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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한발씩 양보하니…국회에 부는 '협치 훈풍'

등록 2020.09.26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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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김형섭 기자 = 이번에는 정말 기대를 걸어봐도 될까. 지난 22일 국회 본회의에서 4차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이 여야 합의로 처리되는 광경을 보면서 든 생각이다.

국가 예산을 여야가 합의 처리하는 게 뭐 그리 대수냐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야당은 본회의장을 집단 퇴장하지 않고, 여당도 압도적 의석수로 밀어붙이는 모습을 보이지 않은 것 만으로도 정치권에서는 협치 기대감이 피어오른다.

이는 그만큼 21대 국회가 대립과 반목으로 점철돼 왔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더불어민주당이 거여(巨與)의 힘을 바탕으로 속전속결로 표결을 강행하면 속수무책으로 당한 국민의힘은 '입법 독재'니 '의회 폭거'니 하는 거친 말로 항의했던 게 21대 국회가 보여준 거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그래서 여야가 협치를 운운할 때 이번에도 공허한 외침에 그칠 것이라 생각했던 게 사실이다. 만 13세 이상 통신비 2만원 지급과 전국민 독감 백신 무료접종을 놓고 워낙 팽팽히 맞섰던 탓에 이번에도 협치 대신 '적대의 정치'로 끝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협치는 의외로 쉽고도 단순했다. 여야가 한발짝씩 물러나자 접점이 나왔다.

민주당은 통신비 지원 범위를 만 16~34세와 만 65세 이상으로 축소해 남는 재원을 야당의 요구였던 중학생 학습지원금 15만원, 취약계층 독감 백신 무료접종 예산 등으로 돌렸다.

만 13세 이상의 사실상 전국민 통신비 지급안에서 한 발 후퇴했다는 비난이 부담이 될 게 뻔한 데도 '통 큰 양보'를 보여줬다.

국민의힘도 전국민 독감 백신 무료접종 주장을 끝까지 고집하지 않고 실질적 협상 성과를 얻어내는 유연함을 보였다.

통신비 예산의 완전 삭감을 주장했던 국민의힘은 이를 꺾는 대신 백신 무료접종 대상과 아동돌봄사업의 확대라는 주장을 관철시켰다. '발목 잡는 야당' 프레임에서 벗어나 민생을 우선 챙기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평가할 만하다.

여야가 손을 맞잡은 덕에 코로나19로 생계에 어려움을 겪던 국민들은 추석 전에 재난지원금을 받을 수 있게 됐다. 협치가 민생을 살린 셈이다.

여야는 '착한 임대인' 세제 지원에서도 의견일치를 봤다. 여야 원내대표는 4차 추경으로 조성된 협치 분위기를 이어가듯 임대료를 자발적으로 인하한 임대인에 대한 세제지원 혜택을 내년까지 이어가기로 했다.

물론 아직 안심할 수는 없다. 당장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부터 시작해 여야가 맞부딪힐 만한 현안은 곳곳에 산적해 있다. 협치는 이제 막 첫 발을 뗐을 뿐이다.

언제나 국회는 민생이 최우선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민생을 위한 일이라면 여야갸 각자 일보 후퇴하는 것이 국민들에게는 십보 전진의 결과가 될 수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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