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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길동보증금'이 뭐길래 출장마사지 피싱에 감쪽같이 당했나?

등록 2020.09.22 12:49:34수정 2020.09.22 14: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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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여성의 두루뭉술한 유혹 전화에 '입금'…나중에 말바꿔

범인들 중국 코로나 악화 때 한국으로 귀국했다 무더기 검거

가짜 출장마사지 피싱 조직이 '홍길동 보증금' 명목으로 입금받은 내역. (자료=경기북부지방경찰청 제공)

가짜 출장마사지 피싱 조직이 '홍길동 보증금' 명목으로 입금받은 내역. (자료=경기북부지방경찰청 제공)

[의정부=뉴시스] 이호진 기자 = 가짜 출장마사지 사이트를 보고 연락한 남성들에게 수십억원을 뜯어낸 피싱 조직원들이 대거 검거된 가운데 이들이 피해자를 속이기 위해 ‘홍길동’을 수천회나 범행에 이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허균의 소설 ‘홍길동’이 아닌 문서 성명란에 예시로 사용하는 그 ‘홍길동’이다.

경기북부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가짜 출장마사지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고객들에게 예약금과 보증금 등의 명목으로 돈을 받아 가로챈 혐의(범죄단체 조직, 사기 등)로 일당 32명을 검거해 이 중 자금관리총책 A(40)씨 등 10명을 구속했다고 22일 밝혔다.

이번에 검거된 피의자들은 모두 한국인 남성으로, 대부분 30~40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출장마사지사를 가장해 미끼로 투입된 여성들과 일부 조직원은 아직 검거되지 않은 상태다.

범죄수법은 일반인이 보기에도 말이 안 되는 유치한 수법이었지만, 여기에 당한 피해자만 310명, 피해액은 43억원이 넘는다.

범행수법은 이랬다. 이들은 지난해 3월부터 중국 산둥성에서 사무실을 차려놓고 가짜 출장마사지 사이트 35개를 만들어 포털 사이트의 키워드 검색에서 노출되도록 조작해 고객들을 사이트로 끌어들였다.

피해자들이 가짜 출장마사지 사이트를 보고 연락하면 예약금으로 10만원을 입금토록 한 뒤 입금이 확인되면 조직의 젊은 여성이 전화를 걸어 “10분 내에 도착하니 실장님과 통화 한번 부탁드린다”며 다른 조직원에게 전화를 걸도록 했다.

전화를 받은 실장역은 “근처에 와있는데 여자들을 때리는 고객이 있으니 보증금이 필요하다”며 “홍길동 예치금이라고 적어서 50만원을 추가 입금하라”고 요구했다.

여기에 속아 보증금을 입금하면 “예를 든거지 누가 정말 홍길동이라고 적으라고 했느냐”, “띄어쓰기를 해서 전산으로 확인이 안 된다” 등 갖가지 핑계를 만들어 보증금과 취소보증금 명목으로 다시 돈을 입금토록 하는 수법이다.

경찰이 범죄에 사용된 계좌를 확인한 결과 ‘홍길동예치금’, ‘홍길동구매대행’, ‘홍길동신청취소’, ‘홍길동예치환불’ 등 홍길동이 포함된 입금자명만 3744건, 26억6700만원이 넘었다.

피해자들은 이와 같은 말장난에 속아 계속 돈을 입금했고, 추가로 확인된 피해자 1명은 무려 256회에 걸쳐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을 입금해 총 4억3000만원을 뜯긴 것으로 확인됐다

피의자들은 정부의 유해사이트 차단을 피하기 위해 국내에서 VPN(가상사설망) 기기까지 중국으로 가져가 범행에 이용했지만, 결말은 의외로 허무했다.

조직원 대부분은 중국에 체류하면서 범죄행각을 벌였는데 지난 2월 중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해지는 바람에 한국으로 대피했다가 사건을 인지하고 수사 중이던 경찰에 무더기로 검거된 것이다.

경기북부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지난해 12월부터 신고가 접수되기 시작해 피의자를 특정해 수사를 벌이던 중 지난 2월 중국 내 코로나19 확산으로 피의자들이 대거 귀국하면서 2~9월 사이 조직원 32명을 검거했다”며 “검거 당시 피의자 대부분은 피해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사건을 수사 중이라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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