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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1년반 계속된 LG화학-SK이노 배터리 전쟁, 이젠 끝내야

등록 2020.09.24 08: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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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조인우 기자 = SK이노베이션은 22일 자사가 기술유출 증거인멸을 위해 관련 문서를 삭제했다는 LG화학의 주장과 관련, "문서는 삭제되지 않았고 SK이노의 특허가 LG화학의 선행 기술을 참고했다는 주장도 억지다. 문서 삭제 프레임을 씌우고 있는 것"이라고 각을 세웠다. 이에 LG화학은 "대응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바로 맞받아쳤다.

이른바 '배터리 전쟁' 중인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최종 판결을 열흘 남짓 앞둔 22일 또다시 벌인 낯뜨거운 진실 공방이다.

이렇게 양측의 날선 대립이 이어진 지도 벌써 1년 반이나 됐다. LG화학은 지난해 4월29일(현지시간) ITC와 델라웨어주 지방법원에 SK이노를 영업비밀 침해로 제소했다. SK이노가 자사 인력을 빼내 기술을 탈취했다는 이유다. 같은해 9월 2차전지 핵심소재 관련 특허 침해로도 추가 제소했고 SK 역시 물러서지 않고 반박하는 자세를 취해왔다.

꼬박 17개월째 양측 다툼이 계속되다보니 본질보다 감정싸움으로 번지는 모습도 연출되고 있다. 특히 10월 5일로 예정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최종 판결이 코앞으로  다가오자 이같은 볼썽 사나운 장면은 더욱 노골화하는 상황이다.

얼마전에는 LG화학이 제기한 SK이노의 994특허 침해 소송 관련 증거인멸 주장이 대대적으로 언론을 타 연일 양측의 반박에 재반박이 이어지기도 했다.

서로를 향한 메시지도 "조속히 원만하게 문제해결이 되길 기대한다"(LG화학·7월)에서 "억지주장이 입증됐는데도 정정당당함을 언급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LG화학·9월)으로,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게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SK이노·6월)에서 "소송갑질 그만둬라"(SK이노·9월)로 점차 날이 섰다.

본 소송에서 파생된 곁다리 소송에 이어 감정이 실린 여론전으로 비화한 셈이다. 이같은 소모적인 공방이 계속되다 보니 최종 판결이 나더라도 한쪽에서 보복전에 나서거나 해서 양측 싸움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란 우울한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한번 생각해보자.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는 세계적으로 거세다. 유럽을 시작으로 친환경 기조가 확대되면서 그 수요는 점차 가파르게 상승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정설이다. 현재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대부분 점유하며 1위부터 10위권을 장악하고 있는 국내 기업의 선전이 영원할 수 없다는 건 자명하다.

이미 배터리 시장을 두고 세계 각국의 유망 기업이 앞다퉈 총력전에 나선 상태다. 중국 CATL은 자국 전기차 시장 회복기를 맞아 다시 기지개를 켤 준비 중이다.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는 테슬라도 배터리 공급량이 급증하는 전기차 수요를 따라 잡을 수 없다며 오는 2022년 이후로 자체 배터리 양산 시점을 시사했다. 전통의 자동차 강호 유럽 자동차 업계도 공격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이렇게 사방에서 경쟁자들이 꿈틀대고 있는데, 우리는 국가대표 격인 두 회사가 불필요한 곳에서 서로를 향해 에너지와 비용을 쏟아붓고 있는 것이다. 한국 기업이 배터리 시장에서 지금의 위치를 굳건히 하는 것은 양사의 노력 여하에 달렸다는 점은 부인하기 힘들다. 이젠 모두 이성을 찾을 때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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