화로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받기 어려워지면서 주담대 수요가 신용대출로 옮겨가는 '풍선효과'가 발생하고 있어서다.

지난달 5대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총 124조2747억원에 달했다. 전달에만 4조755억원이 증가하며 역대 최대 증가폭을 보였다. 이달 들어서는 10일 만에 1조 이상이 늘며 급증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이번달에도 5대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증가폭은 지난달과 유사하거나 소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용대출의 경우 주담대와 달리 담보가 없는 대출인 만큼 부실이 발생할 땐 금융권 전반으로 충격이 커진다. 또한 최근 신용대출 자금은 주택시장과 주식시장으로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 많은데, 여기서 형성된 자산 거품이 꺼질 경우 가계는 물론이고 금융시스템 전반으로 위험이 전이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계속되는 신용대출 증가세를 꺾기 위해 규제 강화에 착수했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5대 시중은행 부행장들과 화상회의를 갖고, 신용대출 증가 속도를 늦추는 방안을 협의했다. 당국은 조만간 1억원 이상의 고액 신용대출에 대해 핀셋 규제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주담대 규제 부작용을 은행권 신용대출 규제라는 또 다른 규제로 잡는 방식으로는 은행권 신용대출 수요가 2금융권으로 옮겨가는 등의 또 다른 풍선효과를 유발할 수 있다. 주담대 우회 수단 등에 가하는 핀셋 규제라고는 하지만 은행 대출을 조이면 돈이 급한 실수요자들은 2금융권으로 눈을 돌릴 수 밖에 없어서다.

이는 고스란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자금난에 허덕이는 자영업자나 저소득자 등 취약계층의 피해로 돌아간다. 은행권 신용대출 규제 강화로 2금융권의 신용대출 증가세가 지금보다도 더 가팔라질 경우 금리가 높은 만큼 부채의 질도 더욱 악화시키는 역효과를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

결국 은행권 신용대출 조이기만으로는 급증하는 가계부채를 관리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대출 수요는 여전한데 1금융권, 2금융권의 순서대로 대출을 빌리기 어렵게 하면 신용도가 낮고, 부채상환 능력이 부족한 취약계층들부터 밀려나 조건이 좋지 못한 대출을 늘릴 위험성만 커지기 때문이다.

이 시점에서 정부는 신용대출이 왜 늘어났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을 되돌아봐야 한다. 부동산 '패닉 바잉(공황 구매)' 현상이 신용대출 증가세를 이끈 만큼 리스크 관리를 금융당국과 금융기관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범 정부 차원의 고민이 필요하다. 집값이 잡히지 않는 상황에서 주담대를 규제하자 신용대출로 자금 수요가 옮겨갔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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