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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감 백신 500만명분 폐기시 소아·청소년·임신부·고령자 어쩌나

등록 2020.09.23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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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과정에서 문제된 백신, 품질 검사에 2주 소요

질병청 "문제없을 경우 500만명분 접종재개 예정"

폐기시엔 지자체 60만명분·군 57만명분 공급 가능

유료 1120만명분 무료전환시 의료계와 협의 필요

백신생산에 5~6개월 소요…전량 폐기는 최후수단

[수원=뉴시스] 김종택기자 = 22일 경기 수원시 장안구 한국건강관리협회 경기도지부에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유료접종을 맞으려는 시민들이 길게 줄 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한편 질병관리청은 만 13~18살(중고생)대상으로 무료 예방접종하려던 백신에서 유통 과정상 문제가 발견돼 백신접종 중단을 긴급 공지했다. 이번 사태로 올해 겨울 독감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동시에 유행하는 '트윈데믹'을 막겠다는 방역당국의 계획에 차질이 생기는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20.09.22. jtk@newsis.com

[수원=뉴시스] 김종택기자 = 22일 경기 수원시 장안구 한국건강관리협회 경기도지부에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유료접종을 맞으려는 시민들이 길게 줄 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한편 질병관리청은 만 13~18살(중고생)대상으로 무료 예방접종하려던 백신에서 유통 과정상 문제가 발견돼 백신접종 중단을 긴급 공지했다. 이번 사태로 올해 겨울 독감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동시에 유행하는 '트윈데믹'을 막겠다는 방역당국의 계획에 차질이 생기는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 임재희 기자 = 인플루엔자 백신 일부가 상온에 노출돼 보건당국이 국가 예방 접종을 일시 중단한 가운데 해당 백신 품질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500만명분 공급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유통 과정에서 문제가 된 물량과 비슷한 시기 의료기관에 공급된 500만명분에 대해 추가로 품질 검증을 거쳐 문제가 없는 물량부터 공급하는 방안 등을 찾는 게 우선이다.

만에 하나 500만명분 전량을 폐기해야 할 경우 의료기관 등 민간에서 계약을 체결한 700만명분 유료 접종 백신 물량 중에서 500만명분을 확보해야 한다. 이 경우 이미 의료기관 등에 공급된 물량도 있어 무료 접종 물량으로 전환이 쉽지 않다. 다시 계약을 하거나 유료 백신 활용 후 민간에 비용을 보전해주는 등 추가 검토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23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올해 국내에 공급된 인플루엔자 4가 백신 총 공급 물량은 2964만도즈(1회 접종량)다. 이 가운데 국가가 예방 접종을 위해 확보한 물량은 1259만도즈이며 여기에 12세 이하 어린이와 임신부, 지자체 자체구매분과 국방부 사용분 585만도즈까지 더하면 총 1844만도즈가 공공 사용 물량이다.

이 가운데 이번에 조달 계약 업체 유통 과정에서 백신의 냉장 온도 유지 등이 지켜지지 않아 문제가 된 건 국가 확보 물량 1259만도즈 중 일부 물량이다. 국가 확보 물량 중 만 18세 이하와 임신부 등에게 접종하기 위해 21일까지 의료기관 등에 500만도즈가 공급됐는데 이 중 일부 지역 물량을 배송하는 과정에서 기준 온도(냉장 2~8도)를 벗어난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질병청은 500만도즈와 아직 공급되지 않은 700만도즈가 현장에서 섞여 사용되지 않도록 500만도즈 품질 검사가 끝날 때까지 국가 예방 접종 일정을 일시 중단했다.

결국 문제가 될 가능성이 있는 물량은 500만명분에 해당하는 500만도즈다. 그리고 이 500만도즈의 사용 가능 여부는 현재 상온 노출이 확인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질병청 의뢰로 품질 검증을 진행 중인 물량의 시험 검사 결과에 달렸다.

살아 있는 바이러스를 활용한 생(生)백신인 수두 백신의 경우 상온에서 30분만 노출돼도 백신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수준 아래로 생바이러스 함유량이 떨어진다는 해외 연구 결과 등이 있다. 인플루엔자 백신은 바이러스를 불활성화하는 사(死)백신으로 생백신보다 온도 유지 등에 덜 민감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노출 시간 등에 따라 단백질 함유량 저하가 가능하다.

제조부터 사용시점까지 권장 온도에서 백신을 보관하고 운반하는 이른바 '콜드체인'을 권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식약처와 질병청 등의 '백신 보관 및 수송 관리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이 같은 백신 보관 온도를 연중 유지토록 하고 있다.

질병청은 식약처 품질 검사 결과 제품 품질에 문제가 없다면 즉시 물량 공급을 통해 사업을 재개할 예정이다. 품질 검사는 배송된 시도 제조업체 종류 등을 고려해 표본 조사 방식으로 진행되며 검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약 2주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품질 검사에서 단백질 함량 저하로 인한 백신 효능 저하가 확인될 때다.

보건당국은 우선 21일까지 공급된 500만명분 백신에 대해 추가 품질 검사 등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추가로 상온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있는 백신이 있는지 확인하고 문제가 없는 백신은 국가 예방 접종 사업에 공급하기 위해서다.

당국은 전량 폐기 여부에 대해선 말을 아끼고 있다. 상온 노출된 물량 품질 검사가 이제 시작 단계인 상황에서 추가로 문제가 확인되지 않은 500만명분의 처분에 대해 논의할 단계는 아니라는 것이다.

백신은 검증 과정이 필요해 지금 당장 생산하더라도 빨라야 5~6개월이 지난 내년 2~3월께나 사용할 수 있다. 인플루엔자 유행 시기 등을 고려했을 때 11월 초까지 예방 접종을 마칠 필요가 있는 상황에서 500만명분 추가 생산은 불가능에 가깝다.

결국 전량 폐기시 가능한 방안은 국가 확보 물량 이외에 지자체와 군 등이 확보한 물량을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만 18세 이하 소아·청소년, 임신부, 62세 이상 고령층 등에 우선 공급하는 방안이 있다. 현재 지자체에서 자체 조달한 물량은 60만도즈, 군인 접종분은 57만도즈다.
 
이마저 어렵다면 전체 공급 물량 2964만도즈 중 공공사용 물량을 제외한 유료 공급 물량 1120만도즈를 국가 예방 접종 사업에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유료 공급 물량을 무료 공급으로 전환하기도 쉽지 않다. 이 물량 가운데 일부는 이미 의료기관 등이 계약을 통해 공급받았을 수 있다. 이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선 의료기관 등과 협의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보건당국이 국가 예방 접종에 당장 활용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질병청 관계자는 "유료 공급 물량의 경우 이미 물량이 (의료기관 등에) 들어간 것도 있고 현장 사정도 있다"며 "(전량 폐기시 유료 물량 확보가) 시간적으로 어려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아직 일부 물량에 대한 품질 검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섣불리 유료 공급 물량에 대한 확보 방안을 추진하기도 쉽지 않다.

이에 질병청은 "현재 500만 도즈에 문제가 있는지 확인 중"이라며 "품질 검사 결과를 확인하고 조치 방안 등을 강구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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