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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디즈니의 유쾌함 빠진 중국 무협 영화…'뮬란'

등록 2020.09.19 08:00:00수정 2020.09.19 09:2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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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뉴시스] 영화 뮬란 속 주연배우 유역비의 모습. (사진=월트디즈니 제공)

[AP/뉴시스] 영화 뮬란 속 주연배우 유역비의 모습. (사진=월트디즈니 제공)


[서울=뉴시스] 김지은 기자 = 보이콧 논란속 베일을 벗은 할리우드 대작 '뮬란'은 '디즈니 실사 영화가 맞나?' 할 정도다.

중국 무협 영화를 보는 듯하다. 디즈니가 만들었지만 중국 남북조시대 여성 영웅 이야기다. 동명 애니메이션(1998)을 실사로 옮긴 영화로 중화권 스타 류이페이(유역비)가 주연이어서 더욱 '중국 영화'처럼 보인다.

줄거리는 원작을 그대로 따른다. 여성은 좋은 집안에 시집가는 것이 가문을 빛내는 것이라는 전통적 가치관이 자리 잡은 시대에 사는 '뮬란'이 세상의 편견과 금기에 맞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주체성을 가진 여성으로 거듭난다는 게 기본 얼개다.

무예에 남다른 재능을 지닌 '뮬란'은 좋은 집안과 인연을 맺어 가문을 빛내길 바라는 부모님의 뜻에 따라 본연의 모습을 억누르고 성장한다.

어느 날 북쪽 오랑캐들이 침입하자 황제는 징집령을 내리고 '뮬란'은 아픈 아버지를 대신해 가족들 몰래 전장에 나가기로 결심한다.

여자라는 게 발각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상황 속에서 타고난 용기와 지혜로 역경을 이겨내며 전사로 성장한다.

등장인물과 구성은 원작과 차이를 뒀다.

애니메이션에서 뮬란의 친구이자 조력자로 등장한 작은 용 '무슈'는 사라졌고, 뮬란의 상관이자 연인인 남자 주인공 '리 샹' 장군도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마녀 시아니앙을 추가했다. 기존 세상에서 인정받지 못한 피해의식으로 등을 돌린 여성으로 뮬란과 대결 구도를 보이기도 한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변화구는 차별화는커녕 독이 된 모습이다. 뮬란 서사와 목소리에만 주목한 탓에 그나마 입체적인 마녀 캐릭터도 존재감을 잃는다. 원작의 로맨스와 코믹 요소도 지나치게 배제해 재미도 반감됐다. 플롯도 단편적이어서 예상 가능한 범위 안에서 무난하게 흘러간다.


[서울=뉴시스]영화 '뮬란'의 스틸.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2020.08.26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영화 '뮬란'의 스틸.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2020.08.26 [email protected]


디즈니는 과거 히트한 자사 만화 영화를 실사 영화로 만들어 좋은 성적을 거뒀다. 애니메이션보다 표현의 한계가 많아 볼거리를 제공하는 것도 쉽지 않지만 '미녀와 야수',  '알라딘' 등 디즈니 실사 영화는 꽤 호평을 받았다.

눈과 귀가 즐겁고 유쾌한 영화. 특히 스토리와 볼거리의 부족함을 뮤지컬 퍼포먼스로 보완한 덕이 컸다.

영화 '뮬란'에선 디즈니 실사판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뮤지컬 같은 보컬곡이 뒤로 빠졌다. 뮬란의 주제곡 '리플렉션'은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나 들을 수 있다.

기대를 모은 대규모 전투 장면도 기대 이하다. 20여명이 되는 인원이 성 하나를 함락하거나 전투신에는 몇백명으로 채워지기도 한다. 총 제작비만 2억 달러(약 2381억원)가 들었다.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테넷'과 제작비가 비슷하다는 것을 감안하면 스케일 면에서도 아쉬운 뒷맛을 남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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