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신속진단키트로 자가진단?…정은경 "정확성 낮아 권고 어려워"

등록 2020.09.17 16:55:18수정 2020.09.17 17:24:46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김종인 "국민들이 각자 검사하는 체제로 가야"

신속진단키트, 혈액 속 항원·항체로 감염 검사

낮은 민감도…"확진자 100명 중 10명 놓칠수도"

항원·항체 형성되려면 감염 후 1~2주 걸려

"유행 통제 한계…신속진단키트 대체 권고 X"

[청주=뉴시스]강종민 기자 =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청장)이 14일 오후 충북 청주 질병관리본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내 발생 현황과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대한 항체가 조사결과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2020.09.14. ppkjm@newsis.com

[청주=뉴시스]강종민 기자 =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청장)이 14일 오후 충북 청주 질병관리본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내 발생 현황과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대한 항체가 조사결과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2020.09.14.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 임재희 기자 = 야당의 코로나19 항원·항체 신속진단키트 도입 주장에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정확성 부족, 검체 채취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진단검사 용도로는 부적절하다고 선을 그었다.

자칫 100명 중 10명의 환자를 놓칠 우려가 있고 감염 후 형성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항체 검사만으론 선제적인 감염 차단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정은경 청장은 17일 오후 충북 오송 질병관리청에서 열린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정례 브리핑에서 신속진단키트 도입 주장에 대해 이 같이 답했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하루 1만~2만명 수준인 국내 코로나19 검사 건수가 너무 적다며 미국이나 유럽처럼 검사 건수를 늘리기 위해 집에서 감염 여부를 알 수 있는 신속진단키트를 전 국민에게 보급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무증상인 사람들은 스스로 코로나에 걸린 것도 모르고 활보하는 상황인데, 우리가 다른 나라에 비해서 검사 횟수가 너무 작다(적다)고 생각한다"면서 "코로나 진단키트를 일반 국민들이 가질 수 있는 조치를 취해서 각자 확인할 수 있는 체제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한국은 호흡기 검체에서 유전자를 채취해 이를 증폭, 코로나19 바이러스 유무를 확인하는 유전자 증폭 검사인 PCR(유전자 증폭) 검사를 통해 확진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선별진료소 등에서 검체를 채취해 검사 기관이 양성과 음성 여부를 판단하고 이를 피검사자에게 통보하기까지 대략 하루 정도가 소요된다.

국민의힘 등이 전국민 보급을 주장하는 신속진단키트란 대부분 항원·항체 검사법을 말한다. 신체에 침입한 바이러스 등을 '항원', 이 바이러스에 대항하기 위해 면역체계가 만드는 물질이 '항체'인데 신속진단키트는 키트에 항체와 항원을 넣어서 그에 반응을 보이는 항원과 항체가 있는지 확인하는 방식이다. 짧은 시간에 검사 결과를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신속진단키트라고 불린다.

현재 국내 기업들도 신속진단키트를 개발했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국내 46개 업체가 생산한 75개 제품에 대해 해외 수출만 승인한 상태다. 국내 사용을 승인한 검사법은 PCR 방식이다. 응급실에서 현재 건강보험 적용을 받아 사용하고 있는 제품도 응급 PCR 검사법이다.

방역당국이 즉시 검사 결과를 알 수 있다는 장점에도 신속진단키트를 도입하지 않는 건 정확성 등에서 한계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정은경 청장은 "PCR 검사는 유전자를 증폭시켜서 검사하기 때문에 굉장히 소량의 바이러스가 있어도 조기에 진단을 하고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서 "하지만 신속진단키트는 몸 안에 바이러스 양이 많은 경우에만 양성으로 나올 수 있기 때문에 민감도가 PCR 검사에 비해 상당히 낮은 편"이라고 말했다.

민감도란 피검사자 가운데 실제 양성인 사람을 얼마나 잘 찾느냐는 지표다. 민감도가 90%라고 한다면 100명의 감염자 중 90명을 양성으로 찾아낸다는 얘기다. 신속진단키트의 경우 민감도가 PCR 검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은경 청장은 "각 제품 제조사들이 밝히고 있는 민감도가 90%라고 하더라도 100명의 확진자를 검사하면 90%는 찾아내지만 10%는 놓친다는 의미"라며 "10명을 놓치게 되면 그 확진자로 인해 추가적인 전파를 차단할 수 없게 되고 확진자의 경우에는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 있는 문제들이 있기 때문에 신속진단키트가 편하고 빠르다는 것은 잘 알지만 그것을 진단검사법으로 활용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속진단키트의 민감도가 대폭 향상되더라도 유행을 차단하는 데엔 한계가 있다. 항원과 항체를 진단한다는 건 이미 몸 안에 항체나 항원이 생성돼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항체만 해도 감염 이후 10~14일이 지나야 생성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신속진단키트로 10분 만에 확진 여부를 판단할 수 있어도 그때는 감염일로부터 수일이 지났다는 얘기다. 증상 발현 이틀 전부터 전파가 가능한 코로나19 특성을 고려하면 신속진단키트를 통한 진단은 결코 빠른 진단이라고 보기 어려운 셈이다.

무엇보다 항원과 항체는 혈액 안에 있다. 코에 면봉을 넣고 가래로 검사하는 유전자 검사와 달리 피를 채취해야 검사가 가능하다. 이런 이유 등으로 신속진단키트의 경우 검체 채취도 쉽지 않을 거란 게 정 청장 설명이다.

임신진단키트처럼 자가진단이 가능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정 청장은 "항체진단키트는 본인이 검체를 채취하기가 굉장히 어렵다. 의료진들도 굉장히 어렵게 진행하기 때문에 검체를 확보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답했다.

정 청장은 "감염 이후에 항체가 생기는 데는 1주일에서 2주 정도가 걸리기 때문에 초기에 진단을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초기에 검사를 하면 모두 다 음성으로 판정이 되기 때문에 오히려 혼란을 줄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게 과거의 감염을 나타내는 거기 때문에 이 검사로는 현재의 유행을 통제하는 데는 굉장히 한계가 많다"며 "이 (임신진단키트처럼 신속진단키트로 진단검사를 대체할 수 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권고하기는 어려운 제안"이라고 딱잘라 말했다.

이에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등도 신속진단키트를 유행이 광범위하게 확산돼 PCR 검사만으로 대응을 할 수 없는 위기 상황 등에 한해서만 사용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PCR 검사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나 환자 입원 등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을 정도로 검사 속도가 느린 경우 등에 민감도가 80% 이상인 제품에 한해서 제한적으로 보조 수단으로 사용할 것을 권하고 있다.

정 청장은 "우리나라는 아직 PCR 검사를 어느 정도 진행하고 굉장히 신속하게 검사 (결과)가 나오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유행 상황이 변경될 때는 고려해보겠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