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신풍제약 자사주 처분 논란…"제약·바이오 '해 먹기 좋은 시장' 우려"

등록 2020.09.23 14:54:03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신풍제약, 자사주 팔아 작년 영업익의 100배 자금 확보

업계 "구체적 계획·명분 밝혔어야" 아쉬움

"산업 불신 가져오는 부적절 행위" vs "오래전에 매입…선제적 자금 확보 적절"

【서울=뉴시스】신풍제약 EU-GMP 피라맥스 원료 및 완제공장

【서울=뉴시스】신풍제약 EU-GMP 피라맥스 원료 및 완제공장

[서울=뉴시스] 송연주 기자 = 주가 과열 논란의 신풍제약이 자사주를 취득한 지 14년 만에 처음으로 일부를 처분하면서 불편한 시선이 쏠리고 있다.

상장사가 주가 급등 시기에 자사주를 내다파는 것은 주주가치 증대 측면에서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신풍제약은 지난 21일 장 마감 후 자사주 128만9550주를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했다고 공시했다. 매각 금액은 2153억5485만원이다. 홍콩계 헤지펀드 세간티 캐피털이 절반가량을 사들인다.

통상 자사주 매각은 주가와 기업가치의 차이가 크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져 주가에 악재로 작용한다. 22일 신풍제약은 전날보다 14.21% 내린 16만6000원에 마감했다.

이 회사 주가는 코로나 치료제 개발 기대감에 올 들어 28배나 올랐다. 말라리아 치료제 ‘피라맥스’가 코로나19 치료 후보로 주목받으면서 연초 7240원에 불과했던 주가는 21만4000원까지 치솟았다. 시총은 영업이익이 1039억원인 한미약품과 125억원인 유한양행을 합친 것보다 많다. 신풍의 작년 영업이익이 20억원(매출 1897억원)이라는 점에서 놀라운 일이다.

자사주 매각으로 신풍제약이 확보한 금액은 1년 영업이익의 100배 규모다.

신풍제약은 이번 매각이 ”생산설비 개선 및 연구 개발 과제를 위한 투자 자금 확보 목적“이라고 밝혔다. 유제만 대표는 22일 통화에서 ”공시에 나온 내용 그대로“라고 짧게 일축했다. 피라맥스를 코로나 치료제로 개발하기 위한 의지가 강력하냐는 질문엔 ”그렇다“며 ”국내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2상을 진행 중이다. 언제 종료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자금 출처 계획이나 명분을 밝히지 않아 더 논란을 키운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약업계 IR 관계자는 ”자사주를 팔아서 자금을 확보할 순 있지만 지금 같은 시기에 판다면 적어도 자금을 코로나 해외 임상과 국내 임상, 뇌졸중 치료제 개발 등 어떤 부문에 어떻게 분류해 사용할지 설명했다면 시장의 동요가 덜했을 것“이라며 ”두루뭉술한 설명만 있으니 정말 R&D에 쓸지 의문이 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풍제약은 지난 5월부터 국내에서 피라맥스의 코로나 임상 2상에 들어갔다. 최근엔 남아공에서 250명 대상 2상에 들어갔다. 원래 주력 분야였던 뇌졸중 치료제 SP-8203은 작년 3월부터 전국 14개 대학병원에서 168명을 대상으로 임상 2b상이 진행됐다.

또 다른 IR 관계자는 ”사람들이 피라맥스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식을 산 건데 자사주를 매각하면 회사 내부에서 기대감이 없다는 의미로 보인다“면서 ”전통 제약주가 개별호재성을 띄며 크게 상승한 케이스인데, 실제로 실적에 반영될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자사주를 매각하는 건 산업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제약바이오가 해 먹기 좋은 시장으로 비쳐지는 게 우려된다“며 ”많은 벤처가 무분별한 코스닥 입성을 통해 상장한 후 유상증자로 연명하고 자사주를 매각하는 형태로 지속되는 게 우려된다“고 말했다.

반면 신풍제약이 선제적으로 성장 가능한 영역에 투자하기 위한 자연스러운 선택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 또한 있다.

업계 IR 관계자는 ”신풍이 자사주를 매입했던 시점도 오래됐고 그동안 코로나19 주가 부양을 위해 크게 노력하는 액션을 취한 것도 아니다“며 “선제적인 자금 확보에 나선 것은 효율적인 선택”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