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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무에서 구광모까지…LG화학, 배터리 성장史

등록 2020.09.17 17:3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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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리튬이온전지로 배터리 연구 시작

단기 성과 못 냈지만…"포기말고 길게보자"

2000년 들어 전기차 배터리 잠재성에 주목

분사는 실용·효율 중시하는 '구광모 스타일'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LG화학이 전기차 배터리 사업의 분사를 결정한 1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LG트윈타워 앞을 직원들이 지나가고 있다. LG화학은 오는 12월부터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전담하는 신설법인 'LG에너지솔루션(가칭)'을 출범할 예정이다. 2020.09.17. dahora83@newsis.com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LG화학이 전기차 배터리 사업의 분사를 결정한 1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LG트윈타워 앞을 직원들이 지나가고 있다. LG화학은 오는 12월부터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전담하는 신설법인 'LG에너지솔루션(가칭)'을 출범할 예정이다. 2020.09.17.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조인우 기자 =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LG화학 배터리의 시작은 약 2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5년 취임한 고(故) 구본무 회장이 리튬이온 전지에 주목한 것이 그 씨앗이다.

LG화학은 17일 이사회를 열고 회사분할안을 결의했다고 밝혔다. 전문사업 분야에 집중해 기업가치 및 주주가치를 제고하기 위한 결정이다.

오는 10월30일 개최되는 임시주주총회의 승인을 거쳐 오는 12월1일부터 배터리 사업을 전담하는 신설 법인 'LG에너지솔루션(가칭)'이 출범할 예정이다. 방식은 LG화학이 배터리 신설법인의 발행주식 총수를 소유하는 물적분할을 택했다. LG화학이 LG에너지솔루션의 지분 100%를 갖게 된다.

◇1995년 리튬이온전지 연구 시작…"포기하지 말고 길게 보자"

LG화학은 1995년 리튬이온전지 개발에 착수했다. 2년 뒤인 1997년 파일럿 생산라인을 완공하고 시제품을 생산해 냈다.

이듬해인 1998년에는 국내 최초의 소형 리튬이온 전지 상업화 및 대량생산체제를 구축하는데 성공했다. 그럼에도 이는 당시 세계 시장을 선도했던 소니, 산요 등 일본 업체에 비해 10여년 더딘 수준이었다.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품질에 1997년 IMF까지 맞으며 LG화학의 2차 전지사업은 위기에 봉착했다. LG화학에 따르면 2001년 최고경영자(CEO) 회의에선 "대규모 적자를 감수하면서까지 전지사업을 계속 해야 하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구 회장은 그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전해진다. "포기하지 말고, 길게 보고, 투자와 연구개발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 나는 전지사업을 계속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꼭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다시 시작하자."

◇전기차 배터리 잠재성 '포착', 과감한 투자가 성과로

효자가 된 건 전기차 배터리 분야다. 자동차 전지 시장이 활성화 되기 이전 일찌감치 잠재성을 보고 과감한 투자에 나선 것이 결실을 맺었다.

[서울=뉴시스]2020.09.17. (사진=LG화학 제공)

[서울=뉴시스]2020.09.17. (사진=LG화학 제공)

LG화학은 2000년부터 미국에 연구법인을 설립해 R&D에 착수했다. 당시 일본의 경쟁사들은 전기차용으로 니켈수소전지에 집중할 때였다. LG화학은 특히 화학회사로서 배터리의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소재에 대한 강점을 보유했다.

이후 LG화학은 매년 투자를 늘려 지난해 1조1000억원 규모의 R&D투자 중 배터리 분야에만 30%이상을 투자하기도 했다. 지난해 시설투자 금액만 4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그 결과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만 1만7000여개의 특허를 확보했다. 한국·미국·중국·유럽 등 업계 최다 글로벌 4각 생산체제도 갖췄다. 올해 말까지 총 배터리 생산능력을 100GWh 이상으로, 2023년까지는 200GWh로 확장하는 게 목표다.

한국의 현대·기아차를 비롯해 미국 GM·포드·크라이슬러, 유럽 폭스바겐·르노·볼보·아우디·다임러·메르세데스벤츠·재규어·포르쉐 등을 주요 고객사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을 대상으로 수주를 확대해 가고 있다.

◇때가 됐다, 배터리 독립…"전문 사업분야 집중·경영 효율성 증대"

LG화학은 배터리 산업의 급속한 성장 및 전기차 배터리 분야의 구조적 이익 창출이 본격화하는 현 시점을 회사 분할의 적기로 봤다. 실제로 LG화학 전지사업부문은 지난 2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 매출 2조8230억원·영업이익 1555억원의 성과를 냈다.

특히 구광모 회장의 스타일이 반영된 것이라는 관측이 대다수다. 지난 2018년 6월 취임한 구 회장은 철저한 실용주의를 바탕으로 미래/혁신에 집중하고 있다.

LG화학은 "회사분할에 따라 전문 사업분야에 집중할 수 있고 경영 효율성도 한층 증대돼 기업가치 및 주주가치를 한 단계 끌어 올릴 수 있을 것"이라며 "급변하는 시장 대응을 위한 신속한 의사결정 및 유연한 조직운영의 필요성이 높아진 것도 분할의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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