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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홍상수 영화' 같지 않은 영화…'도망친 여자'

등록 2020.09.16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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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영화 '도망친 여자' 스틸컷. (사진=영화제작전원사 제공)

[서울=뉴시스] 영화 '도망친 여자' 스틸컷. (사진=영화제작전원사 제공)


[서울=뉴시스] 김지은 기자 = 같은 듯 다르다. 홍상수 감독의 24번째 장편 영화 '도망친 여자'의 이야기다.

극적인 서사도 없이 지극히 평범한 일상을 흩뿌리는 감독의 자기 색깔은 유효했지만, 영화 속 전형적인 ‘찌질한 남자'는 가려졌다. 대신 자신을 옥죄는 것에서 벗어나길 바라는 여성들의 대화를 잔잔하게 따라간다.

서사는 단순하다. 주인공 감희(김민희)가 남편이 출장 간 사이 세 명의 친구를 만나며 벌어지는 일이 나란히 이어진다.

남편과 이혼하고 룸메이트와 사는 영순(서영화), 부모에게서 독립해 새로운 동네로 이사 온 수영(송선미), 감희의 옛 연인 정선생(권해효)과 결혼한 우진(김새벽)이 그 대상이다. 두 명은 그녀가 그들의 집들을 방문한 것이고, 세 번째 친구는 극장에서 우연히 만났다.

감희(김민희)는 결혼 이후 5년 동안 단 하루도 남편과 떨어져 지낸 적이 없다. 남편은 '사랑하는 사람은 무조건 붙어있어야 한다'고 했다는 이야기만 세 친구에게 반복한다. 친구들은 이 말을 듣고 다들 놀라지만 감희는 "운이 좋은 것 같아" "사랑받는 느낌이 든다"고 답한다.

특별한 사건은 없다.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 먹고 마시며 그동안 못 다한 소소한 일상 얘기를 하는 게 기본 얼개다. 감희는 영순에게 "편안해 보인다"고 말하고, 자유로운 수영을 보며 “재밌게 사는 것 같다. 잘할 거다"라고 응원을 보낸다.

남자들은 뒷모습으로만 등장하는데, 평화로운 여자들의 시간을 한 번씩 깨뜨리는 존재로 잠시 나온다.

극적인 서사 없이 카메라는 그저 여성들의 만남과 대화를 관찰하듯 바라보는데 홍 감독 작품 중에서도 가장 영화 같지 않은 영화다. 상황 혹은 대사의 반복과 변주, 도드라진 줌아웃·줌인, 뚝뚝 끊기는 롱테이크 등 영화에서 거리를 두게 하는 장치들도 여전하다.

드라마적인 요소를 철저하게 배제한 시놉시스와 연출은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릴 듯 보인다. 스치듯 지나가는 작은 이야기에 큰 울림을 느낄 수도 있지만, 등장인물이 나누는 대화나 감정이 별 볼일 없이 다가오기도 한다. 정서적 공감 여부는 오롯이 관객의 몫이다.

홍 감독의 24번째 장편이자 연인 김민희와 함께한 7번째 작품으로,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은곰상(감독상)을 받았다. 또 지난 2일(현지시간) 폐막한 루마니아 부쿠레슈티영화제에서 각본상을 받았고, 스페인 산세바스티안영화제 등 국외 영화제에 잇따라 초청됐다.
 
17일 개봉, 청소년 관람불가.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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