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상온노출 무료 독감백신 최소 224명 접종…돈받고 투약한 병원도 적발(종합3보)

등록 2020.09.25 21:13:49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22일 이전 63명, 일정 중단 당일 34명 접종

일부 병원, 국가·개인 백신 분리 보관 안해

"밤늦게 중단사실 공지, 병원 등 모를수도"

질병청 "현재까지 이상 반응 보고는 없어"

만 12세 이하, 임신부 오늘부터 접종 재개

[청주=뉴시스]강종민 기자 =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청장)이 25일 오후 충북 청주 질병관리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내 발생 현황 인플루엔자 백신 수급 관련 상황을 브리핑 하고 있다. 2020.09.25.  ppkjm@newsis.com

[청주=뉴시스]강종민 기자 =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청장)이 25일 오후 충북 청주 질병관리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내 발생 현황 인플루엔자 백신 수급 관련 상황을 브리핑 하고 있다. 2020.09.25.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임재희 구무서 기자 = 정부가 상온에 노출돼 접종을 중단한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중 최소 224명이 정부 접종 중단 요청 이전에 접종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당국은 전북 전주의 60명을 포함해 105명까지 파악했고, 전주에서는 60명 외에도 119명이 추가됐다.

방역당국은 의료기관에 문자를 발송해 정부 조달계약 인플루엔자 백신 중단을 알렸지만 미처 확인하지 못한 의료기관에서는 예약된 접종자 등을 대상으로 예방접종을 시행했다고 밝혔다. 일부 병원에서는 분리 보관해야 할 국가 조달계약 백신 물량과 개인 구입 물량을 함께 보관해 무료로 접종해야 할 국가 백신 물량을 돈을 받고 투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질병청) 청장은 25일 오후 충북 오송 질병관리청에서 브리핑을 열고 정부 조달계약 인플루엔자 백신 유통현황 조사와 조달계약업체 현장조사 결과를 중간 발표했다.

정부 조달계약업체를 통해 9월21일까지 공급된 백신 인플루엔자 물량은 1259만명분 중 46%인 578만명분이며 전국 256개 보건소와 1만8101개 의료기관에 공급됐다.

질병청은 지난 21일 오후 일부 백신이 운송 과정에서 상온에 노출됐다는 신고를 받고 곧바로 22일부터 국가 예방접종 사업을 일시 중단했다.

[김포=뉴시스]배훈식 기자 = 인플루엔자(독감) 백신이 운송 중 상온에 노출되는 사고가 발생해 국가 인플루엔자 예방접종 사업이 일시 중단된 23일 오전 이번 사고가 발생한 경기 김포시 신성약품 본사 모습. 2020.09.23.  dahora83@newsis.com

[김포=뉴시스]배훈식 기자 = 인플루엔자(독감) 백신이 운송 중 상온에 노출되는 사고가 발생해 국가 인플루엔자 예방접종 사업이 일시 중단된 23일 오전 이번 사고가 발생한 경기 김포시 신성약품 본사 모습. 2020.09.23. [email protected]

◇불량 우려 백신 최소 224명이 접종…"밤 늦게 공지해 몰랐을 수도"


당국과 지자체 조사에 따르면 현재까지 최소 224명이 불량 의심 백신을 접종했다.

우선 질병청이 조달물량 백신 접종 현황을 조사한 결과에서는 105명이 접종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105명은 서울과 부산, 전북, 전남지역에서 접종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접종을 받은 연령대는 13세 이상 청소년과 성인이다. 

9월22일 이전에 63명, 22일에 34명, 23일에 8명이 접종을 받았다.

정 청장은 "보통 병원에서 국가물량과 개인물량을 구분해서 백신을 관리하는데, 한 병원에서 두 백신이 같이 관리되는 일이 발생해 594명 중 60명 정도가 정부 조달물량으로 접종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 60명은 전북 소재 병원으로 확인됐다.

전북 전주시에서는 13개 병·의원에서 16~22일 사이 179명에게 정부 조달물량 백신을 투약한 사실을 확인했다. 정부가 파악한 접종 인원은 105명이고 이 중에는 전북 60명이 포함돼 있다. 전북에서는 179명까지 파악했다. 전북 전주 중복 인원 60명을 제외하면 224명이 예방접종을 받은 것이다.

정 청장은 "우리(질병청)는 어제(24일)까지 파악한 통계로 오늘(25일) 브리핑에서 말씀드리는 거고, 전주시에서는 계속 조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숫자는 다를 수 있다"며 "105개는 24일까지 파악된 전체 숫자이며 전주시의 경우 60개로 파악된다. 179개는 전주시가 자체적으로 추가로 파악한 숫자"라고 말했다.

정부는 접종 금지 로트 안내를 22일 오후에 공지했고 시스템에 전산등록 불가조치는 23일 오후에 했다. 정부는 예방접종 사업 중단이 결정된 후 22일 의료기관에 문자로도 이 같은 사실을 발송했다.

정 청장은 "백신 상온 노출이 의심된다는 신고를 받은 게 21일 오후였고 접종 중단 통지가 밤 9~10시에 예방접종등록시스템과 공문으로 전달됐다"며 "2만개에 달하는 의료기관에 일일이 정보를 다 안내하지 못했기 때문에 의료기관에서는 당일(22일) 접종이 불가피하게 이뤄졌다"고 말했다.

이어 정 청장은 "긴급하게 공지를 하면서 미처 의료기관에 일일이 안내를 드리지 못해 접종이 발생했기 때문에 의료기관의 문제라고 판단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정 청장은 "백신들이 대부분 1회용 주사기에 충전돼 밀봉된 상태로 공급돼 오염의 가능성은 굉장히 낮다고 생각되고 현재까지 이상반응은 보고되지 않았다"면서도 "효력에 대해서는 조사를 해야 파악할 수 있을 것 같다.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질병청은 국가 예방접종 사업을 일시 중단과 함께 정부 조달물량의 로트 번호를 모두 파악해 보건소와 의료기관에 해당 백신을 사용하지 않도록 안내했다.

로트는 1회에 생산되는 제품 단위로 인플루엔자 백신의 경우 제조사별로 차이가 있으나 보통 1로트 당 14~15만 도즈가 해당된다.

또한 질병청은 별도의 안내가 있기 전까지 정부조달계약 백신을 사용하지 않도록 했고 의료기관이 개별적으로 구매한 물량과 정부 조달물량을 분리해 적정 온도 유지 등 보관을 철저히 하도록 했다.

또 전주에서는 무료로 보급하는 독감 백신을 성인에게 돈을 받고 접종한 병원도 있었다. 전주시 보건당국에서는 무료로 보급해야 하는 독감 백신을 성인에게 돈을 받고 접종한 병원과 무료 접종을 중단하라는 공문 발송 후에도 백신을 사용한 병원 등 13개 의료기관에 대해 무료 접종 위탁 해지 통보를 했다.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독감 백신 유통 과정 문제로 정부의 무료접종 사업이 일시 중단된 23일 서울 한 병원에 독감 백신 소진으로 접종을 잠시 중단한다는 안내문구가 보이고 있다. 2020.09.23. myjs@newsis.com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독감 백신 유통 과정 문제로 정부의 무료접종 사업이 일시 중단된 23일 서울 한 병원에 독감 백신 소진으로 접종을 잠시 중단한다는 안내문구가 보이고 있다. [email protected]


◇5개 지역 750명분 백신 3단계 검사…만 12세 이하, 임신부는 25일부터 접종 재개


질병청과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지자체는 유통과정에 문제가 의심되는 인플루엔자 조달계약업체에 대해 23일 합동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현장조사 결과 백신 보관 냉장창고는 기준 온도인 4~6도를 유지하고 있었고 배송에 사용된 냉장차량에는 자동온도기록장치가 부착돼 있었다.

현재 배송차량의 자동온도 기록지, 운송 소요시간, 운송 과정 등 콜드체인 관련 자료를 확보해 분석 중이며 유통 품질관리 기준 준수 여부를 확인 중에 있다.

질병청과 식약처는 문제가 제기된 유통과정과 백신의 품질에 관해 전문가 자문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는 상온 노출 환경 및 시간 등을 고려할 때 인플루엔자 백신이 밀봉된 상태로 공급되는 특성상 품질 변화 가능성은 낮으나 상온 노출 시 백신의 효과가 저하됐는지에 대한 검사 필요성을 확인했다.

정부는 콜드체인, 품질검사, 백신 안정성을 평가하는 가혹조건 시험 등 세 단계에 걸친 검사를 진행 중이다.

상온노출이 의심되는 백신이 배송된 5개 지역에서 750명분의 백신을 품질검사 중이다.

정부는 5개 지역에 대해서는 신고로 접수된 1차 조사가 진행 중이라며 공개를 하지 않았다.

정부는 품질검사 결과 이상이 없다면 기존 계약업체인 신성약품과의 계약을 이어갈 예정이다.

정 청장은 "정부 조달계약을 단기간에 변경하기는 어려운 한계가 있다"며 "신성약품 등에 대한 조달계약은 유지하되 도매업체에서 의료기관까지 공급하는 배송·유통업체는 변경해서 진행할 예정"이라며 "보다 철저한 관리와 모니터링을 하겠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냉장유통조사 결과를 토대로 상온 노출이 추정되는 제품을 2차로 확대해 검사할 예정이다.

질병청은 정부조달 백신의 유통과정과 품질검사를 신속하게 진행하고 향후 예방접종 및 백신 전문가 자문, 예방접종전문위원회 검토를 거쳐 백신 품질 판단과 접종계획을 마련할 계획이다.

아울러 이번에 문제가 된 백신과는 공급체계가 다르게 운영되고 있는 만 12세 이하 어린이 및 임신부에 대해서는 25일 오후부터 접종을 재개한다.

만 12세 이하와 임신부 대상 백신은 의료기관이 개별적으로 구매한 백신으로 접종하고, 백신비용을 청구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어 정부조달물량 사용 대상이 아니다.

질병청이 운영하는 예방접종 도우미 누리집이나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앱)을 활용하면 예약 후 접종을 받을 수 있다.

정 청장은 "조속한 시일 내에 백신 조사 및 품질검사를 완료하고 신속·투명하게 진행상황을 국민과 의료기관에 알리고 국가 예방접종 사업이 안전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