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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행정통합" 176자 축사에 광주·전남 술렁

등록 2020.09.20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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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섭 광주시장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변화"

"큰 그림, 갈등 해소 vs 즉흥적, 불통 행정" 팽팽

해결과제 산넘어 산…4자 회동 등 해법찾기 주목

인사말하는 이용섭 광주시장과 이 시장이 직접 쓴 축사.

인사말하는 이용섭 광주시장과 이 시장이 직접 쓴 축사.

[광주=뉴시스] 송창헌 기자 = "광주·전남의 행정통합을 적극 검토할 시점입니다."

이용섭 광주시장이 던진 화두로 지역 사회가 크게 술렁이고 있다. 초대형 이슈로 찬반 논란도 뜨겁다.

총론에는 공감하면서도 언제, 어떻게를 두고는 각론이 흐릿해 시큰둥한 반응이고, 일방적 제안에 대한 비판도 만만찮다. 아님말고식으로 무책임하게 끝나지 않기 위해선 상생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중·장기 후속 조치와 섬세한 행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시장이 직접 쓴 '3문장 176자' 통합메시지

지난 10일 오후 광주시청 중회의실. '공공기관 2차 지방이전 대비 광주의 대응전략 정책토론회'에 앞서 이 시장이 5분 남짓, 미리 준비해온 축사를 읽어내려갔다.

 A4 용지 2장 분량의 이날 축사는 대리 작성이나 '빨간펜 첨삭'없이 이 시장이 직접 작성했다. 단어 하나하나도 시장의 머리와 손에서 나왔다.

공공기관 이전과 국가 균형발전의 필요성, '광주판 뉴딜'을 설명하고, 1차 이전 때의 상생 정신으로 2차도 공동 대응하자고 주장했다. "광주·전남은 천년공동체로, 따로 가면 완결성도 경쟁력도 확보하기 어렵고, 사안마다 각자도생하면 공멸 뿐"이라며 공생을 주문했다.

그러면서 던진 해결책이 행정통합. 그는 "정보통신이 발달하고, 도시가 광역화되는 추세이기에 통합은 미래 경쟁력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밝혔다.

이어 "전남 22개 시·군 중 18곳이 30년내 소멸 위험지역에 포함됐고, 대구·경북이 특별자치도를 본격 추진중인 점도 감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체 23개 문장 중 단 세 문장, 그것도 축사 맨 마지막에 던진 176자의 짧은 메시지는 20년째 잠자고 있는 거대 담론을 깨웠다.

◇"큰 그림, 갈등 일소" vs "즉흥적, 또 다른 불통"

빅 이슈에 찬반 논란이 뜨거워졌다. 이 시장이 개인 SNS에 이어 간부회의 특별지시로 공식화하고, "소홀함 없는 실무 작업"까지 지시하자 통합론엔 붙이 붙었다.

초반엔 비판론이 적잖았다. "코로나19 정국에 뜬금없다" "즉흥적"이라는 반응과 "공항 이전, 공공기관 유치와 관련해 수세적인 상황을 돌파하려는 국면전환용 아니냐"는 정치적 해석까지 나왔다.

같은 당 의원들마저 "중차대한 의제를 갑자기 툭 던져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생뚱맞다"고 비판했고, 선거공약이 아님에도 공론화나 내부 소통이 부족했고, 특히 이해 당사자인 기초자치단체와 지방의회, 양 교육청과도 사전 조율이나 뭍밑 대화는 전무했다.

전남도는 지사도, 부지사도, 실·국장도 아닌 준국장급인 대변인 명의로 짧은 입장문을 통해 "원칙론엔 찬성한다"면서도 "공감대와 의견 수렴이 먼저"라는 점을 분명히했다.

절차상 문제를 삼아 법조계의 위법수집증거배제 법칙인 '독수독과(毒樹毒果) 원칙', 즉 절차상 하자가 있으면 그 자체가 무효라는 지적도 나온다.

대도시 위상과 관할 확대에 따른 주민자치 저하, 인사·재정권 재조정에 따른 힘겨루기, 도·농 불균형, 여기에 세수 감소와 기초의회 소멸에 따른 풀뿌리 약화, 공직사회 반발, 소모적 논쟁 시 예상되는 비난 여론 등도 걸림돌이다.

반면 시간이 지나면서 긍정론과 신중론도 힘을 얻고 있다. 세계적 추세인 지자체 초광역화와 메가시티 건설, 소지역주의 탈피와 시·도갈등 종식의 확실한 대안으로 설득력을 얻어서다.

광주 146만, 전남 186만으로는 '수도권 블랙홀'을 막아낼 수 없고, 243만 대구와 266만 경북의 통합, 부산(341만)과 울산(114만), 경남(336만)을 묶는 '부울경 메가시티', 대전·세종 통합 논의, 프랑스 '레지옹'(광역지자체) 통합 개편과 일본의 행정 개편 등을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변화"라고 본 이 시장의 판단에 공감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330만 통합인구를 등에 업고 중앙정부와 정치권에 입김이 세질 수 있고, 지역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고 행·재정적 낭비와 중복투자는 줄일 수 있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4차 산업혁명시대 경제구조 개편이 시급하고 지방소멸을 막을 큰 그림이 필요하다"는 당부와 요구도 나오고 있다.

민선 7기 들어 혁신도시 발전기금 조성, 공항 이전, 공공기관 유치, 버스노선, 교육행정구역 조정 등을 놓고 건건이 평행선을 달려온 시·도가 이제라도 '한 지붕' 아래 모여 상생의 '교집합 행정'을 펴 나가야 한다는 주문도 통합론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이 시장 스스로도 "여러 갈등을 일소할 지름길"이라고 밝혔다.
왼쪽이 광주시청, 오른쪽이 전남도청. (사진=뉴시스DB) photo@newsis.com

왼쪽이 광주시청, 오른쪽이 전남도청. (사진=뉴시스DB) [email protected]

◇넘어야 할 산 '첩첩'…해법찾기 주목

'가보지 않은 새로운 길'에는 넘어야 할 산이 첩첩이다. 시·도민 의견 수렴이 첫 단추고, 의회와 정치권, 시민사회단체와의 공감대 형성에 이은 주민투표, 지방자치법 개정까지 걸음걸음이 가시밭길이다.

공직 내부조차 "과연 잘 될까"라는 시큰둥한 반응이 여전하고, 코로나19로 지친 지역민들 입장에선 피로감이 커지는 상황이어서 '아님 말고'가 되지 않기 위해선 "상생과 신뢰가 급선무"라는 지적이다.

민선 7기 들어 시·도 상생발전위원회가 단 두 차례만 열렸고, 지난해 11월 이후에는 아예 열리지 않은 점, 민선1기 1995년과 민선2기 2001년에 통합 논의가 잇따라 무산된 전례를 딛고 시·도지사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시·도당위원장이 4자 회동을 예고했고, 추석연휴 막바지인 10월3일에는 광주시장과 광주지역 국회의원 간 회동이 잡혀 있어 초반 실마리를 찾을 지 주목된다.

절박감 속에 최근 주민투표를 통해 민간·군공항 통합 이전부지를 확정한 대구·경북이 20년 가까운 기나긴 준비 끝에 오는 21일 '행정통합공론화위원회'를 출범시키는 점은 좋은 본보기로, 광주·전남 통합 논의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 공직자는 20일 "큰 그물을 깊게 드리울 경우 얻는 게 많을 수 있지만 자칫 고유의 생태계가 훼손될 수도 있는 만큼 부단히 고민하고, 무엇보다 지역민의 삶을 중심에 둔 통합 논의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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