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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도 불법 공매도가 아니라고?"...에이치엘비 주주들 뿔났다

등록 2020.09.22 14:5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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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치엘비 주주들 "공매도세력이 6개월간 주가 하락 시세 조정" 주장

거래소 감시시스템, 주로 상승 시세조정에 초점

금융투자업계 "시장 혼란 야기, 당국이 진상 조사해야"

"이래도 불법 공매도가 아니라고?"...에이치엘비 주주들 뿔났다


[서울=뉴시스]신항섭 기자 = 에이치엘비 주주들이 신한금융투자 창구를 통해 불법공매도가 이뤄지고 있다는 의혹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특정 증권사 창구로 시장가 매도가 장종료 무렵에 집중적으로 나오는 것이 데이터로 확인되고 있어서다. 코로나 때문에 주식시장에서 공매도가 전면 금지되기 전에 에이치엘비는 대차거래가 많았던 종목이다. 따라서 주주들은 공매도 포지션을 가진 특정 세력이 공매도가 금지된 상황에서 자신들 포지션에서의 손실을 줄이기 위해 변칙적인 주식 매도로 시세를 조정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주주연대 "공매도세력, 불법공매도·변종공매도로 시세 조종"

에이치엘비 주주들은 신한금융투자를 통해 불법공매도 및 시세조정이 있다고 주장한다. ▲장개시시 집중 매도로 주가 하락시키기 ▲주가가 오를때마다 시장가로 매물 쏟아내 상승세 막기 ▲종가 직전 집중매도 ▲고가에 매도할 수 있었음에도 손실 감수하면서 종가 동시호가에 7~10호가를 밀어내 하락시키기 등을 이유로 제시한다.

실제로 투자자들의 주장은 일부 데이터에 나타난다. 전날 에이치엘비는 유럽종양학회(ESMO 2020)에서 라보세라닙 관련 발표가 있었고, 이 소식에 힘입어 장초반 15.25% 급등하기도 했다. 하지만 오전 11시 이후 상승폭이 7~8%로 대폭 줄었고, 오후 2시 이후 상승폭이 더 둔화돼 결국 3.6%의 강세로 장을 마쳤다.

이 과정에서 주주들의 주장대로 신한금융투자 창구에서 매도세가 집중됐다. 개장 직후 약 30분간 신한금융투자 창구에서 5만주 가까운 매도가 있었으며, 이후 소강 상태를 보이다 오후 2시30분 이후로 다시 집중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오전에도 9시부터 9시40분에 매도가 집중됐다.

6개월을 기준으로 할 때, 에이치엘비에 대한 순매도가 가장 많은 창구 역시 신한금융투자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3월말부터 전날까지 신한금융투자는 37만8604주를 순매도했고, 그 뒤를 이어 메리츠증권이 30만주628주를 팔아치웠다. 이어 미래에셋대우(27만5026주), UBS(26만7558주), CS증권(26만2962주)에서 매도가 많았다.

반면 모건스탠리(33만45주), 씨티그룹(25만9660주), 한국투자증권(20만5093주), 골드만삭스증권(20만458주), NH투자증권(17만2935주) 등은 같은 기간 에이치엘비를 가장 많이 산 증권사 창구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주주들은 공매도 세력이 공매도 수익보전이나 손실을 막기위해 시세조종을 하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에이치엘비는 금융당국이 공매도를 금지하기 전까지 공매도 비중이 높았던 종목 중 하나다. 지난 17일 기준 공매도 잔고는 439만1993주이며, 잔고액은 약 5138억원으로 시가총액의 8.3%에 달한다. 공매도 금지 이전인 3월13일의 경우, 전체 시가총액의 12.2%가 공매도 잔고였다.

공매도 금지 이후 에이치엘비의 주가가 약 60% 상승한 것을 감안하면 금지 전 공매도를 했던 투자자들의 현재 손실 규모는 85% 이상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이자까지 감안하면 최대 90%의 손실을 볼 수 있다.

또한 주주들은 이와 함께 변종공매도도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이 말하는 변종공매도는 대차한 주식을 상환하지 않고 공매도를 한 뒤 주식 결제일인 2거래일 안에 매수하는 것을 의미한다. 공매도가 전산으로 바로 집계되는 방식이 아니며 2거래일 안에 매수할 경우, 신고의무가 사라져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과거 삼성증권의 유령 주식 배당 사건이 한 사례다.  지난 2018년 4월 삼성증권은 담당 직원 실수로 우리사주 283만주에 대해 주당 1000원을 현금배당 해야 했지만, 주식 1000주를 잘못 배당했다. 이에 존재하지 않은 주식 28억1295만주가 입고됐고, 일부 직원들이 500만주 이상을 매도하면서 투자자들이 피해를 봤다.

◇금융당국은 왜 가만히 있나

에이치엘비 주주들이 이같은 내용을 끊임없이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에 민원을 넣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 금융당국이 조사에 착수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런 미온적 태도는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시스템이 주로 급등에 따른 시세 조종에 감시의 포커스를 맞추기 때문으로 보여진다.

거래소 시장감시시스템은 이상거래매매의 선봉장 역할을 맡고 있다. 거래소 시장감시부가 이상거래매매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정황을 포착할 경우, 감리·분석한 후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 조사를 의뢰한다. 과거 정치테마주 테스크포스(TF)등이 구성될때도 주로 거래소 시장감시부가 선도하는 역할을 했었다.

하지만 주가를 하락하는 시세조정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크지 않아 상승에 대한 시세조종을 중점으로 심리가 이뤄지고 있다. 이로 인해 에이치엘비에 대한 조사도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거래소는 개별 종목의 이상거래매매 포착에 대해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나, 금융위와 금감원은 조사 의뢰가 없었다고 밝혔다.

과거 시장감시부에 근무했던 거래소 관계자는 "주가를 하락 시키는 세력들이 의외로 있고, 포착은 되지만 상승하는 것만큼 적발은 안됐다"며 "(시장감시 시스템이)주로 주가를 상승 시킨 시세조정을 많이 심리한다"고 전했다.

만약 투자자들의 주장대로 공매도 세력이 주가를 하락시키고 있다 하더라도 시세조종으로 적용하기가 쉽지 않다. 주가가 하락해서 얻은 이득이 주가 상승시 얻은 이득 보다 더 크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는 삼성물산의 시세조종 혐의를 사례로 꼽을 수 있다. 현재 검찰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전 삼성물산의 주가를 일부로 하락시켰다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삼성그룹은 사실이 아니라며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정황과 시세조정 사유가 존재하지만 실제 혐의로 인정될지는 재판 결과에 달려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주가를 올리는 것 뿐만 아니라 떨어뜨리는 것도 시세조종"이라며 "시세를 고의적으로 하락 시킨 것에 대한 동기가 있고 사유가 명확하면 자본시장법상 시세조종에 들어간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하지만 이렇게 해서 취할 수 있는 이득이 있는가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또 금융당국은 변종공매도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현재 증권사들이 개별적으로 공매도를 금지시켜놨으며 혹시나 실수로 주문이 들어간다 하더라도 거래소 체결 시스템이 원천적으로 막아놨다는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차입 공매도는 현재 증권사 뿐 아니라 거래소 매매 시스템에서 접수가 되지 않도록 막아놓은 상태"라며 "만약 투자자들의 주장대로 라면 무차입 공매도를 의미하는 건데, 무차입 공매도는 계속 모니터링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또 무차입 공매도는 법에서 금지돼 있는데, 불법을 저질러 가면서 할 메리트가 없어보인다"며 "금지된 차입 공매도를 기피하는 방법이 발견된다면 조사해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 에이치엘비 주주들의 집단행동...결국 당국이 나서야 

앞서 지난 21일 오후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에는 ‘신한불법공매도’가 1위에 올랐다. 이는 에이치엘비 주주들이 신한금융투자 창구에서 불법 공매도가 이뤄지고 있다며 포털사이트에 지속 검색한 영향이다.

앞서 에이치엘비 주주연대 주가행(IamJUJU)은 지난 14일과 21일 두 차례에 걸쳐 불법공매도 관련 광고를 진행했다. 불법 공매도에 대해 신고하는 증권사 전·현직 내부고발자에게 최대 1억원의 포상금을 지급하겠다는 내용이다. 신문을 통한 광고였으며 오는 28일에 추가 광고를 진행할 것을 시사했다. 

또 투자자들은 청와대 청원 게시판을 통해 변종 공매도로 의심되는 시세 조종성 매매가 이뤄지고 있다며 신한금융투자에 대한 압수수색을 요청했다. 해당 청원은 현재 2만4592명의 동의를 얻고 있다.

이런 에이치엘비 주주들의 집단행동은 회사에 대한 신뢰 그리고 소통에 따른 결과다. 그간 에이치엘비는 임상 시험과 관련해 악재와 호재를 비교적 정확하게 시장에 전달하려 노력했다. 이 과정에서 주가는 급등락했지만, 회사에 대한 주주들의 신뢰는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업계는 주주들이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는 것이 부정적이진 않지만 시장 혼란 우려가 있기 때문에 결국 당국이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한 증권사 임원은 "주주가치 제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주주들의 적극적인 행동은 긍정적이나, 시장이 혼란해 하는 것은 문제"라며 "결국 진위를 당국이 나서서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거래소 역시 사태가 심각해짐에 따라 행동에 나설 것으로 보여진다. 개별종목에 대한 입장은 밝힐 수 없으나 사례가 명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거래소 시장감시부 관계자는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주주들에 제시했던 사례들을 참조해서 시장감시를 진행하겠다"며 "시스템적 관여나 실질적으로 (주가를 하락시키는)효과가 있었는지를 봐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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