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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둬라" 종용당한 인천공항 사장…누가 압박 했을까?

등록 2020.09.18 14:2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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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명수 차관, 뉴시스와 통화에서 "공운위" 첫 발언

"구본환 사장 기자회견 우려" SNS 메세지 받기도

보낸 이는 인천공항 정규직 컨설팅단도 직접 관여

사퇴종용 할 만한 '고위관계자' 장관 아니면 2차관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손명수 국토교통부 2차관이 29일 오후 서울 강서구 한국공항공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국토교통부-항공사 CEO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2020.04.29.   20hwan@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손명수 국토교통부 2차관이 지난 4월29일 서울 강서구 한국공항공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국토교통부-항공사 CEO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2020.09.18.   [email protected]

[인천=뉴시스] 홍찬선 기자 = 국토교통부가 기획재정부에 구본환 인천공항공사 사장의 해임을 건의한 가운데, 이에 앞서 그에게 자진사퇴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진 국토부 고위 관계자의 실체에 관심이 쏠린다.

앞서 구 사장은 지난 17일 기자회견에서 "국토부 고위 관계자"가 자신에게 사퇴를 종용했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 

18일 정치권과 항공업계 설명을 종합하면, 구 사장에게 자진사퇴를 언급할 수 있을 정도의 국토부 고위 관계자는 김현미 장관과 손명수 제2차관 정도로 압축된다. 

거론되는 이 두 명의 인사 중 유력한 쪽은 손 차관이라는 게 대체적 평가다. 손 차관과 구 사장의 오랜 인연을 감안할때 이런 판단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손 차관과 구 사장은 1989년 제33회 행정고시 합격 동기생으로, 둘 다 국토부 교통 분야에서 잔뼈가 굵었다. 손 차관이 국토부 내의 기류를 미리 감지하고 행시 동기이자 오랜 기간 동료였던 구 사장에게 귀뜸해주는 형태로 자연스럽게 자진 사퇴를 권유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손 차관은 국토부 내에서 국내 공항을 관할하고 있어, 업무적으로 평소 잦은 연락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 국토부에서 1차관은 국토·도시, 주택·토지, 건설을 담당하고, 2차관은 교통·물류, 항공, 도로·철도를 관할한다.

특히 손 차관은 국토부의 구 사장 해임 건의 소식을 뉴시스가 첫 보도한 지난 15일 통화에서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에서 판단할 문제이기 때문에 확인해줄 수 없다"라고 말한 바 있다.

적어도 손 차관은 공운위에 구 사장 해임안이 상정됐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가 구 사장 해임 추진 과정에 직간접 관여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해석도 가능한 대목이다. 

관련 정황은 또 있다. 지난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중앙재단안전대책본부 회의에 참석한 손 차관이 누군가가 보낸 텔레그램 메신저를 확인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특히 손 차관에게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낸 이는 현 인천공항의 정규직 문제에도 관련이 있는 국토부 관계자인 것으로 확인됐다.
[인천공항=뉴시스] 박미소 기자 = 구본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16일 오후 인천국제공항공사 대강당에서 정부의 사장 해임 추진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날 구 사장은 국토부 해임건의안에 포함된 1년 전 태풍 ‘미탁’의 상륙 때 대처 문제와 지난 2월 직원 직위해제건에 대해 해명하며 사장직 유지를 밝혔다. 2020.09.16.  photo@newsis.com

[인천공항=뉴시스] 박미소 기자 = 구본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지난 16일 오후 인천국제공항공사 대강당에서 정부의 사장 해임 추진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날 구 사장은 국토부 해임건의안에 포함된 1년 전 태풍 ‘미탁’의 상륙 때 대처 문제와 지난 2월 직원 직위해제건에 대해 해명하며 사장직 유지를 밝혔다. 2020.09.18.  [email protected]

이 관계자는 지난달 초 국토부, 고용노동부, 인천공항공사 실무자들과 인천공항의 정규직 전환을 위한 자문단, 즉 컨설팅단을 직접 추진해 온 인물이기도 하다. 

당시 손 차관에게 보낸 메시지에는 "구 사장님이 오늘 14시 공항 기자실에서 기자간담회를 한다고 합니다. 해임 건의 사유에 대한 본인 입장을 말씀하실 텐데. 고용비서관실에서는 정규직 전환 정책 관련해 폭탄 발언 하실까 우려하고 있습니다"라고 보냈고, 이에 손 차관은 "참 나…"라고 답문을 보내기도 했다.

뉴시스는 이 경위를 묻기 위해 손 차관에게 여러 차례 전화를 시도했지만, 손 차관은 받지 않았다.

한편 구 사장은 뉴시스 첫 보도가 나간 지 하루 만인 지난 16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달 초 국토교통부 고위 관계자의 자진 사퇴 종용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작년 4월 취임해 이제 반환점을 돌았지만, 국토부는 명분과 퇴로도 없이 사퇴를 종용하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고 반발했다.

그는 "자진사퇴를 종용하는 국토부 고위 관계자에게 내년 초까지 인천공항의 정규직 전환 문제를 해결한 뒤 퇴임하겠다는 대안도 말했지만,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했다.

또 국토부가 주장하는 해임사유에 대해서는 이미 당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모두 소명했기 때문에 해임사유는 되지 않는다며 법정소송의 뜻을 밝혔다.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도 17일 두 차례 설명 자료를 내고 국토부가 구 사장을 대상으로 내부 감사 등을 진행해 왔고, 감사결과 관련법규 위반이 있어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해임 건의안을 공운위 안건으로 상정할 것으로 기획재정부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구 사장의 해임 사유는 2가지로,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당시 태풍 위기 부실 대응 및 행적 허위 보고, 기관 인사운영의 공정성 훼손 등 충실 의무 위반이다.

구 사장 해임 여부는 이달 24일부터 시작되는 기재부 공운위의 판단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공운위가 심리에 들어가면 의결까지 약 한 달 정도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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