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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통해 죽음을 완결할 것인가…'침묵 박물관'

등록 2020.09.20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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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대표작가 오가와 요코의 소설 출간

[서울=뉴시스]'침묵 박물관'. (사진 = 작가정신 제공) 2020.09.18.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침묵 박물관'. (사진 = 작가정신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임종명 기자 = 한 노파가 새로 박물관을 세우려 한다. '나'는 그곳에 박물관 기사로 일하기 위해 한 마을을 찾는다. 박물관은 마을에서 숨진 사람들의 유품을 전시하는 '유품 박물관'.마을에서 죽음으로 떠난 자들의 유품 수집을 가장 중요한 임무로 수행하던 중 의문의 연쇄살인사건이 발생하고 박물관은 마침내 '침묵 박물관'이란 명패를 달고 관람객을 기다린다.

일본 유수의 문학상을 석권하며 특유의 작품세계를 선보인 일본의 대표작가 오가와 요코의 소설 '침묵 박물관'이 출간됐다.

침묵 박물관에 수집된 유품은 주인이 살아온 삶을 압축하는 것들이다. 옷장에 모셔뒀던 보석, 몇 차례 입었던 옷 등은 인정하지 않는다.

그들이 찾는 유품은 '이게 없으면 살아온 세월이 송두리째 무너져버리는 그 무엇'이다. 예컨대 세금을 피하기 위한 불법 귀 축소술에 사용된 메스, 삼류를 면치 못하고 굶어 죽은 화가가 마지막 힘으로 짜내어 마신 물감, 외롭게 생을 마감한 할머니가 애지중지했던 개의 미라 등이다.

유품 주인의 삶과 끈끈하게 유착돼 경계조차 모호해지고 시간의 더께(몹시 찌든 물체에 낀 속의 때)를 획득한 물건들이다.

이는 세상에 거창한 이름을 남기지 않는 평범한 사람일지라도 생과 죽음은 언제나 고유의 존재의미를 지니고 있음을 이야기 한다.

다소 현실과 거리가 멀게 느껴질 수 있지만 작가가 그려낸 몽환적 세계는 그 분위기만으로도 몰입도를 높인다.

이름과 특색이 없는 작은 마을, '노파', '정원사', '박물관 기사' 등 역할로만 불리는 인물들에게 '삶'과 '죽음'은 반복되는 일상일 뿐이다. 그럼에도 묵묵히, 그리고 흔들림 없이 본분을 해내는 등장인물들의 유품 수집 활동은 독자에게 '나의 유품은 무엇인가', '무엇을 통해 죽음을 완결할 것인가'라는 물음을 자아낸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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