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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오도 사건' 남편, 살인 혐의 벗었다…"직접증거 없어"(종합)

등록 2020.09.24 11:48:33수정 2020.09.24 12:4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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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보험금 타내려 '차량사고사' 위장 의혹

1심, 무기징역→2심 "인정 안돼" 금고 3년

대법 "경사 있어 밀지 않아도 굴러갔을 것"

"난간에 충격 흔적…당황해 기어조작 실수"

[여수=뉴시스]김석훈 기자 = 여수해양경찰서(서장 장인식)는 지난 2018년12월 거액의 보험금을 노리고 아내가 타고 있는 자동차를 고의로 바다에 추락시켜 살해한 혐의로 A씨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여수시 금오도 내 모 선착장에서 추락한 A씨 승용차가 인양되는 모습. 2019.03.06. (사진=여수해경 제공) kim@newsis.com

[여수=뉴시스]김석훈 기자 = 여수해양경찰서(서장 장인식)는 지난 2018년12월 거액의 보험금을 노리고 아내가 타고 있는 자동차를 고의로 바다에 추락시켜 살해한 혐의로 A씨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여수시 금오도 내 모 선착장에서 추락한 A씨 승용차가 인양되는 모습. 2019.03.06. (사진=여수해경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김재환 기자 = 사망보험금을 노리고 살인을 저지른 뒤 자동차 추락사로 위장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이른바 '금오도 사건'에 대해 대법원이 항소심과 마찬가지로 살인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살인을 의심할 정황은 있지만 직접적인 증거가 없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 2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24일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치사), 자동차매몰 등 혐의로 기소된 박모(52)씨의 상고심에서 금고 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아내 A씨가 사건 전에 박씨의 권유로 사망 시 지급될 보험금이 종전보다 대폭 늘어난 점, 수익자가 모두 박씨로 변경된 점, 승용차 변속기가 중립에 있었고 사이드 브레이크가 잠기지 않았던 점 등 의심스러운 사정은 있다"면서도 "박씨가 A씨만 탑승하고 있던 승용차를 뒤에서 밀어 추락시켰음을 인정할 직접적 증거가 없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구체적으로 재판부는 사건 현장에는 경사가 있는 곳이 있어 차량을 밀지 않아도 굴러내려갈 수 있는 지점이 있다고 판단했다. 즉 박씨가 기어를 중립에 두거나 사이드 브레이크를 채우지 않아도 차량이 굴러내려갈 수 있기 때문에 살인의 고의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박씨가 이 같은 지점을 미리 알고 차량을 그곳에 세운 것으로 판단하기도 어렵다고 봤다. 추락방지용 난간 등에서 발견된 충격 흔적을 보면 박씨가 당황해서 기어 조작을 실수했을 가능성이 있었다고 했다. 박씨와 A씨의 대화 내용을 봤을 때 A씨가 보험수익자의 변경을 요구했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대법원 관계자는 "피고인이 고의적으로 범행한 것이라고 보기에 의심스러운 사정이 병존하고 증거관계상 고의적 범행이 아닐 여지를 확실하게 배제할 수 없다면 유죄로 인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를 재확인한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재판부는 박씨가 기어를 중립 상태에 놓고 사이드 브레이크를 채우지 않아 사고를 방지하지 않은 혐의는 유죄로 인정하면서 금고 3년형을 확정했다.
'금오도 사건' 남편, 살인 혐의 벗었다…"직접증거 없어"(종합)

박씨는 지난 2018년 12월31일 전남 여수시 금오도의 한 선착장에서 A씨가 탄 승용차를 밀어 바다에 추락시켜 사망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혼 뒤 양육비 부담에 시달리던 박씨는 단골식당 종업원 A씨에게 보험 상품을 가입시킨 뒤 사망 보험금을 타내려고 한 것으로 의심을 받았다. 박씨는 지난 2018년 9월께부터 A씨에게 원룸 보증금을 주는 등 환심을 사 교제를 시작한 뒤, A씨의 명의로 총 사망보험금 11억5000만원 내지 12억5000만원이 지급되는 보험 상품을 가입시켰다는 게 검찰의 공소사실이다.

검찰은 A씨가 남편과 이혼을 하자 박씨는 혼인신고를 한 뒤 사망 시 최대 5억원을 지급하는 자동차보험 상품도 추가로 가입시켰으며, 보험금의 수령자를 자신과 자신의 동생으로 설정한 것으로 파악했다.

범행 당일 박씨는 해돋이를 보러가자며 A씨와 함께 선착장으로 향했으며, 고의로 차량을 후진시켜 추락방지용 난간에 부딪히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박씨는 사고 상황을 살펴보겠다며 사이드 브레이크를 잠그지 않은 채 혼자 내린 뒤, 차량을 밀어 방파제 아래로 추락시켜 A씨를 질식사하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여수=뉴시스]김석훈 기자 = 여수해양경찰서(서장 장인식)는 지난 2018년12월 거액의 보험금을 노리고 아내가 타고 있는 자동차를 고의로 바다에 추락시켜 살해한 혐의로 A씨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여수시 금오도 내 모 선착장에서 추락한 A씨 승용차가 인양되는 모습. 2019.03.06. (사진=여수해경 제공) kim@newsis.com

[여수=뉴시스]김석훈 기자 = 여수해양경찰서(서장 장인식)는 지난 2018년12월 거액의 보험금을 노리고 아내가 타고 있는 자동차를 고의로 바다에 추락시켜 살해한 혐의로 A씨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여수시 금오도 내 모 선착장에서 추락한 A씨 승용차가 인양되는 모습. 2019.03.06. (사진=여수해경 제공) [email protected]

박씨는 사고가 우연히 발생한 것이라며 살해 혐의를 부인했고, 1심과 2심의 판단은 나뉘었다.

먼저 1심은 "박씨의 경제적 어려움은 이 사건 범행의 강력한 동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라며 "혼인신고 직후 가족들에게 제대로 인사를 하지 못한 시기에 각종 보험의 수익자를 변경하는 조치를 우선적으로 취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또 "박씨는 탁 걸리는 느낌이 들어 주차(P) 기어가 된 줄 알고 내렸다고 주장한다"면서 "(그러나) 1998년께부터 각종 운전 업무에 종사해왔던 박씨가 주차(P)와 중립(N) 기어를 혼동한다는 것은 상정하기 어렵다"고 부연했다.

이어 "여러 번 실험을 해본 결과 이 사건 승용차가 충격한 난간 바로 앞에서는 차량이 움직이지 않았고 난간으로부터 1미터 가량 전진한 지점에서 차량이 움직였다"며 "박씨가 뒤에서 미는 것 이외에 차량이 바다에 빠질 가능성이 없다"고 얘기했다.

1심은 "박씨는 자신의 경제적 문제를 해결하고자 A씨에게 접근해 거액의 사망보험금을 수령할 수 있도록 조치한 후 사고를 위장해 A씨를 살해했다"며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박씨가 고의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사실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2심은 "박씨에게는 고정적이지는 않지만 지속적으로 수입이 있었다"라며 "살인이라는 극단적인 타개책을 모색할 정도로 급박한 상황은 아니었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실험 차량을 난간으로부터 1.5m 떨어진 곳에서 중립(N) 기어 상태로 세워뒀을 때 운전자가 페달을 떼자마자 차량이 경사면을 따라 내려갔다"면서 "1~1.2m 떨어진 곳에서는 조수석에 탑승한 사람이 1회 상체를 들어 올리는 움직임을 취했을 때 차량이 경사면을 따라 내려가는 경우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박씨가 살해하려는 계획을 세웠다면 승용차가 바다에 빠졌을 때 탈출 가능성이 있는지, 바닷물이 충분히 깊은지 등에 관해 검토해뒀어야 할 것"이라며 "(그러나) 박씨가 사전에 범행을 준비하거나 검토한 흔적은 전혀 발견되지 않는다"며 자동차매몰 혐의만을 인정해 금고 3년을 선고했다.

한편 이 사건은 지난 5월 SBS '그것이 알고싶다'를 통해 방송돼 관심을 모았다. 이후 A씨의 아들이 2심 결과에 반발하며 청와대 국민청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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