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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수생이 죄인입니까"… 떠돌이 수험생 신세 기숙학원생들 '한숨'

등록 2020.09.18 09:2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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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규제 기숙학원 문 닫아, 수능 70여일 앞두고 불안감 커져

"실입소인원은 300명 기준 한참 미달, 기준 변경해야"

"재수생이 죄인입니까"… 떠돌이 수험생 신세 기숙학원생들 '한숨'

[의정부=뉴시스]송주현 기자 = "재수생이 죄인도 아니고 인생이 걸린 시험을 준비하는데 정부 정책은 오히려 방해만 하고 있고 우린 또다시 갈 곳도 없는 상황에 거리로 쫓겨날 걱정만 하고 있습니다."

"고3은 되고 우리는 안된다는 게 참 어이가 없습니다. 코로나19 상황은 당연히 이해하지만 적어도 현장에 나와서 우리가 겪는 상황이 얼마나 불합리하고 말도 안 되는 일인지 봐야 하는 것 아닌가요?"

정부가 300명 이상 대형 학원을 고위험 시설로 분류해 영업을 제한하면서 갈 곳을 잃은 경기도 내 기숙학원생들의 근심 가득한 하소연이다.

실입소 인원이 200명 안팎인 곳이 대부분임에도 도내 기숙학원들은 면적 기준으로 대형학원에 포함돼 문을 열수가 없고 재수생인 기숙학원생들은 서울 등지로 흩어져 70여일밖에 남지 않은 수능 준비에 대한 불안감에 떨며 아예 시험을 포기해야 할 심각한 처지에 놓였다.

이 같은 상황을 인지하고 있는 경기도교육청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방침을 따를 수밖에 없어 답답한 상황이다.

18일 경기도 내 기숙학원 등에 따르면 도내 300인 이상 대형 기숙학원은 22곳으로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방침에 따라 지난달 19일 0시를 기해 현재까지 운영이 중단된 상태다.

지방 등에서 올라와 주소까지 이전한 재수생 등 기숙학원생들은 공부할 곳을 잃어 일단 가까운 서울 등 인근 지역 카페나 고시원 등으로 흩어져 간신히 수능 준비를 이어가고 있다.

16일에는 모의평가가 진행돼 기숙학원으로 돌아왔지만 지침에 따라 다음날 다시 퇴소 통보를 받았고 다가오는 추석 연휴 특별방역 대책으로 인해 연휴 전에 돌아올 수도 없는 상황이다.

추석 연휴가 지나서도 향후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다시 기숙학원에 다닐 수 있을지 역시 미지수다.

연휴까지 포함하면 7주나 수능 준비는 커녕 길거리에서 코로나19에 대한 불안감까지 떠안고 시간을 허비해야 할 판이다.

기숙학원생 A씨는 "모의평가를 위해 사비로 코로나19 검사까지 받고 시험을 봤는데, 음성 판정을 받은 이들끼리 모여 있고 오히려 기숙학원이 통제가 가능해 안전한 곳"이라며 "이런 곳을 놔두고 밖으로 내몰고 규제하는 정부가 너무 무능하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고 한탄했다.

답답한 것은 기숙학원도 마찬가지다.

허가인원은 300명이 되지 않고 수용인원은 허가인원보다 더 적은 상황에서 실입소인원은 소규모 학원과 같은 규모임에도 면적을 기준으로 인원을 산정하는 탓에 대형 학원으로 분류된 곳이 대부분이다.

이들 기숙학원은 300인 이상 대형학원의 기준을 실입소인원이나 허가인원으로 변경해 지침을 적용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경기북부 기숙학원 관계자는 "외부 출입자를 통제하고 선생님과 직원들도 원내에서 숙식을 하는 등 방역 수칙 이행도 철저하게 지켜지고 있는데 현실과 맞지 않은 기준으로 학생들과 학원 모두 심각한 피해를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 기숙학원은 관련 내용을 담은 탄원서를 교육부와 경기도교육청 등에 제출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경기도 교육청 관계자는 "기숙학원이 겪고 있는 상황은 알지만 현재로서는 중대본 방침을 따를 수밖에 없다"며 "다른 도시 사례와 같이 중대본과 도지사, 교육감 등이 협의해 풀 수 있는 것으로 알지만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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